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더 뉴 SM6’ 부분 변경 모델에는 다임러그룹과 공동으로 개발한 4기통 1.3L 터보 직분사 가솔린 엔진을 얹었다. 사진 르노삼성
르노삼성 ‘더 뉴 SM6’ 부분 변경 모델에는 다임러그룹과 공동으로 개발한 4기통 1.3L 터보 직분사 가솔린 엔진을 얹었다. 사진 르노삼성

결혼을 앞둔 후배는 요즘 피부 관리에 부쩍 관심이 많다. 얼마 전엔 ‘울세라’라는 시술을 받고 왔다며 내 앞에서 턱을 자꾸 치켜든다. “받을 땐 죽을 만큼 아팠는데 고통을 감내한 보람이 있네요. 선배, 턱선이 좀 생긴 것 같지 않아요?” 울세라는 고강도 초음파로 늘어진 피부를 수축시켜 탄력을 복원하는 페이스 리프트(face lift)의 일종이다. 페이스 리프트는 얼굴이나 목 등에 생긴 주름을 제거하는 미용 시술을 통칭한다. 그런데 이 외관 변경이 비단 사람의 얼굴에만 해당하는 건 아니다. 자동차에도 페이스 리프트 모델이 있다.

부분 변경이라고도 부르는 자동차 페이스 리프트는 세대 변경 모델을 출시하기 전, 오래된 차라는 느낌을 덜기 위해 헤드램프나 후미등, 프런트 그릴 등의 디자인을 살짝 바꿔 출시하는 모델이다. 보통 세대 변경 주기가 6~8년이면 외관 변경 모델은 그 중간쯤 등장한다. 그런데 요즘 외관 변경 모델의 변화가 심상치 않다. 세대 변경에 준하는 풀 체인지급 변신을 감행한 모델이 늘고 있다. 지난해 출시한 현대차 ‘그랜저’는 안팎으로 완전히 달라진 것도 모자라 앞뒷바퀴 거리와 길이까지 늘었다. 세대 변경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8월 31일 볼보 ‘S90’ 부분 변경 모델이 국내에 출시됐다. 얼핏 보면 달라진 부분을 단박에 알아채기 어려울 만큼 변화의 폭이 크지 않아 “애걔, 겨우 이 정도야?” 싶지만 이전 모델보다 길어졌다. 원래 가장 윗급인 액셀런스 트림의 길이가 5085㎜였는데 이 트림을 페이스 리프트 모델에 적용했기 때문이다. 길이는 물론 앞뒷바퀴 거리가 늘면서 뒷자리가 한층 여유로워졌다. 키 160㎝인 내가 다리를 꼬고 앉기에도 충분하다. 참고로 새로운 S90의 길이는 5090㎜로, 동급에서 가장 길다는 제네시스 G80보다 95㎜ 더 길다. 이 밖에 인스크립션 트림 이상은 기존에 T8 트림에만 얹히던 크리스털 기어노브를 탑재했다. 기어노브 오른쪽에는 휴대전화 무선충전 패드도 추가했다. 오디오 시스템도 새로워졌는데, 영국 B&W는 그대로지만 도어 스피커 안쪽에 있었던 노란색 케블라 콘 대신 기계적인 공진을 말끔히 제거하기 위해 B&W가 8년 동안 연구해 만든 콘을 넣었다. 재즈클럽 모드도 추가해 차 안에서 음악을 듣는 맛이 좀 더 풍성해졌다. 새로운 S90은 요즘 자동차들이 유행처럼 챙기는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갖춘 파워트레인(동력계통)을 얹었다.

