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10분에 3번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일상에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10분에 3번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일상에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동물도 거짓말을 할까? ‘잘 차려입은 유인원(The Well-dressed Ape)’의 저자 한나 홈스에 의하면 동물들은 아주 능숙한 거짓말쟁이다. 제비의 수컷은 자신의 암컷이 다른 수컷의 품에 안겨 있는 걸 보면 이렇게 외친다. “매가 날아온다!” 화들짝 놀란 외간 수컷이 달아나면 암컷은 다시 제 차지가 된다고 한다.

미국 서부의 가시 올빼미는 천적인 오소리가 자신의 굴 가까이 다가오는 낌새를 느끼면 방울뱀이 내는 것과 비슷한 소리를 낸다. 제비나 가시 올빼미는 적으로 다른 적을 치는 ‘이이제이(以夷制夷)’의 거짓말 전략을 능숙하게 구사한다. 그들에게 거짓말은 생존의 기술이다.

침팬지도 거짓말에 일가견이 있다. 어떤 수컷 침팬지가 발정이 난 암컷에게 접근을 시도한다. 입에는 잎사귀를 물고 암컷에게 다가가는 순간 저만치서 알파 메일(우두머리 수컷 침팬지)이 어슬렁거리며 오는 게 아닌가. 이 침팬지는 잽싸게 잎사귀를 삼켜 버린다. 마치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말이다.

사람들은 하루에 몇 번씩이나 거짓말을 할까? 어떤 심리학 연구팀이 대기실에 앉아있는 사람들을 관찰해봤다. 결과는 놀라웠다. 사람들의 거짓말은 청산유수였다. 10분간의 실험 시간에 피관찰자의 60% 정도가 1인당 평균 3번의 거짓말을 하더라는 것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 얼마나 많은 거짓말을 하는지 잘 모른다. 사람들은 온종일 거짓말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응! 난 덕분에 잘 지내. 고마워.’ ‘차가 대단히 밀려서 약속 시간에 좀 늦을 것 같아요.’ ‘어머나! 아기가 정말 예쁘고 귀엽네요!’ ‘우와! 왜 이렇게 동안이세요?’

회사에서 회식하러 갈 때도 마찬가지다. ‘난 아무거나 좋아!’ ‘전 가리는 거 없어요. 부장님, 취향대로 고르세요!’ 한 조사에 의하면 직장인이 하는 거짓말 중에서 1위는 이렇다. ‘다 돼 갑니다!’ 물론 부하직원이 하는 거짓말이다. 그럼 직장 상사가 하는 거짓말 1위는 뭘까? ‘난, 자네만 믿네!’

거짓말을 하는 이유도 남녀가 서로 다르다. 대체로 여성들은 사회적인 조화를 유지하기 위해서, 혹은 타인을 위로해 주는 것이 목적이다. 반면, 남성들은 자신의 인상을 좋게 하기 위해서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동물이나 인간이나 할 것 없이 일상에서 선의의 거짓말을 일삼는다고 해서 아무나 거짓말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코로나19에 대한 정부 방역과 조치는 사람들 사이에 불신을 낳았다. 공정하지도 않고, 일관성도 없기 때문이었다.
코로나19에 대한 정부 방역과 조치는 사람들 사이에 불신을 낳았다. 공정하지도 않고, 일관성도 없기 때문이었다.

정부 신뢰는 진정성으로부터

특히 공인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사법부의 수장인 대법원장이 정치권의 눈치나 보면서 전 국민이 지켜보는 앞에서 태연히 거짓말을 하고 변명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법과 정의를 다루는 법무부 장관, 차관들이 각종 탈법, 위법, 불법한 행위를 저지르고도 ‘나는 몰랐다!’며 거짓말을 한다.

원전 조기 폐쇄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앞두고 관련 자료를 삭제했던 산업통상자원부의 한 직원은 누구의 지시였냐고 묻자 “나도 모른다. 내가 신내림을 받은 것 같다”는 어이없는 거짓말을 해서 국민의 공분을 샀다.

지난해 연말 정세균 총리가 한 방송사와 인터뷰에서 한 말이 세상에 회자했다. “사실은 백신 태스크포스(TF)를 우리가 7월에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백신 TF가 가동될 때는 국내 확진자가 100명 이런 정도였거든요. 그러니까 백신에 대한 의존도를 그렇게 높일 생각을 하지 않았던 측면이 하나 있습니다.”

거짓말을 잘 못하는 정 총리의 성격을 감안해 이 말은 사실로 받아들여졌다. 총리실에서는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이 서로 책임을 미루다가 백신 확보 골든 타임을 날려버렸다’는 보도를 즉각 부인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없었다.


이현령비현령의 정부 대처

우리 정부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처하기 위해 이른바 ‘3T’ 전략을 표방해왔다. 그것은 검사(testing), 추적(tracing), 치료(treatment)의 영문 첫 글자에서 따온 것이다. 대량의 빠른 검사와 추적을 통해 확진자를 조기에 찾아내 격리와 치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사’와 ‘치료’는 거의 전적으로 전문 의료인들을 비롯한 민간 영역의 희생과 공로였다. 그럼에도 전문 의료인들의 의견은 대놓고 뭉개버린다. ‘추적’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던 초기에는 유효해 보였지만, 확진자가 폭증해 사실상 추적이 불가능해지면서 완전히 빛이 바랬다. 정부가 그토록 자랑하던 ‘K방역’은 사실상 실체가 없는 허울뿐이었던 것이다.

그런 정 총리가 며칠 지나지 않아 “확진자가 늘면 백신도 효과가 없다. 세계 최고의 K방역에 기대한다”고 말해 실망감을 안겨줬다. 어떤 변명에도 백신 확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 꼴찌임을 부인할 수 없다. 오후 9~10시 ‘통금’, 카페 불허와 식당 허용 논란 등을 일으켜온 우왕좌왕 방역정책은 자영업자 등 주로 사회적 약자의 고통만 가중시키고 있다.

8·15 광화문 집회의 허용 여부를 놓고 우파 단체는 불허하고 민주노총의 집회는 허용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원칙에 어긋난다면서 다른 집회는 허락하지 않으면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의 영결식에 수천 명이 몰려도 당국은 모른 체했다. 소위 K방역은 이렇듯 과학적이지도 않고, 공정하지도 않고, 일관성도 없다는 게 많은 의료 전문가의 견해다.

‘거짓말도 천번 말하면 진실이 된다’는 나치 선전 장관 괴벨스의 말은 사실이 아니다. 모든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 우리는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는 이순신 장군의 위대한 거짓말도, 양치기 소년의 위험한 거짓말도 바라지 않는다.

우리는 정부가 국민을 향해 한 점의 거짓도 없기를 바란다. 제대로 된 정책의 수립과 운용은 오직 진정성 위에서만 이뤄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 김진국
문화평론가, 고려대 인문예술과정 주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