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된 2008년 9월 파산사태 이전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의 뉴욕 본사. 사진 블룸버그
글로벌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된 2008년 9월 파산사태 이전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의 뉴욕 본사. 사진 블룸버그

진화작업(Firefighting)
벤 버냉키 外|펭귄북스
11달러|240쪽|4월 16일 출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 경제정책의 수뇌부를 구성했던 3인(벤 버냉키, 티머시 가이트너, 헨리 폴슨)의 회고록이다. 버냉키 당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금융위기에 맞서 사상 초유의 양적완화(QE)를 감행했다. 그는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려서라도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고 말해 ‘헬리콥터 벤’이란 별명을 얻었다. 연준은 시중 은행이 가지고 있던 미국 국채와 주택담보부채권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총 세 차례의 양적완화를 단행했고, 이 과정에서 사들인 채권 자산이 무려 4조5000억달러(약 5150조원)에 달했다.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폴슨은 당시 재무부장관을, 가이트너는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를 각각 맡고 있었다. 가이트너는 폴슨의 후임으로 재무부장관을 지냈다.

양적완화가 소비와 투자 증가로 이어지는 효과가 미미했다는 비판도 많다. 그럼에도 양적완화라는 과감한 실험이 “적당한 위험을 수반한 최선의 정책(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이었으며, 금융시스템 붕괴라는 최악의 위기를 모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에는 이견의 여지가 적다.

이런 종류의 회고록은 보통 당사자의 업적 과시나 변명이 주를 이루는 경우가 많다. 책에도 그런 내용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부수적이다. 저자들은 그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러온 본질적인 원인과 극복과정의 교훈에 주목한다.


위기 불감증의 원인은 ‘자만’

저자들이 생각하는 만연했던 ‘위기 불감증’의 주된 원인은 ‘자만심(hubris)’이다. 대부분의 제도권 경제학자들은 파생상품(derivatives)처럼 혁신적인 투자상품의 등장으로 금융위기 발생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반대였다. 파생상품 거래의 상당 부분이 금융감독당국의 규제 밖(그림자금융)에서 이뤄진 것이 문제였다.

한때 버냉키의 후임 연준 의장 물망에 올랐던 ‘천재 경제학자’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가 파생상품 규제에 반대했던 대표적인 인물이다. 서머스는 재무부장관 시절 상업은행과 투자은행 업무를 엄격히 분리해 온 ‘글래스 스티걸 법’ 폐지에도 앞장섰다. 이에 따라 상업은행들이 리스크 높은 투자은행 업무에 무분별하게 진출하면서 2008년 금융위기를 자초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저자들은 이 같은 이유로 “혁신이란 이름으로 금융시스템의 적절한 보호장치를 훼손해서는 안 되며, 최악의 상황에서도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보호장치를) 보수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금융위기 재발 가능성과 대처 역량에 대해서는 마지막 장(章)을 온전히 할애해 공을 들인다. 결론은 비관적이다. 실업률과 주가 등 미국 경기 지표는 매우 좋지만, 기준금리가 2.25~2.50%로 금융위기 이전(4~5%대)보다 매우 낮기 때문에 또 다른 금융위기가 닥칠 경우 대규모 양적완화를 밀어붙일 여력이 없다. 2100억 달러(약 240조원)를 상회하는 엄청난 재정적자도 큰 부담이다.

버냉키 전 의장은 지난해 “위기 징후를 전혀 감지하지 못했고, 경제적인 피해도 과소평가했다”며 자기반성을 했다. 그것으로 모자라 다른 두 주역과 함께 회고록을 내고 강연도 함께 다니며 당시 상황을 철저히 복기했다. 우리는 아시아 외환위기의 아픈 경험을 통해 무얼 배웠을까.


