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카티 파니갈레V2의 전자장비는 코너를 돌아나가는 중에도 매 순간 바이크를 안정적으로 조작하게 돕는다. 사진 두카티
두카티 파니갈레V2의 전자장비는 코너를 돌아나가는 중에도 매 순간 바이크를 안정적으로 조작하게 돕는다. 사진 두카티

모터바이크는 위험하다. 태생 자체가 달리지 않으면 넘어질 수밖에 없게 설계됐다. 이렇게 ‘위험한 탈것’이 주는 스릴이 모터바이크의 매력 중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도 인정한다. 외부로 몸이 노출된 상태로 철갑을 두른 자동차 사이를 다녀야 하며 눈, 비라도 내리면 도로는 미끄러운 장애물이 된다. 이 탈것을 왜 아직도 금지하지 않는지 의아해하는 사람도 많다. 수많은 사고에서 모든 죄는 모터바이크에 씌워졌다.

자동차는 사고로부터 운전자를 지켜주기 위해 끊임없이 발전했다. 요즘 차는 여러 개의 에어백을 기본으로 장착했고 차체가 미끄러지면 자세를 회복시켜주는 기능도 갖췄다. 차선을 유지해주는 것을 넘어 자율 운전까지 할 수 있게 됐다. 운전자가 졸고 있는지도 감시한다.

그렇다면 모터바이크의 안전성은 과연 어느 정도 개선됐을까. 여전히 엔진에 바퀴 두 개를 달아놓고 운에 목숨을 맡기는 위험한 탈것일까. 그래서 요즘 모터바이크가 라이더를 지켜주는 기술을 소개해 본다.

최근 나온 모터바이크에는 대부분 차량의 미끄러짐 현상을 방지하는 ABS(Anti-lock Braking System)가 기본으로 장착된다. 대형 바이크에는 오래전부터 상식처럼 쓰이고 있지만 최근에는 125㏄ 이하 모델에도 기본으로 장착되고 있다. 이름처럼 바퀴의 잠김을 방지하는 원리는 자동차와 같지만 모터바이크의 ABS는 넘어지지 않기 위한 목적이 크다. 이륜차는 특성상 제동 중에 앞바퀴가 잠기면 순식간에 차량이 넘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앞뒤 브레이크가 동시에 제어되는 연동 브레이크 시스템도 대형 바이크에는 기본으로 채택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기울기를 감지해 코너를 돌 때 ABS 개입을 조절하고 전후 제동력을 실시간으로 배분해 차체를 안정화하는 코너링 ABS가 대형 모델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IMU(Inertial Measurement Unit)도 있다. 우리말로는 관성 측정 장치라고 하며 6축으로 차체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장치로 우리 귓속의 세반고리관 같은 역할을 한다. 그저 자그마한 센서 하나지만 이 장치의 도움으로 바이크가 얼마나 기울어있는지, 감속 중인지, 가속 중인지, 혹은 뒤가 미끄러지는지 앞이 불안정한지 등 세밀한 움직임 정보를 얻는다. 이를 응용할 수 있는 기술이 무궁무진하다. 현재 ABS, 트랙션컨트롤, 코너링라이트, 윌리 컨트롤, 세미액티브 서스펜션 등 거의 모든 전자장비가 이 IMU의 도움을 받아서 더 정교하게 작동하고 있다.

트랙션 컨트롤 시스템(TCS·Traction Control System)은 출력이 넘쳐 뒷바퀴가 헛돌며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하는 기술이다. ABS와 같이 휠의 속도센서를 이용하는 것이라 ABS의 보급과 동시에 세트로 장착되기 시작했다. 초기의 TCS는 개입의 정도가 지나쳐 주행감각을 해치는 단점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위에서 설명한 IMU의 정보를 바탕으로 아주 정교하게 작동한다. 여기에 라이더 실력에 따라 개입 정도를 세밀하게 설정할 수 있다. 이 시스템 도입 이후에 라이더의 하이사이드(미끄러지며 중심을 잃은 바이크가 갑자기 그립을 되찾을 때 발생하는 충격으로 라이더가 바이크에서 떨어지는 현상) 사고가 급감했다.