현대차가 지난 6월 공개한 ‘더 뉴 싼타페’는 4세대 싼타페의 페이스 리프트 모델이다. 2년 만에 나온 페이스 리프트라는 것도 놀랍지만, 더 놀라운 건 안팎으로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요즘 자동차 부분 변경이 아무리 신차급 변신을 단행한다고 하지만, 싼타페의 변신은 ‘정말 페이스 리프트가 맞나?’ 싶을 정도다. 안팎 디자인뿐 아니라 플랫폼에 파워트레인까지 새로워졌기 때문이다. 새로운 싼타페는 차세대 플랫폼을 둘러 길이가 15㎜, 2열 레그룸이 34㎜ 늘었다. 스마트 스트림 D2.2 엔진과 습식 8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맞물려 최고 출력도 202마력으로 훌쩍 높아졌다. 얼굴도 완전히 달라졌는데, 새로운 얼굴엔 현대차가 요즘 미는 헤드램프와 한 몸인 일체형 그릴이 달렸다. 실내는 윗급의 ‘팰리세이드’와 비슷한 구성으로 새로워졌다. 센터 터널에 변속 버튼과 둥근 드라이브 모드 셀렉터를 갖췄고, 운전대 너머엔 디지털 계기반을 달았다. 2년 전 ‘새 차’라는 타이틀에 들떠 싼타페를 산 주인들은 배가 좀 아플지도 모르겠다.


볼보 ‘S90’ 부분 변경 모델의 경우 인스크립션 트림 이상에 크리스털 기어 노브를 탑재했다. 사진 볼보코리아
볼보 ‘S90’ 부분 변경 모델의 경우 인스크립션 트림 이상에 크리스털 기어 노브를 탑재했다. 사진 볼보코리아
현대차 ‘더 뉴 싼타페’는 길이가 15㎜ 늘었고, 파워트레인도 변경하는 등 신차급으로 변신했다. 사진 현대차
현대차 ‘더 뉴 싼타페’는 길이가 15㎜ 늘었고, 파워트레인도 변경하는 등 신차급으로 변신했다. 사진 현대차

‘심장’ 바꾼 더 뉴 SM6

지난 7월 출시된 르노삼성 ‘더 뉴 SM6’ 역시 부분 변경 모델이지만 역대급 변신을 단행했다. 일단 엔진이 새로워졌다. 다임러그룹과 공동으로 개발한 4기통 1.3L 터보 직분사 가솔린 엔진을 얹어 최고 출력 156마력을 낸다. 변속기는 게트락의 7단 습식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맞물렸다. 안전장비와 편의장비가 풍성해진 건 물론이다. 모든 트림에 발광다이오드(LED) 헤드램프를 기본으로 얹고 윗급에는 36개의 LED가 밝기를 정교하게 조절하는 LED 매트릭스 비전 헤드램프를 탑재했다. 여기에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과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 긴급 제동 보조, 후방 교차 충돌 경보 등 다양한 안전장비도 챙겼다. 르노삼성은 안락한 승차감을 위해 앞뒤 댐퍼(진동흡수장치)에 모듈러 밸브 시스템을 적용해 감쇠력을 부드럽게 제어하도록 조치했다. 뒤쪽 서스펜션(충격흡수장치)도 매만졌는데, 토션 빔 액슬 방식은 그대로지만 AM 링크를 걷어내고 서스펜션 부싱과 쇼크 업소버를 새롭게 설계해 하체가 좀 더 유연해졌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외관 변경 모델은 랜드로버 ‘뉴 디스커버리 스포츠’다. 겉모습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크지 않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뀌지 않은 걸 찾는 게 어려울 만큼 완전히 새로운 차가 됐다. 아날로그 계기반은 윗급인 레인지로버 ‘형’들이 돌려쓰는 디지털 계기반으로 바꿨고, 투박한 운전대도 레인지로버에 물려받아 세련돼졌다. 센터패시아(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공조장치 등이 있는 곳)도 깔끔하게 정리됐는데, 두툼한 송풍구를 위로 옮기고 그 아래 매끈한 디스플레이를 달았다. 재규어와 랜드로버의 상징과도 같던 둥근 드라이브 셀렉터도 쥐고 당기는 전통적인 모습의 기어 레버로 바뀌었다. 신형 레인지로버 ‘이보크’에 달린 기어 레버와 똑같다. 새로운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레인지로버 이보크에 처음 쓰인 PTA 플랫폼을 둘러 실내 공간이 좀 더 여유롭다.

모든 페이스 리프트가 신차급 변신을 단행하는 건 아니다. 혼다 ‘CR-V’는 앞뒤 모습만 살짝 달라졌고, 렉서스 ‘RX’는 6인승 모델이 추가되긴 했지만, 안팎으로 큰 변화를 감지하긴 어렵다. 그러고 보니 두 모델은 페이스 리프트를 했는데도 판매량이 저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