인턴이 된 CEO
일터의 현자
칩 콘리|박선령 옮김|쌤앤파커스
1만6000원|324쪽|4월 15일 출간

페이스북의 셰릴 샌드버그와 스티브 잡스의 스승 빌 캠벨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창업자보다 15세 이상 나이가 많다는 것과 창업자에게 부족한 경험과 지혜를 바탕으로 회사 성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기업가치 34조원의 숙박 공유업체 에어비앤비의 성공도 이들과 비슷한 역할을 한 인물이 있어 가능했다. 글로벌 숙박 부문 총책임자인 저자 칩 콘리가 그 주인공이다. 콘리는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26세에 ‘주아 드 비브르 호스피털리티’라는 호텔 체인을 창업했다. 이후 24년간 CEO로 재직하면서 ‘주아 드 비브르’를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부티크 호텔 브랜드로 키웠다.

그런 그가, 52세 되던 해에 돌연 회사를 처분하고 에어비앤비의 고문 겸 인턴으로 입사했다. 그의 경험과 노하우는 에어비앤비가 호텔처럼 세련되고 친근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바탕이 됐다. 그의 조언을 바탕으로 중간 관리자들을 위한 ‘리더십 개발(L&D)’ 프로그램도 만들어, 30세 전후의 리더들을 효과적으로 교육할 수 있었다. 시니어의 지혜를 어떻게 성장의 디딤돌로 활용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책이다.


성공하려면 ‘결단력 근육’을 키워라
결단
롭 무어|이진원 옮김|다산북스
1만7000원|324쪽|4월 12일 출간

국내에서도 각각 15만 부 넘게 팔린 경제·경영 분야 베스트셀러 ‘레버리지’와 ‘머니’의 작가 롭 무어의 신작이다. 영국 출신의 부동산 사업가인 저자는 자수성가한 백만장자 500명의 공통점을 추적했고, 그 과정에서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 바로 남다른 ‘결단력’이다. 워런 버핏이 수십억달러의 투자를 단호하게 결정해 집행하고, 리오넬 메시가 슛을 쏠 타이밍을 정확히 결정해 실행에 옮기는 것도 남다른 결단력의 산물이라는 설명이다.

결단력이 없는 사람들은 꾸물대다가 중요한 시기와 막대한 이익을 눈앞에서 놓쳐버리기 일쑤지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운동을 통해 몸의 근육을 키우듯, 훈련을 통해 ‘결단력 근육’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와 관련해 “거대하고 위대한 결정을 해야 한다는 부담을 떨쳐야 한다”며 ‘빠르게 결정하고 신속하게 행동에 옮기는 훈련’을 할 것을 주문한다. 일단 확신이 들면 결단을 내리고 차후에 수정을 통해 완벽함에 이르는 연습을 하는 것이 낫다는 이야기다. 저자는 현재 영국에서 가장 큰 부동산 기업인 ‘프로그레시브 프로퍼티’를 운영 중이다.


‘제과업계 대부’ 탄생 100주년 평전
식(食)은 생(生)이다
이웅규|지에이북스
4만원|544쪽|4월 5일 출간

크라운제과(현 크라운해태제과) 창업주인 백포 윤태현 전 회장(1919~99)의 일대기를 다룬 평전이 나왔다. 윤 회장은 과자라고는 미군 부대에서 암시장으로 흘러들어온 것들이 전부였던 1947년, 스물여덟 나이에 서울 중림동 ‘영일당’ 빵집을 열었다. 영일당은 황해도 옹진의 상미당(1945년), 서울 종로의 고려당(1945년), 장충동 태극당(1946년) 등과 함께 해방 이후 ‘빵문화’를 선도했다. 상미당은 ‘파리바게뜨’ 체인을 운영하는 SPC그룹의 전신이다.

영일당이 1956년 ‘크라운제과’로 이름을 바꾸면서 개발한 과자가 국내 제과업계 최장수 스테디셀러로 사랑받고 있는 ‘크라운산도’다. 빅파이, 쿠크다스, 콘칩, 죠리퐁, 초코하임, 참크래커 등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은 먹어봤을 제과업계의 스테디셀러들이 모두 윤 전 회장 재임 중 크라운제과에서 탄생했다. 윤 전 회장 탄생 100주년과 타계 20주기를 기념해 시인이자 예술경영운동가인 이웅규 백석대 관광학부 교수가 집필을 맡았다. 약 200점에 달하는 미공개 사진과 사료, 인터뷰 기사, 기고문 등이 볼거리를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