최근 자동차 사망사고가 줄어드는 것은 역시 에어백의 역할이 클 것이다. 하지만 모터바이크에도 에어백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혼다 골드윙 시리즈에 에어백이 장착된 지 벌써 10년이 지났다. 정면충돌 시 시트 앞쪽에 대형 에어백을 터트려 충격을 완화해주는 방식으로 충돌 시 안전도를 자동차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이뿐만이 아니라 라이더가 입는 방식의 에어백도 있다. 이전에는 라이더와 바이크를 안전 로프로 연결하고 사고로 로프가 당겨지면 터지는 기계식이었다. 이제는 시간이 흘러 기술의 발전으로 센서를 통해 사고를 인지해 작동하는 에어백이 등장했다. 이미 모터바이크의 F1레이스라고 할 수 있는 모토GP에서 그 성능을 인정받고 있다. 일반 소비자를 위한 제품도 레이싱 슈트부터 투어링 재킷까지 속속 출시되고 있다.

자동차에 장착되는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이 모터사이클에도 적용된다. 목표 속도와 안전거리를 설정하면 원하는 속도로 달리다가 전방의 차량이 가까워지면 저절로 속도를 줄이고 앞차와 일정 거리를 유지한다.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한눈을 팔다가 추돌하는 사고를 확실하게 줄여줄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후방이나 사각지대에 차량이 접근하면 사이드미러의 발광다이오드(LED)로 경고해주는 사각지대 감지경고 기능도 지원된다. KTM과 두카티, 할리데이비드슨 등 많은 브랜드가 이 기능을 개발 중이다.

BMW가 개발 중인 커넥티드 라이드는 첨단 정보기술(IT)을 자동차와 모터사이클 양측에 접목했다. 핵심은 자동차와 모터사이클이 각각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데이터와 이동속도 전방카메라를 분석하고 정보를 공유해 충돌을 예상해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다. 사고의 대부분이 차량이 모터사이클을 인지하지 못해서 생기는 것이기에 반가운 기술이다. 자동차에 자율 주행 시스템을 탑재하게 되는 미래에는 더 중요한 기술이 될 것이다.


1 밀라노 EICMA쇼 보쉬 부스에 전시된 KTM 1290슈퍼어드벤처S. 사진 양현용2 KTM이 보쉬와 함께 개발 중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전면 센서. 사진 양현용 3 혼다 골드윙은 2010년부터 에어백을 탑재한 모델을 선보였다. 사진 혼다 4 에어백이 내장된 재킷으로 라이더의 가슴과 쇄골을 보호해준다. 사진 다이네즈
1 밀라노 EICMA쇼 보쉬 부스에 전시된 KTM 1290슈퍼어드벤처S. 사진 양현용
2 KTM이 보쉬와 함께 개발 중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전면 센서. 사진 양현용 
3 혼다 골드윙은 2010년부터 에어백을 탑재한 모델을 선보였다. 사진 혼다 
4 에어백이 내장된 재킷으로 라이더의 가슴과 쇄골을 보호해준다. 사진 다이네즈

가장 중요한 마음속 브레이크

세상의 모든 라이더가 무모하지는 않다. 요즘에는 많은 라이더가 더 안전하고 편안한 헬멧과 몸을 보호해주는 라이딩기어에 돈을 지불하는 걸 아끼지 않는다. 그리고 더 안전하게 타기 위해 라이딩 스쿨 등을 통해 교육받고 스킬을 키운다. 이 모두가 다치지 않고 모터바이크를 오래 즐기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자장비가 없는 모터바이크라고 다 위험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라이더 ‘마음속의 브레이크’가 가장 중요한 안전장비다. 모든 상황에서 미리 마음속 브레이크로 속도를 줄여주는 것, 이것만 장착한다면 어떤 모터바이크도 위험하지 않다. 잘못은 항상 라이더에게 있었고 모터바이크는 언제나 무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