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중국 각 성에는 50여 개 유령 도시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 블룸버그
현재 중국 각 성에는 50여 개 유령 도시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 블룸버그

중국, 부채의 만리장성
디니 맥마흔|호튼 미플린 하코트|28달러|288쪽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많은 국가는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경기를 부양했다. 중국은 경기 부양을 위해 은행이 전면에 나섰다. 은행이 대출 규모를 폭발적으로 늘린 것이다. 사람들은 돈을 빌려 새로운 집을 짓고 공장을 세우고 인프라를 건설했다. 이 결과 2016년 중국의 부채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260%에 달했다. 2008년(160%)과 비교하면 100%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새로 지은 집과 도로가 사람과 차로 가득 차면 그만큼 경제가 활기를 띠는 것이므로 좋다. 그런데 중국의 수많은 도시에는 텅 빈 아파트와 돌아가지 않는 공장이 즐비하다. 

고속 성장할 것 같았던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둔화하면서 당장 은행권의 부실채권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중국에는 제도권 밖에 있는 금융기관(그림자 금융)을 통해 대출받는 기업도 많다. ‘중국판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위기’로 돌아올 것이란 우려도 쏟아지고 있다.

중국 회사 가운데는 이익을 내지 못해 이미 부채 상환 능력을 상실한 곳이 많다. 그런데 파산하지 않고 살아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중국에는 약 3500개의 ‘좀비 기업’이 있다.  


빚으로 쌓아올린 유령 도시만 50곳

2005년부터 2015년까지 월스트리트저널 베이징 특파원, 다우존스뉴스 상하이 특파원으로 근무하며 금융을 주로 취재해 온 저자는 ‘중국, 부채의 만리장성(원제 China’s great wall of debt)’이란 책에서 부채로 쌓아올린 중국 경제 시스템의 민낯을 까발린다.

저자는 ‘부채의 경제’가 금융 시스템뿐 아니라 지방정부에도 똑같이 나타난다고 말한다. 중국에는 우리나라의 ‘도(道)’와 같은 개념인 성(省)이 있는데, 각 성이 일단 부채로 도시를 쌓아올리고 있다. 주택을 짓고 인프라를 갖추는 과정에서 국내총생산이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2013년 중국 정부가 세운 주택 건설 계획에 따르면, 중국은 이미 34억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도시 계획을 마련했다. 현재 중국의 인구가 14억 명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이렇게 만들어진 신도시의 상당수가 유령 도시로 전락할 것이란 예상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공실률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지만, 저자는 유령 도시가 최소 50개는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문제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회사가 무너지고 금융 시스템이 흔들릴 경우 정치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에 ‘현 체제의 안정성’을 택한 것이란 게 저자의 주장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러 시사점을 주는 책이다. 오는 10월 미지북스에서 ‘중국의 거대한 부채’라는 이름으로 번역 출간될 예정이다.


금리 상승기에 대비하라
경제 흐름을 꿰뚫어보는 금리의 미래
박상현|메이트북스
1만6000원|302쪽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RB)와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의 자산 총액 합계는 2017년 기준 약 14조4000억달러다. 양적 완화 정책이 시행되기 이전인 2008년 초와 비교하면 약 11조달러가 증가한 것으로 미국과 유럽, 일본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합계의 39%에 달하는 규모다. 약 10년간 제로금리 수준의 11조달러가 금융기관과 자산시장, 가계, 기업 등으로 흘러 들어간 덕분에 경기가 회복하고 자산가격이 상승할 수 있었다. 

그러나 초저금리 시대는 막을 내리는 분위기다. FRB는 올 들어 두 차례 금리를 올렸고, 두 차례 더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유럽과 일본의 경기도 회복세를 보이면서 ECB와 일본은행도 당장 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더라도 시중에 유동성을 제공하는 양적 완화 정책을 중단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국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금리가 상승할 경우 당장 이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책에 따르면 금리가 1% 상승할 때마다 이자 부담 금액은 연간 1000억달러 이상 증가한다. 금리 상승에 대비한 투자 전략을 세울 때 참고가 될 만하다.


전설의 여기자, 자신과의 인터뷰
나는 침묵하지 않는다
오리아나 팔라치|김희정 옮김|행성B
2만2000원|288쪽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이 한 외국 여기자와 인터뷰했을 때 일이다. 기자는 “대통령보다 큰 명성과 인기를 누리는 이유가 뭔가요”라고 슬쩍 미끼를 던졌다. 키신저는 “중요한 건 내가 항상 혼자 행동한다는 겁니다. 미국인은 말 타고 혼자 맨 앞에 서서 마차행렬을 이끄는 카우보이를 좋아합니다”라고 했다. 

키신저는 두고두고 “대통령을 무시하고 혼자 잘난 척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 여기자가 바로 이탈리아의 오리아나 팔라치였다. 책은 팔라치의 자전적 소설, 생전에 팔라치를 인터뷰한 기사, 개인 소장 미공개 메모 등을 재구성해 자서전처럼 만든 것이다. 어린 시절 부모를 따라 파시스트 독재 정권에 항거하는 레지스탕스 운동에 참여했던 일화부터 작가를 꿈꿨지만 생계 때문에 피렌체 지역 신문사에서 기자로 첫발을 디뎠던 것, 종군기자로 활약했던 이야기, 결혼과 낙태관까지 한 여성의 생애와 신념을 담고 있다. 

용기가 있다고 두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라며 베트남 전쟁 때 너무 두려워서 위와 장이 수축하고 경련을 일으킬 정도였다고 밝힌 대목은 인간적인 팔라치를 보여준다.


나를 되돌아보는 지혜의 심리학
어쩌면 우리가 거꾸로 해왔던 것들
김경일|진성북스
1만5000원|272쪽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의 저명한 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 교수는 한 연구에서 초콜릿이나 달콤한 과자를 눈앞에 두고 먹지 말고 참으라고 한 경우, 이후 주어진 어려운 계산이나 논리 문제를 다른 사람들에 비해 훨씬 일찍 포기하는 것을 발견했다. 무언가를 억제하기 위해 에너지를 쏟아부은 탓에 다음 일에 쓸 에너지가 거의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나쁜 습관을 끊으려고 할 때 가장 강력하게 나타난다. 금연을 목표로 하는 한 회사원이 부하직원의 무성의한 일처리에 부아가 치밀었다. 공개적으로 그를 나무랄 수가 없어 분노 감정을 애써 참았다. 그는 결국 일과가 끝나자마자 편의점으로 달려가 담배 한 갑을 샀다. 

나쁜 습관을 고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TV를 보면서 군것질하는 습관을 고치려면 대신 할 수 있는 것을 마련해야 하는 식이다. 책은 이 밖에도 물리적으로 똑같이 주어지는 24시간이 누구에게는 왜 짧게 느껴지는지, 좋은 롤모델이 되고자 하는데 왜 나쁜 행동만 주목받는지 등 평소 ‘우리가 거꾸로 하고 있던 것’과 이를 제자리로 돌릴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