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4년 한국전쟁 휴전 직후 방한해 미군을 위해 위문공연한 마릴린 먼로의 모습. 사진 위키피디아
1954년 한국전쟁 휴전 직후 방한해 미군을 위해 위문공연한 마릴린 먼로의 모습. 사진 위키피디아

뉴욕타임스 부고 모음집
윌리엄 맥도널드 편저|윤서연 외 6명|인간희극
2만5000원|720쪽|7월 3일 출간

뉴욕타임스 부고(訃告)란은 열독률이 높고 많이 회자되는 지면이다. 시대를 풍미한 인물에 대한 ‘작은 평전’으로 불릴 만큼 정확도와 스토리텔링, 치밀함에서 정평이 나 있다.

이 책은 1851년 9월 18일 창간호부터 2016년까지 165년간 보도한 부고 기사 중 169건을 따로 엮어낸 것이다. 700쪽이 넘는 두꺼운 책이지만 인물당 할애된 분량은 5쪽을 넘지 않는다. 신문이라는 매체 특성상 한 인물의 생애와 업적이 압축적으로 요약돼 있기 때문이다. 시대에 중요한 발자취를 남겼다는 데 반론의 여지가 없는 인물들만을 선별했기 때문에 역사서로도 훌륭한 역할을 한다. 레닌·히틀러·마오쩌둥 등 국제 정치인부터 피카소·거슈윈·마릴린 먼로 등 문화·예술계 인물, 포드·잡스 등 재계 거물, 알 카포네·오사마 빈 라덴 등 악명 높은 인물에 이르기까지 지역·선악·이념을 초월해 선별했다.

편저자 윌리엄 맥도널드는 1988년 뉴욕타임스에 입사해 2006년부터 부고 기사 편집자로 일하고 있다. 그는 서문에서 “앞으로 부고 기사는 디지털 멀티미디어나 가상현실 형태 등으로 제공될 수 있다”면서도 “한 사람의 생애를 돌이켜 보고 그 삶의 틀을 만든 시대를 조명하며, 그의 인생이 현재 우리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여주는 근본적인 역할은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그의 말처럼 한 사람의 생애를 기술하고 이를 평가한 부고 기사는 우리에게 영감과 통찰력을 준다. 글을 따라가다 보면 고인의 삶과 철학이 그의 인생에서 어떻게 피어나고 또 시들었는지 알 수 있다. 무엇보다 기자들이 경의를 담아 쓴 정제된 문장에서 품격이 느껴진다. 흥미로운 일화와 함께 구성돼 단숨에 읽어내려갈 수 있다.

부고 기사는 내용뿐 아니라 분량도 큰 의미를 갖는다. 해당 인물이 당시 현대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가늠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1955년 24세에 요절한 제임스 딘의 부고 기사 분량은 책 기준 반쪽, 영단어 기준 133단어밖에 되지 않는다. 또 편집자는 “빈센트 반 고흐, 폴 고갱, 프란츠 카프카, 안톤 체호프의 부고 기사는 뉴욕타임스에 아예 나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사망 당시 그들은 ‘전설’이기는커녕, 작품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인물에 대한 객관성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 흔적도 역력하다. 고인의 과오를 언급하길 꺼리는 우리 문화와 달리 정중하지만 날카로운 문장들로 비판했다. 코코 샤넬을 “겸손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으나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의 소유자”로 묘사했고, 피카소에 대해서는 “그에게 영향을 준 일곱 명의 여성 중 둘은 그의 아내가 되었고, 나머지 다섯 명은 세간에 잘 알려진 바대로 그의 정부들이었다”고 썼다. 히치콕 감독에 대한 평가 중에는 “그럴듯한 속임수와 비논리적인 스토리 라인, 제멋대로 발생하는 우연에 의존한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한국어 번역판에는 이승만·박정희·김일성 등 6명의 부고문을 추가로 수록했다.


인도판 구글
넥스트 실리콘밸리
다케야리 유키오|정승욱 옮김|세종서적
1만6000원|264쪽|7월 15일 출간

인도 남부의 고산 도시 벵갈루루는 ‘인도판 실리콘밸리’로, 세계 IT 기업들이 모여들고 있다. 현재 이곳에서 기술 거점을 두거나 설립 중인 곳은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인텔 등 굴지의 글로벌 기업들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기술연구소를 두고 있다.

