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카티 파니갈레 V4의 주행모습. 사진 두카티
두카티 파니갈레 V4의 주행모습. 사진 두카티

슈퍼바이크는 레이스를 위해 태어나고, 경쟁으로 갈고닦은 그 이름처럼 대단한 성능의 바이크다. 레이스 머신의 복제품이라는 의미로 ‘레이스 레플리카’라고 부르기도 한다. 자동차의 경우 F1머신과 대부분의 슈퍼카는 그 갭이 엄청나지만, 모토GP머신(초고가 슈퍼바이크)과 양산형 슈퍼바이크의 갭은 그보다는 좁다. 최근 슈퍼바이크들은 1ℓ의 출력으로 200마력을 가볍게 넘기고 있다. 슈퍼차저나 터보의 힘을 빌리지 않은 자연 흡기임을 고려하면 엄청난 출력이다. 

대부분 기어 1단에서 시속 160㎞를 넘기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2초 남짓에 가속하고 최고 속도는 시속 299㎞ 이상이다. 속도를 299㎞ 이상으로 얼버무리는 이유는 브랜드 간에 안전을 위해 시속 300㎞ 이상은 표시하지 않기로 자발적으로 협의했기 때문이다. 또한 대부분 슈퍼바이크의 건조중량은 180㎏ 남짓이다. 슈퍼카의 1마력당 무게가 2㎏ 수준이지만 슈퍼바이크는 1마력당 1㎏도 안 되는 극단적인 마력당 무게가 평범한 수치다.

더 극단적인 성능을 보여주는 슈퍼바이크도 있다. 최근 공개한 이탈리아 두카티의 ‘슈퍼레제라 V4’는 234마력에 건조중량이 152.2㎏으로 마력당 무게가 0.65㎏에 불과하다. 물론 이 성능을 위해 차체를 카본 파이버와 마그네슘 합금으로 두른 탓에 1억원이 넘어가는 가격표도 함께 따라온다.

슈퍼레제라가 전 세계 500대 한정 생산의 다소 비현실적인 슈퍼바이크라면 좀 더 현실적인 대안이 있다. 이 슈퍼레제라 V4의 기본이 되는 ‘파니갈레 V4’가 있기 때문이다. 중동 걸프만의 작은 섬나라 바레인에 있는 바레인 서킷에서 이 파니갈레 V4의 2020년 모델을 타고 돌아왔다.

이탈리아 브랜드 두카티는 슈퍼바이크 전문 브랜드다. 요즘은 네이키드 모델인 몬스터 시리즈나 투어와 오프로드까지 아우르는 멀티스트라다 시리즈도 만들지만 언제나 브랜드의 중심에는 슈퍼바이크가 있다. 몬스터와 멀티스트라다의 심장은 몇 세대 전의 슈퍼바이크 엔진을 물려받은 것이다. 그 슈퍼바이크의 최신 모델이 파니갈레 V4다. 기존의 2기통 엔진이 아닌 모토GP에서 다듬어진 V4엔진을 얹어서 2018년에 데뷔했다.

그리고 2020년 모델은 윙렛(날개)을 더해 더욱 진보한 에어로다이내믹과 함께 더 다루기 쉬운 세팅으로 진화한 2세대 모델이다. 첫눈에 매료되는 공격적이고 섹시한 디자인은 선명한 레드컬러와 조화되어 존재감을 발산한다. 엔진은 1103㏄의 V4엔진으로 214마력의 출력에 민첩한 핸들링을 위해 자이로 효과를 감소시키는 역회전 크랭크를 사용한다. 모델명 뒤에 ‘S’가 붙으면 더 가벼운 휠과 바이크의 정보를 분석해 실시간으로 최적의 댐핑을 찾아주는 올린즈 스마트EC서스펜션이 장착된다는 의미다.

테스트는 중동 걸프만의 작은 섬나라 바레인의 바레인 국제 서킷(BIC)에서 진행됐다. F1 레이스로 유명한 이곳은 직선로가 길고 고속 구간이 많아 새롭게 더해진 윙렛과 넓어진 페어링의 에어로 다이내믹 성능을 테스트하기에 좋은 최적의 장소다. 테스트 당일은 온종일 폭우가 내렸다. 빗속에서 214마력의 슈퍼바이크를 잘 다룰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다행히도 두카티는 흠뻑 젖은 노면에서 달리기 위해서 레인타이어를 준비했다. 덕분에 빗길에서도 신나게 달릴 수 있었다.


1 두카티 파니갈레 V4 외관. 사진 두카티2 두카티 파니갈레 V4 전면부. 사진 두카티3 두카티 파니갈레 V4 휠. 사진 두카티
1 두카티 파니갈레 V4 외관. 사진 두카티
2 두카티 파니갈레 V4 전면부. 사진 두카티
3 두카티 파니갈레 V4 휠. 사진 두카티

빠르면서도 안전한 슈퍼바이크

폭우를 뚫고 달린 탓에 바이크 주변의 공기 흐름이 오롯이 느껴진다. 더 넓어진 페어링과 높아진 윈드스크린은 공기를 더욱 적극적으로 가른다. 몸을 한껏 웅크리면 바람이 정수리와 좌우 어깨만 간질일 정도다. 좌우로 넓어진 사이드페어링은 냉각 효율도 더 높였을 뿐 아니라 열기를 몸에서 더 멀리 내보낸다.

좌우에 추가된 윙렛은 고속으로 올라갈수록 프런트에 하중을 더해 시속 270㎞에서 30㎏의 다운포스를 만들어낸다. 메인 스트레이트에서 시속 280㎞ 이상 가속했을 때 윙렛이 만드는 다운포스가 더해져 프런트 휠에는 압도적인 안정감이 느껴진다. 더불어 가속 구간이 끝나고 제동을 시작할 때 앞바퀴에 하중이 실려 있어서 훨씬 안정적인 그립을 만들어준다. 덕분에 빗속에서도 온몸의 내장이 앞으로 쏠리는 느낌의 강력한 제동력을 체험할 수 있었다.

전자 장비의 업데이트도 중요한 체크 사항이다. 트랙션컨트롤은 더욱 정교하게 작동해 라이더가 느끼는 위화감을 줄이고 안정성은 높였다. 덕분에 빗속에서도 스로틀을 여는 데 전혀 부담이 없었다.

기술의 발전은 214마력의 슈퍼바이크도 이처럼 쉽게 다룰 수 있게 해 준다. 그리고 흥미로운 점은 이날 24명의 테스트라이더들이 온종일 빗속을 달렸음에도 단 한 사람도 넘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모두가 놀랐지만 파니갈레 V4에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 빠르면서도 쉽고 안전한 슈퍼바이크라니, 이런 이율배반적 명제를 가능하게 한 두카티의 기술력에 찬사를 보낸다.

국내 도로의 제한속도는 고작 1단 기어만으로도 훌쩍 넘어서는 강력한 슈퍼바이크를 도로에서만 타기는 아깝다. 하지만 레이싱 트랙이라면 슈퍼바이크의 진짜 성능을 뽑아낼 수 있다. 현재 영암과 인제에 레이싱 서킷이 활발하게 운영 중이고 한동안 문을 닫았던 태백 서킷도 리뉴얼해 운영에 들어간다. 이제 트랙에서 더 안전하고 즐겁게 슈퍼바이크의 매력을 즐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