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서 유명인으로 꼽히는 유튜버 박막례씨가 한 행사에서 팬에게 화장을 직접 해주면서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조선일보 DB
유튜브에서 유명인으로 꼽히는 유튜버 박막례씨가 한 행사에서 팬에게 화장을 직접 해주면서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조선일보 DB

유튜브 컬처
케빈 알로카 지음|엄성수 옮김|
스타리치북스|420쪽|1만5000원

“외계인이 우리 지구에 대해 알고 싶어 한다면 구글을 보여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인간에 대해 알고 싶어 한다면 유튜브를 보여줄 것이다.”

유튜브에서 문화·트렌드 매니저로 근무하는 케빈 알로카(Kevin Allocca)가 당당하게 외친 말이다. 그가 책도 썼다. 지난 7년 동안 유튜브 현상을 관찰하고 분석해서 쓴 책 ‘비디오크라시(Videocracy·2018년)’다. 책의 원제는 인터넷 시대에 정보가 바이러스처럼 퍼진다는 ‘Go viral’(입소문 나다)에서 따온 ‘Viral Video’에 바탕을 둔 것. 정보 기술 시대에 가장 왕성한 바이러스로 꼽히는 유튜브 동영상에 의해 형성되는 현실 체계를 폭넓게 가리킨다.

국내에선 지난해 9월 ‘유튜브 컬처’란 제목으로 출간됐다. 한국어판 제목이 ‘컬처’를 내세운 것은 우리 사회에서 ‘문화’란 말이 시대 정신에서 세태 풍속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군사정권 시대엔 ‘군사문화’란 말이 득세했고, 결혼풍속과 관련해 ‘혼수문화’란 말이 통용되지 않는가. 유튜브는 미디어문화 혹은 대중문화, 하위문화의 영역으로 여겨진다. 아무튼 ‘유튜브 컬처’는 정보와 창조, 유희가 뒤섞인 인터넷 문화의 최신 현상을 경쾌하게 제시하고 풀이한 책이다.

서구에서 모더니즘은 사진과 영화를 통해 복제예술의 시대를 열면서 만개했다. 복제예술은 대중문화의 중심이 됐지만, 그 생산 주체는 여전히 엘리트 예술가와 제작자의 몫이었다. 인터넷을 통해 동영상이 무한하게 복제되는 시대에 유튜브는 대중이 스스로 만들고 저마다 다른 공동체를 통해 소비하는 복제예술의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물론 대중문화산업의 거대 자본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지만, 대중의 사소하고 조야한 유튜브 동영상이 예상치 못한 틈새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이 평가한다. “오늘날의 미디어 문화는 산업혁명과 매스미디어가 출현하기 이전의 문화에 더 가깝다. 소수의 엘리트 집단이 아닌 일반 대중의 독특한 현실과 열정, 두려움이 반영된 민속 예술을 통해 창의성이 표현되던 시대의 문화 말이다. 오늘날 일반 대중도 대중 예술과 엔터테인먼트에 대규모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유튜브 시청자는 ‘구경꾼’ 아닌 ‘참여자’

저자는 유튜브가 보여준 가장 큰 혁신이 ‘민주적인 배분의 힘’이라고 했다. 전통 미디어는 대다수 사람들이 똑같은 것을 보면서 행복해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유튜브는 사람들이 저마다 보고 싶은 것에 참여해 그것에 변화를 주고 진화를 거듭하도록 한다는 것. 국가 권력이나 거대 자본이 통제할 수 없는 민주주의 바이러스가 유튜브를 통해 퍼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 책은 당연히 유튜브를 통해 조회 수가 많은 동영상이나 하루아침에 유명인이 된 성공사례를 다양하게 제시한다. 이 책은 더 나아가서 유튜브가 ‘유명인’ 개념을 바꾼 현상을 설명한다. 과거에 ‘유명인’이란 ‘여러 연령대와 지역을 초월해서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알아볼 만큼 잘 알려진 인물’이었다. 그러나 이 책은 “유튜브에서는 ‘모든 사람’보다 ‘누군가’에게 잘 알려진 사람들을 점점 더 많이 접하게 된다”고 구별한다. 유튜브의 유명인은 ‘대중문화 귀족이라기보다는 친구’처럼 느껴지고, 그 유명인을 좋아하는 시청자는 유명인과의 대화를 통해 콘텐츠의 변화를 돕기도 한다는 점에서 구경꾼이라기보다는 ‘조력자’에 가깝다는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단순한 시청자들이 아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 모두 참여자들인 것이다”라는 선언이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이다.

박해현 조선일보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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