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한 태평양 바로 옆에 지어져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페블비치 골프링크스에는 ‘신이 만든 코스’라는 수식어가 따른다. 잭 니클라우스는 “생애 딱 한 번의 라운드 기회가 남았다면 페블비치에서 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US오픈이 페블비치에서 열리자 수만 관중이 몰려들었다. 사진 민학수 조선일보 기자
광대한 태평양 바로 옆에 지어져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페블비치 골프링크스에는 ‘신이 만든 코스’라는 수식어가 따른다. 잭 니클라우스는 “생애 딱 한 번의 라운드 기회가 남았다면 페블비치에서 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US오픈이 페블비치에서 열리자 수만 관중이 몰려들었다. 사진 민학수 조선일보 기자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샌프란시스코를 잇는 해안도로는 세계적인 드라이브 명소다. 태평양의 파도가 쪽빛 하늘을 향해 넘실대는 장관이 끝없이 펼쳐진다. 그중에서도 퍼시픽 그로브(Pacific Grove)와 카멜(Carmel)을 잇는 사설도로인 ‘17마일 드라이브’가 백미로 꼽힌다. 

‘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코스’ ‘신이 만든 코스’라 불리는 페블비치 골프링크스는 바로 이곳 몬터레이 반도에 있다. ‘골프의 전설’ 잭 니클라우스(80·미국)는 “내 생애 딱 한 번의 라운드 기회가 남았다면 페블비치를 선택하겠다”고 했다. 이 코스는 18홀 내내 사진을 찍으러 온 건지 골프를 치러 온 건지 알 수 없는 골프 팬들로 빈자리가 나지 않는다. 그린피만 600달러 안팎인데도 부킹이 쉽지 않다. 이곳 숙박시설(1박 1000달러 안팎)을 이용하면 부킹을 하기 쉬운 구조로 이뤄져 있다. 그런데도 ‘원스 인 어 라이프타임(평생에 한 번)’이란 생각으로 세계 각지에서 순례자들이 몰려드는 곳이다. 

페블비치는 미국 골프다이제스트가 선정하는 미국 내 100대 퍼블릭 코스에서 2003년부터 줄곧 1위에 올랐다. 회원제와 퍼블릭 코스를 모두 합해 평가하는 순위에서도 한 번도 10위 밖으로 벗어난 적이 없다. 2001년에는 퍼블릭 코스 최초로 미국 내 코스 랭킹 1위에 올랐다.


타이거 우즈는 2000년 페블비치에서 열린 US오픈에서 공동 2위를 15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지난해 US오픈 연습 라운드 모습. 사진 민학수 조선일보 기자
타이거 우즈는 2000년 페블비치에서 열린 US오픈에서 공동 2위를 15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지난해 US오픈 연습 라운드 모습. 사진 민학수 조선일보 기자
소나무와 태평양이 멋진 조화를 이룬 18번 홀은 전 세계에서 가장 인상적인 마무리 홀로 꼽힌다. 사진 민학수 조선일보 기자
소나무와 태평양이 멋진 조화를 이룬 18번 홀은 전 세계에서 가장 인상적인 마무리 홀로 꼽힌다. 사진 민학수 조선일보 기자

페블비치는 US오픈을 개최한 최초의 퍼블릭 코스다. 처음엔 샌프란시스코에서 약 190㎞나 남쪽으로 떨어져 있어 미국골프협회(USGA)가 개최를 꺼렸으나 1972년을 시작으로 1982년, 1992년, 2000년, 2010년 그리고 2019년까지 US오픈을 6회 개최했다. 2023년에는 US여자오픈이 처음으로 페블비치에서 열릴 예정이고, 2027년에는 다시 US오픈을 치를 계획이다. 프로 골퍼와 유명 연예인, 타 종목 스포츠 스타 등이 참가하는 AT&T 페블비치 프로암은 1947년부터 매년 페블비치에서 열리고 있다.

코스 배치는 해안에 최대한 많은 홀을 배치하기 위해 8 자 형태로 이뤄져 있다. 가장 유명한 3개의 홀은 7번(파3), 8번(파4) 그리고 18번 홀(파5)이다.

106야드에 불과한 7번 홀은 ‘전 세계에서 가장 짧으면서 가장 아름다운’ 파3 홀로 불린다.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내셔널의 12번 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 열리는 TPC 소그래스의 17번 홀과 더불어 ‘세계 3대 파3 홀’이라고도 한다. 거리는 짧지만 강풍이 매섭게 몰아치기 일쑤고, 그린 뒤로는 태평양이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공을 삼킬 듯 성을 낸다. 맞바람 속에서는 피칭부터 3번 아이언까지도 잡아야 한다.

곧바로 이어지는 파4 8번 홀(427야드)은 우측으로 휘어지는 도그레그(dogleg·개의 뒷다리처럼 페어웨이가 한 방향으로 휘어져 있는 모양) 홀이다. 페어웨이와 그린 사이에 바다가 쑥 들어와 있어 시각적으로는 아름답지만 샷을 할 때 부담은 그 어느 곳보다 크다.

