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부상으로 은퇴설까지 나돌던 타이거 우즈는 2019년 마스터스에서 기적 같은 우승 드라마를 쓰며 부활했다. 사진은 18번홀에서 우승을 확정한 우즈가 수많은 갤러리 앞에서 환호하는 모습. 스캔들과 성적 부진으로 떨어졌던 우즈의 ‘광고 가치’도 수직 상승했다. 사진 오거스타내셔널
허리 부상으로 은퇴설까지 나돌던 타이거 우즈는 2019년 마스터스에서 기적 같은 우승 드라마를 쓰며 부활했다. 사진은 18번홀에서 우승을 확정한 우즈가 수많은 갤러리 앞에서 환호하는 모습. 스캔들과 성적 부진으로 떨어졌던 우즈의 ‘광고 가치’도 수직 상승했다. 사진 오거스타내셔널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하얀 이를 드러내고 환하게 웃으며 “타이거 우즈 볼 좋아요” “치고(최고)예요” “대박”이라고 외치는 TV 광고는 1년 반이 넘도록 나오는데도 볼 때마다 웃음이 난다. 천하의 우즈가 한국말로 광고를 찍을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이 광고에는 올 시즌 ‘벌크업 혁명’을 일으킨 브라이슨 디섐보(미국)도 몸집을 20㎏ 불리기 이전의 날씬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여기에 ‘미남 스타’로 한 시절을 풍미한 프레드 커플스(미국)와 40대 들어서도 꾸준히 성적을 내는 맷 쿠차(미국)가 얼굴을 내민다. 이들도 각각 한국어로 천연덕스럽게 “브리지스톤 골프 좋아요”를 외친다.

골프용품 업체 브리지스톤의 골프공을 홍보하는 이 광고는 한국어 더빙(dubbing·외국어 대사를 해당 언어로 바꾸어 다시 녹음하는 것)이 아니다. 오직 한국에서만 방영하는 ‘온리 포 코리아(only for Korea)’ 광고다.

2019년 2월부터 롱런하고 있는 이 광고는 말 그대로 ‘대박’을 쳤다. 국내 팬들도 외국 스타들의 혀 짧은 한국어를 흉내 내며 “치고예요(최고예요)” “대박”이라며 패러디를 쏟아냈다.

우즈를 비롯해 이들 4명의 스타 선수들은 어떻게 한국어 버전의 광고를 찍은 걸까. 출연료만 하더라도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간 건 아닐까. 국내에서 브리지스톤 제품을 수입·판매하는 석교상사의 신용우 이사는 “우연히 얻은 정보 하나로 ‘대박’을 친 경우”라고 했다.

시간은 2018년 12월 일본 본사 측과 미팅을 하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석교상사는 미국에서 우즈, 디섐보, 쿠차, 커플스가 출연하는 ‘Tour(투어) B’ 골프공의 글로벌 광고 촬영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매년 ‘사랑나눔’ 골프 대회를 진행하던 석교상사는 행사 때 사용할 우즈의 인사말을 미리 받으면 어떨까 생각했다. 이후 아이디어 회의를 거쳐 소셜미디어(SNS) 홍보 및 사내용으로 간단한 영상 촬영을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으로 확대됐다. 이를 위해 한국 마케팅팀이 미국 광고 촬영장에 가기로 했다.

하지만 세계 최고의 스포츠 스타인 우즈를 만나기란 쉽지 않았다. 미국에서 촬영장 출입 인원에 제한을 뒀고, 기획한 인터뷰는 아예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전달받은 것이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미국 브리지스톤 담당자에게 “혹시 모르니 어떻게든 부탁한다”며 한국어로 된 간단한 내용의 샘플 영상을 전달했다. 2개월이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이었다. 당연히 ‘안 됐구나’라고 포기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미국에서 이메일이 왔다. 첨부된 영상을 열어본 직원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행사에 사용할 감사 인사는 물론 “브리지스톤, 좋아요! 대박! 최고예요!” 등을 비롯해 부탁한 모든 영상이 담겨 있었던 것이다. 그중에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와 영화 ‘러브 액츄얼리’를 패러디한, 스케치북을 들고 있는 컷까지 있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보내온 영상은 어디까지나 사내 및 SNS 용도로밖에 사용할 수 없었던 것이다. 애초 TV 광고로는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전제로 제작된 것이다.