벵갈루루가 차세대 실리콘밸리로 떠오를 수 있었던 것은 인도의 뛰어난 IT 인력 덕분이다. 매년 100만명이 이공계 대학을 졸업해 이 산업을 키운다. 게다가 과거 해외 글로벌 기업의 IT 아웃소싱 정도의 역할에 머무르던 인도는 그동안 쌓인 노하우와 인력으로 기술혁신 분야까지 섭렵해 나가고 있다. 2017년 인도 IT 업계의 수출 규모는 1540억달러로 2000년(80억달러)의 20배 가까이 커졌다.

저자는 2008년 소니의 인도 지사장으로 부임해 8년간 벵갈루루에 있는 소니 인디아 소프트웨어센터에서 근무했다. 도시명은 5년 전 영국 식민 잔재 청산 운동에 따라 ‘방갈로르’에서 원래 지명인 ‘벵갈루루’로 바뀌었지만, 책에서는 이전 표기법인 방갈로르를 썼다. 아직 방갈로르라는 명칭이 일반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방갈로르는 벵갈루루를 영어식으로 발음한 것이다.


워라밸과 일의 의미
일이 인생을 단련한다
니와 우이치로|김윤경 옮김|한국경제신문
1만6000원|292쪽|7월 25일 출간

주 52시간 제도가 도입되면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저녁이 있는 삶’ ‘자기 계발’ 등은 최근 1~2년 사이 시대를 관통하는 단어로 자리 잡았다.

이런 상황에서 이 책은 ‘꼰대’가 쓴 잔소리처럼 여겨질지도 모른다. 실제로 책의 저자는 1939년생으로 여든에 접어든 노인이다. 하지만 책을 펼쳐 읽다 보면 평사원에서 시작해 사장을 거쳐 회장 자리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한 인물의 일에 대한 철학, 경험에서 얻은 삶의 지혜를 한 수 배울 수 있다.

저자가 이토추상사 사장으로 취임한 직후 일이다. 그는 사장이 되자마자 회사에 감춰진 불량채권 4000억엔을 공개적으로 일괄 처리하면서도, 다음 해 결산에서는 사상 최고의 수익을 올렸다. 그는 이 이야기를 들려주며 신뢰를 다지는 것이 일의 기본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일하는 시간이 줄었다고 해서 삶에서 일의 중요성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여전히 우리는 일상의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일하는 데 쓰고 있고, 이 과정에서 기쁨·슬픔·분노·질투 등의 다양한 감정을 맛본다. 이 책을 통해 ‘일의 의미’를 되새겨 봐도 좋을 것이다.


트럼프와 미국 보수
보수의 감수성(The Conservative Sensibility)
조지 F. 윌|해쳇 북스
35달러|640쪽|6월 4일 출간

미국의 대표 보수 논객이 쓴 ‘미국 정통 보수주의’에 대한 책이다. 저자는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로 공화당을 오래 지지해왔지만, 2016년 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 경선 후보가 된 이후 탈당한 반(反)트럼프파다.

책 제목 ‘보수의 감수성’은 보수의 긍지와 비슷한 의미다. 저자에 따르면 이 긍지는 건국 선조에서 나온다. 그들은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나며 생명과 자유와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는다’고 믿었다. 정부는 이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저자가 말하는 미국식 보수주의는 ‘새롭고 역동적이면서도 끊임없이’ 변화를 이끄는 체제다. 그는 보수파의 대척점에 있는 진보파가 미국의 정신인 자유를 흔들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보수 최대 어젠다가 총기규제 반대, 낙태·동성결혼 반대, 지구온난화 부정 등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분노한다.

보수주의의 혼란이 낳은 최대 산물은 아마도 트럼프일 것이다. 그러나 책에는 트럼프가 한 줄도 언급되지 않는다. 트럼프를 ‘사이비 보수’로 여기는 저자가 그를 아예 무시함으로써 지금의 미국을 비판하고 ‘진정한 보수로의 회귀’를 외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