마지막 18번 홀(543야드)도 페블비치의 또 다른 상징이다. 개장 당시에는 평범한 파4 홀이었으나 나중에 파5 홀로 바뀌면서 인상적인 마무리 홀이 됐다. 왼쪽으로 태평양을 끼고 돌며 페어웨이 중간부터 그린까지 왼쪽으로 길게 벙커가 자리 잡고 있다. 그린 앞 커다란 소나무와 넘실대는 태평양이 어우러져 멋진 경관을 자랑한다. 1982년 US오픈 당시 톰 왓슨은 막판 17번과 18번 홀에서 연속으로 버디를 잡아내며 잭 니클라우스를 상대로 역전승을 거뒀다.


페블비치는 친환경적으로 개발돼 자연과 조화를 이룬다. 코스를 설계한 잭 네빌은 “만을 따라 가능한 한 많은 홀을 만들면 됐다”고 했다. 사진 민학수 조선일보 기자
페블비치는 친환경적으로 개발돼 자연과 조화를 이룬다. 코스를 설계한 잭 네빌은 “만을 따라 가능한 한 많은 홀을 만들면 됐다”고 했다. 사진 민학수 조선일보 기자
페블비치 리조트 로고로 사용되는 ‘론 사이프러스’. 17마일 드라이브 옆 바위에서 태평양을 굽어보고 있다. 사진 민학수 조선일보 기자
페블비치 리조트 로고로 사용되는 ‘론 사이프러스’. 17마일 드라이브 옆 바위에서 태평양을 굽어보고 있다. 사진 민학수 조선일보 기자

페블비치 일대를 개발해 오늘날 세계적인 골프 코스와 호텔 등을 갖춘 리조트로 꾸민 건 새뮤얼 핀리 브라운 모스(1885~1969년)다. 그는 ‘퍼시픽 임프루브먼트 컴퍼니’에 근무하고 있었는데 그의 업무는 자산 개발이 아니라 ‘처분’이었다. 그는 회사가 소유하고 있던 델 몬테 호텔을 비롯해 페블비치 일대를 수월하게 매각할 목적으로 골프장을 하나 만들기로 했다. “코스는 양 떼들이 관리할 것이고, 코스 디자인은 아마추어에게 맡기면 돈이 들지 않을 것”이라는 말로 이사회를 설득했다.

이사회의 승낙을 받은 모스는 잭 네빌과 더글러스 그랜트라는 2명의 아마추어 골퍼에게 코스 디자인을 맡겼다. 네빌은 당시 캘리포니아 아마추어 챔피언십을 두 차례 제패한 적이 있었고, 그랜트 역시 아마추어 대회에서 우승한 이력이 있는 실력파였다. 하지만 둘 다 골프 코스 디자인은 처음이었다.

그런데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코스를 어떻게 만들 수 있었을까. 네빌은 1972년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한 가장 큰 일은 만을 따라 가능한 한 많은 홀을 만드는 것이었다. 약간의 상상력만 필요했을 뿐이다. 우리가 한 일이라곤 몇 그루의 나무를 제거하고, 몇 개의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고, 잔디 씨앗을 뿌린 게 전부였다.”

그렇게 해서 페블비치 골프링크스는 1919년 2월 22일 개장했다. 그렇다면 모스는 델 몬테 호텔과 그 주변 땅을 성공적으로 처분했을까. 구매자는 다름 아닌 모스 자신이었다. 그는 페블비치 골프링크스가 오픈하고 5일 후에 ‘델 몬테 자산회사’를 설립했고, 투자금을 받아 호텔과 골프 코스 등을 매입했다. 모스 자신이 페블비치 일대의 자연경관에 매료됐다고 한다.

모스는 환경보호주의자이자 페블비치의 개발자였다. 사이프러스 포인트, 스파이글래스 힐, 몬터레이 페닌슐라 코스의 탄생에도 기여하는 등 1919년부터 1969년 숨을 거두기까지 50년 동안 페블비치 일대를 친환경적으로 개발하고 발전시켰다. 그래서 ‘델 몬테의 공작’이라는 애칭을 얻었다.

이 아름다운 골프장에는 수많은 전설적 순간이 깃들어 있다. 2000년 US오픈이 열린 페블비치는 신화의 장소로 남았다. 대회 개막에 앞서 선수들은 나란히 서서 일제히 태평양을 향해 티샷을 날렸다. 비행기 사고로 숨진 디펜딩 챔피언 페인 스튜어트를 추모하던 이 순간을 골프 역사상 가장 슬픈 장면으로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그리고 그해 타이거 우즈는 공동 2위 어니 엘스와 미구엘 앙헬 히메네스를 역대 최다 타수인 15타 차이로 이겼다.

민학수 조선일보 스포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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