얼마 후 새로운 제품에 대한 글로벌 광고가 공개됐다. 하지만 철저히 미국을 타깃으로 만들어졌기에 한국 정서와는 맞지 않았다. 더욱이 훨씬 더 좋은 영상을 본 터라 안타까움은 컸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브리지스톤 본사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본사에서는 타이거 재단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데 재단에서 불가하다는 내용을 받았다고 알려왔다.

이번에는 본사가 아닌 타이거 재단에 메일을 보내기 시작했다. 재단은 완강하게 거절했지만 줄기차게 보냈다. 타이거가 한국에서 어떤 존재인지, 그가 한국어로 전달하는 메시지가 어떤 효과를 발휘할지 등을 정리해 어필했다. 안 된다고 할 경우를 대비해 다음 버전의 자료도 준비해뒀다.

그렇게 오랜 설득 끝에 얻은 영상을 편집해 첫 광고를 내보냈지만, 생각보다 반응은 썰렁했다. 신용우 이사는 이렇게 말했다. “대부분의 시청자가 처음에는 더빙으로 착각했던 거예요. 설마 타이거 같은 최고의 선수들이 한국어로 영상을 찍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한 거죠(캘리포니아주 LA 인근에서 자라 스탠퍼드대학을 다닌 우즈는 한국인 친구들에게 간단한 한국말과 욕을 배워서 할 줄 안다).”


골프용품 업체 브리지스톤의 골프볼을 사용하는 세계적인 골프 스타들인 타이거 우즈(왼쪽 아래부터 시계 방향으로)와 맷 쿠차, 브라이슨 디섐보, 프레드 커플스가 한국어로 제작한 광고는 처음엔 더빙인 줄 착각한 팬들이 많았을 정도로 파격적이었다. 사진 TV 화면
골프용품 업체 브리지스톤의 골프볼을 사용하는 세계적인 골프 스타들인 타이거 우즈(왼쪽 아래부터 시계 방향으로)와 맷 쿠차, 브라이슨 디섐보, 프레드 커플스가 한국어로 제작한 광고는 처음엔 더빙인 줄 착각한 팬들이 많았을 정도로 파격적이었다. 사진 TV 화면

우즈 마스터스 우승이 광고에 날개 달아줘

그러다 광고에 날개를 달아준 사건이 일어났다. 우즈가 마스터스에서 기적 같은 재기의 우승 드라마를 쓴 것이다. 석교상사에서 보유하고 있던 타이거 볼이 단 3일 만에 몽땅 팔렸다고 한다.

볼에 대한 평가도 달라졌다. “날린다”는 느낌은 “부드럽다”로 바뀌었고, “무겁고 딱딱하다”는 반응은 “묵직하다”는 긍정적인 단어로 변했다.

신 이사는 “국내에서 골프볼 매출 중 선물용이 차지한 비중이 상당한데 타이거 볼은 그의 스토리와 어울려 선물용으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보통 이슈로 인한 매출은 금방 식기 마련인데 타이거 볼은 시간이 지날수록 인기가 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우즈의 마스터스 우승 후 볼 매출이 세 배 늘었고, 올해 현재까지의 매출만으로도 전년도 기록을 넘었다고 한다.

사실 ‘대박’이라는 멘트는 브리지스톤 용품을 사용하는 고진영이 맨 처음 사용했다. 드라이버 광고 촬영 중 고진영이 ‘실제로 제품이 좋다’면서 스태프들에게 ‘대박’이라고 말한 장면이 우연히 담겼다. 워낙 표정이 자연스럽고 진심이 담겨 있어 실제 광고에 활용했다. 이후 타이거 등 외국 선수들도 발음하기 편하면서 함축적인 단어를 찾다 보니 ‘대박’ ‘좋아요’ ‘최고’를 제안했다고 한다.

이 광고는 만들 때부터 ‘대박’의 기운을 타고났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광고가 나온 지 두 달 만에 우즈가 기적 같은 마스터스 우승을 차지했고, 그사이 새로운 버전의 광고가 나왔지만 전작만큼 임팩트 있는 메시지를 던져주지 못하고 있던 차에 브리지스톤 볼을 사용하는 디섐보가 US오픈에서 ‘또 다른 골프’를 선보이고 우승한 것이다.

민학수 조선일보 스포츠전문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