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년 역사의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2008년 9월 15일 파산 신청을 했을 당시, 미국 뉴욕에 있는 이 은행의 간판이 내려지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158년 역사의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2008년 9월 15일 파산 신청을 했을 당시, 미국 뉴욕에 있는 이 은행의 간판이 내려지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붕괴
애덤 투즈|우진하 옮김|아카넷
3만8000원|964쪽|6월 24일 발행

2008년 9월, 158년 역사를 자랑하던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했다. 원화 가치와 한국 주가는 즉각 폭락했다. 위기 전 2600억달러(약 304조원) 수준이었던 한국 외환보유액은 2000억달러(약 234조원)까지 급격히 감소했다. 한국은 같은 해 10월 말 미국과 300억달러(약 35조원) 규모의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고 나서야 한숨 돌렸다. 다름 아닌 글로벌 금융위기(리먼 사태)다.

당시 미국 부동산 시장 붕괴로 관련 금융 상품을 거래했던 미국과 유럽의 금융회사들이 줄줄이 파산하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공포에 빠졌다. 한국이 가진 부실 미국 모기지(부동산대출) 증권은 8500만달러(약 994억원)에 불과했지만, 한국은 가장 심각한 위기에 처한 나라로 꼽혔다. 한국은 왜 미국발(發) 금융위기에 유독 큰 고통을 받았을까.

이에 대해 저자는 당시 이미 고도로 국제화했던 한국 금융 시스템을 지목한다. 미국 달러화 의존도가 높았던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서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타격이 컸다는 것이다.

특히 한반도를 둘러싸고 열강이 각축을 벌이며 국제 정세의 흐름에 크게 좌우되는 한국의 지정학적 입지 역시 글로벌 금융위기가 재발할 때는 언제든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리먼 사태가 트럼프 당선으로 연결

저자의 분석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파장에 집중된다. 그는 2008년 리먼 사태가 2016년 미국 대선에서 ‘정치적 이단아’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으로 연결됐다고 주장한다. 1980년대 중반부터 지속됐던 세계 경제의 안정기가 초유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정치적 위기로 전이됐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도 민족주의와 외국인 혐오의 분위기를 공통분모로 하는 극우 정당이 세력을 불렸고, 프랑스와 그리스를 비롯한 유럽에서는 온건한 좌파가 몰락했다. 특히 서구 사회에서는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포퓰리즘 정치가 고개를 들었다. 저자는 “포퓰리즘이야말로 현 서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런 정치적 변화의 배경에는 은행과 채권자에게 유리한 구제금융 방식이 추진되고, 위기 대응 실패가 누적되면서 정부 재정 긴축에 따른 복지 프로그램 축소로 인해 대중의 고통이 가중된 점이 있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저자는 “금융위기와 그 여파를 분명하게 진단하고 슬기롭게 대처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한국어판에는 한국을 위한 특별 서문도 포함됐다. 저자는 특별 서문에서 “이 책을 한국처럼 고도로 국제화된 국가들이 경제뿐만 아니라 평화와 지정학적 측면에서 세계화의 물결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지침서로 읽어주기 바란다”고 적었다. 저자는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로 경제사 분야에서 주목받는 인물이다.


6·25전쟁의 기록
이런 전쟁
T. R. 페렌바크|최필영·윤상용 옮김
플래닛미디어|3만9800원|824쪽|6월 14일 발행

6·25전쟁 참전용사이자 역사 저술가인 T. R. 페렌바크가 쓴 6·25전쟁사다. 전쟁 공식기록·작전계획·역사기록물·회고록·신문 등 방대한 자료를 모으고 세밀한 검증을 거쳐 1963년에 출간했다. 올해 6·25전쟁 69주년을 맞아 한국어판으로 나왔다. 저자는 “지나치게 관대한 대학 미식축구 코치나 감독은 곧 다른 일자리를 찾아보게 되는데 이는 그들이 이끄는 팀이 더 강하고 더 열심히 하는 팀에 패하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평화로운 시기에 병사들을 강하게 훈련시키고 혹독하게 관리하는 미군 장교는 의문의 여지없이 보직에서 해임된다”고 적었다. 책의 메시지는 ‘전쟁에 대한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싸울 준비가 되지 않은 국민은 정신적으로 항복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일갈한다. 전쟁에 대해 정치적으로 그럴듯한 것을 아는 것이 아니라 ‘정말 무엇이 필요한가’를 아는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책은 미국 육군사관학교의 필독서로 지정됐다. 저자 본인이 6·25전쟁에 참전했다는 사실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만큼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려고 노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명 요리사 40인의 에세이
세기의 셰프, 세기의 레스토랑
킴벌리 위더스푼·앤드루 프리드먼|김은조 옮김
BR미디어|1만6000원|368쪽|6월 4일 발행

페란 아드리아(63)는 생존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요리사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인근의 해변 마을 로세스에서 ‘엘불리(El Bulli)’라는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미식(美食)의 개념을 근본적으로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드리아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스페인 국경도시 제로나에서 열리는 국제의학회 만찬을 위해 3200인분의 음식을 준비하는데 메인 재료로 손질해 둔 바닷가재 1000마리가 본인의 보관 실수로 모조리 상한 것을 만찬 하루 전날 밤에 발견한 것이다. 그는 공황상태에 빠졌으나 절망하지는 않았다. 즉시 동료 요리사 100명과 함께 ‘바닷가재 수배’에 나섰다. 몇 시간 만에 500마리를 구해 다른 재료와 함께 요령껏 만찬을 무사히 마쳤다. 그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잘못된 상황은 실제로도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라며 “요리사는 모든 면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직업이다”라고 말한다.

책은 미국과 유럽을 대표하는 유명 요리사 40인의 에세이를 모았다. 주방에서 벌어지는 사건·사고를 소개하며 어떻게 재난을 극복했는지를 이야기한다.


인생은 마음먹기 달려
커피콩(Coffee Bean)
존 고든|와일리
11.9달러|112쪽|7월 2일 발행

누구에게나 인생은 힘들다. 때로 인생은 물이 팔팔 끓고 있는 냄비처럼 느껴질 수 있다. 인간은 냄비 안에서 약해지는 당근, 반대로 굳어지는 달걀의 삶을 선택할 수도 있다. 아니면 향기로운 커피의 원료인 커피콩이 되는 삶을 택할 수도 있다. 책은 환경을 바꾸고 도전하고 긍정적인 변화를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어른을 위한 동화다.

책은 학교와 가정에서 도전과 압력에 직면하면서 스트레스와 공포로 가득 찬 삶을 산 학생 에이브의 변화를 따라간다. 에이브는 방과 후 선생님과 상담에서 자신의 환경이 자신을 더 나쁘게 변화시키는 대신 마음먹기에 따라 자신이 처한 환경을 더 좋게 바꿀 수 있다는 점을 발견한다.

이후 에이브는 영감(靈感)을 찾아 일종의 여행을 떠난다. 학교, 군대, 재계에 이르기까지 그의 선택이 그를 어디로 데려가는지를 보여준다. 에이브는 본인이 처한 환경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는 간단한 교훈이 인간 내부에 잠재된 긍정적인 에너지를 어떻게 분출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결국 인생은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라는 게 책의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