미국 영화배우 제시카 알바는 어린 시절 알레르기, 천식으로 고생한 경험과 2008년 첫 아이 출산 후 세탁 세제에 든 유해 성분 때문에 아이가 알레르기 반응을 겪었던 일을 바탕으로 어니스트 컴퍼니를 창업했다. 사진 어니스트 컴퍼니
미국 영화배우 제시카 알바는 어린 시절 알레르기, 천식으로 고생한 경험과 2008년 첫 아이 출산 후 세탁 세제에 든 유해 성분 때문에 아이가 알레르기 반응을 겪었던 일을 바탕으로 어니스트 컴퍼니를 창업했다. 사진 어니스트 컴퍼니

좋은 것만 해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 미국에서도 통했다. 미국 TV 드라마 ‘다크엔젤’과 할리우드 영화 ‘씬 시티’ ‘판타스틱 포’에 출연한 미국 영화배우 제시카 알바가 2012년 공동 설립한 유아용품 기업 어니스트 컴퍼니(이하 어니스트)가 미국 나스닥 시장 상장에 성공했다. 미세 플라스틱 오염과 일상 속 유해 화학물질 등으로 건강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아이를 둔 엄마의 불안한 마음을 읽는 데 성공하며 배우에서 성공한 벤처기업가로 거듭난 것이다.

어니스트는 5월 4일(이하 현지시각) 1주당 16달러(약 1만8000원)에 공모가가 책정돼, 다음 날인 5일 나스닥 시장에 상장됐다. 공모가 기준으로 기업 가치가 14억4000만달러(약 1조6270억원)로 평가된 어니스트는 상장 첫날 공모가보다 43.8% 올라 시가 총액이 26억8000만달러(약 3조280억원)에 달했다. 앞서 올해 1월 블룸버그통신은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어니스트 기업 가치가 20억달러(약 2조2600억원)에 이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어니스트는 이미 2015년에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으로 등극했다.

알바는 IPO 이후 회사 지분 6.7%를 소유하게 된다. 어니스트는 기저귀와 산전 비타민, 손 소독제, 피부 보습제, 샴푸 등 천연 성분으로 만든 유아용품을 판매한다. 코스트코와 타깃 등 대형마트 3만2000곳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알바가 이 회사를 창업한 배경에는 개인적인 경험이 있다. 알바는 어렸을 때부터 천식과 알레르기 등 만성질환에 시달렸다. 11세가 되기 전에 5번의 수술을 받았을 정도였다. 어머니는 암에 걸리기도 했다. 건강에 대한 두려움이 클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성장했다. 배우가 되고 나서도 독성물질 관리법 개정을 위한 로비에 나설 만큼 유해물질에 대한 거부 반응이 크다. 2008년 첫 아이를 낳고, 세탁 세제에 든 유해 성분 탓에 아기가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 것이 어니스트 창업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2012년 법률 기술 기업 리갈 줌의 설립자 브라이언 리와 비영리 단체인 헬시차일드헬시월드의 최고경영자(CEO)인 크로스토퍼 개비건, 액셀러레이터(스타트업 육성기관)를 운영하는 션 케인 등과 파트너 관계를 맺고 회사를 설립했다. 이들을 찾기까지 3년이란 시간이 걸렸을 정도로, 알바는 자신의 경영 철학과 맞는 사람을 찾는 데 집중했다. 알바는 2500개 이상의 화학물질을 어니스트 제품의 ‘노 리스트’ 재료로 정해, 이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세웠다.


제품 개편과 R&D 강화로 소송 위기 극복

유명인이 창업한 회사는 늘 사건에 휘말리듯 어니스트도 위기가 없었던 건 아니다. 2016년 41개의 제품 라벨에 ‘케미컬(화학물질) 프리’ ‘천연’ ‘식물 기반’ 등의 문구를 표기했지만, 정작 유해물질이 검출되며 소송이 불거졌고, 735만달러(약 83억원)의 합의금을 써야 했다. 사세는 급속히 기울기 시작했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18년 1월 기사에서 “더는 유니콘이 아닌 어니스트의 성장을 위해 알바가 고군분투하고 있다”고까지 보도했다. 베이비파우더 리콜, 세탁 세제 화학물질 검출 등의 이슈도 있었다.

