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공산당 정권을 비판하는 작품을 써온 중국 소설가 옌롄커는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17년 전 사스 때와 동일한 감독이 연출하는 동일한 비극의 재연”이라고 꼬집었다. 사진 대산문화재단
중국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공산당 정권을 비판하는 작품을 써온 중국 소설가 옌롄커는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17년 전 사스 때와 동일한 감독이 연출하는 동일한 비극의 재연”이라고 꼬집었다. 사진 대산문화재단

작렬지
옌롄커 지음|문현선 옮김|자음과모음
664쪽|1만5800원

중국 소설가 옌롄커(閻連科·62)는 2000년대 이후 세계적으로 오늘날의 중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꼽혀왔다. 그는 중국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절대 권력의 부패를 풍자하는 소설을 잇달아 써냈고, 그의 대표작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등 대다수가 중국 당국에 의해 판매 금지 조치를 당했다. 그러나 이미 20여 개국에 번역 출판된 덕분에 창작 활동을 지속할 수 있었고, 공개적으로 공산당 정권을 비판해왔다.

비판적 지식인으로서 옌롄커의 위상은 최근 다시 주목받았다. 그는 중국 우한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뒤 중국 정부의 무책임하고 무능한 대응을 비판하는 산문 ‘국가적 기억 상실을 거부한다’를 한국 등 5개국 문학 매체에 발표했다. “17년 전 사스와 지금의 코로나19의 만연과 피해는 동일한 감독이 연출하는 동일한 비극의 재연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먼지나 다름없는 우리로서는 감독이 누구인지 따져 물을 수도 없고 시나리오의 취지와 구상, 창작을 환원할 수 있는 전문지식도 없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19의 발생 책임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나 중국인의 엽기적인 야생동물 식용 문화가 바이러스의 숙주 노릇을 했고, 중국 공안 당국이 발병 초기 사태를 은폐하고 통제하려고 한 폭압 행위도 명백히 드러났다. 중국은 미래의 세계 패권을 노리는 경제 대국이라고 하지만,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전근대적이고, 비민주적인 제도와 관행이 켜켜이 쌓여 있는 전체주의 사회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옌롄커의 소설은 그러한 중국 사회의 고질병을 가장 신랄하게 비판하기에 큰 울림을 남겨왔고, 최근 그의 장편 소설 ‘작렬지(炸裂誌)’가 우리말로 번역돼 다시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소설엔 작가가 실명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소설은 가상의 농촌 공동체가 대도시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재기 발랄하게 묘사하면서, 1950년대 말 이후 중국 사회의 변동기를 ‘인간 희극’의 서사로 형상화한다. 탐욕의 성취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중국식 고속 성장의 이면(裏面)에 담긴 진실을 들춰내는 소설적 문제의식의 산물인 것.

옌롄커는 소설을 마무리한 뒤 ‘신실주의(神實主義)의 중국과 문학’이란 산문을 실었다. ‘신실’이란 ‘사실(事實)’에 문학적 상상력을 보태 작가가 지어낸 단어다. 그는 “14억 인구의 오래된 땅에서 매일 매 순간 발생하는 일들은 놀랍고도 의미심장하다”라며 “그것은 황당하고 복잡하며 무질서하고, 그 모든 미추와 선악, 시비, 실재와 허무, 가치와 무의미가 어떻게 연계되고 발생하고 존재하는지 판단할 수도 분석할 수도 없다”라고 썼다.

중국 문학은 그처럼 신기한 현실 앞에서 사실주의가 아니라 ‘신실주의’를 창작 방법론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라틴 아메리카의 마술적 사실주의처럼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면서 “보이지 않는 진실을 드러내고 가려진 진실을 들추며 존재하지 않는 진실을 그려낸다”는 것.

옌롄커는 “어둠 속에서 ‘가장 중국적 원인’을 찾으려고 했다”라며 “신실주의는 완전히 오늘날의 중국, 세상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보편적 황당함 속의 인물과 사건에서 비롯된다”라고 덧붙였다.

박해현 조선일보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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