브라이언 리의 뒤를 이어 2017년 3월 어니스트 CEO로 취임한 닉 블라호스는 제품을 전면적으로 개편했다. 당시 그는 WSJ와 인터뷰에서 “매출의 약 75%를 차지하는 기저귀 사업을 두 배로 늘리고 초기 성장을 이끈 유아·미용 제품에 집중해야 지속적으로 회사가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제조되던 제품의 품질 검증을 본사 차원에서 강화하고, 회사 자체의 연구개발(R&D) 기능도 확대했다. 알바는 “어니스트는 사내에서 자체적으로 제조 공정을 개발한 후 제조사와 협력해 대규모로 제품을 생산한다”며 “일반적으로 제조사와 제조 공정을 공동으로 만드는 다른 기업과 비교해 차별화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어니스트의 2020년 매출은 3억52만달러(약 3395억원)로, 전년(2억3558만달러)보다 27.5% 증가했다. 하지만 수익성 개선은 과제다. 지난해 순손실은 1446만달러(약 163억원)로 창업 이후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어니스트는 “미국 시장의 경쟁이 치열하다”며 “IPO 이후 2%에 불과한 해외 매출을 늘려 미국 이외 지역에서의 성장을 가속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미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들은 “킴벌리클라크, 프록터앤드갬블(P&G), 존슨앤드존슨 등 강력한 경쟁 업체의 틈바구니에 (어니스트가) 끼어 있다”고 봤다. 어니스트의 경우 기저귀와 물티슈 등의 품목이 매출의 63%, 피부와 개인관리용품이 26%, 가정·건강용품이 11%를 차지한다.

어니스트는 앞으로 건강에 무해한 성분으로 만든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커질 것이라는 데 희망을 걸고 있다. 어니스트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2019년 약 10억달러(약 1조1300억원)인 미국의 천연 소재 기저귀·물티슈 시장이 2025년까지 약 16%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같은 기간 피부·개인관리용품과 가정·건강용품 시장도 각각 10%와 4% 성장할 것으로 추정했다. 어니스트가 “회사가 상당히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자신감을 보이는 배경이다.

어니스트는 IPO를 통해 조달한 4억1300만달러(약 4600억원)로 판매 채널을 다양화할 계획이다. 2020년에는 매출의 55%가 온라인에서, 나머지는 오프라인 소매 채널에서 나왔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오프라인 매장이 문을 닫으면서 전자상거래 판매가 증가한 것인데, 여기에 더욱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plus point

국내 유아용품 시장도 고성장 지난해 4조원 돌파

이소연 기자

한국도 유아용품 기업의 성장세가 돋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2조4000억원 규모였던 유아용품 시장은 지난해 4조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된다. 초산 나이가 높아지면서 부모들이 경제적인 여유를 갖췄고, 한 자녀만 낳는 가정이 많아지면서 아이 한 명에게 고가의 유아용품을 몰아주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아토피를 피하기 위해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은 흙에서 재배된 유기농 면 재료와 유해물질 없는 성분으로 만든 물티슈, 기저귀 등이 대표적인 프리미엄 유아용품이다. 일반 제품보다 비싼 가격에도 온라인 쇼핑몰에선 매진되는 일이 잦다. 자동 분유 제조기 ‘베이비 브레짜’의 경우 육아하는 부모들 사이에서 유명한 제품인데, 20만원대의 만만치 않은 가격에도 없어서 못 살 정도다. 올해 1월 크라우드펀딩 ‘와디즈’에서 예약 판매됐을 당시 애초 목표치를 3000% 웃돌며 2시간 만에 500대가 전량 매진돼 ‘브레짜 고시’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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