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의 마리아 칼라스. 사진 워너 뮤직
젊은 시절의 마리아 칼라스. 사진 워너 뮤직

1977년 9월 16일 전설의 디바 마리아 칼라스가 53세를 일기로 프랑스 파리에서 타계했다. 측근들은 수면제 과용에 따른 심장마비를 사인으로 알렸다. 43년이 지났지만 칼라스가 남긴 음악적, 상업적 영향력은 여전하다. 디바의 자취와 기록 하나하나가 지금도 금전과 연결된다.

칼라스는 1965년 은퇴했다. 1974년 한국과 일본을 순회하는 연주 여행으로 재기를 꿈꿨지만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1974년 11월 11일 일본 삿포로 콘서트를 끝으로 공식 연주를 마감하고 이후에는 파리에 칩거하면서 자택과 샹젤리제 극장에서 피아노 반주에 비공개 리허설만 했다.

2004년 11월 칼라스 소유 보석이 소더비 경매에 나왔다. 경매 직후 칼라스와 절친했던 연출가 프랑코 제피렐리는 칼라스의 독살 의혹을 제기했다. 제피렐리는 검시 없이 서둘러 진행된 화장 과정에 지인 그룹이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언론은 칼라스 만년에 후견인을 자처한 반주자 바소 데베치를 용의자로 지목하고 그의 유족을 경매 출품자로 거론했다. 하지만 소더비는 경매 출품자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았다. 열한 점의 보석은 219만스위스프랑(당시 환율 약 21억원)에 모두 팔렸다.

소더비 경쟁사인 크리스티는 칼라스가 주석을 단 악보나 문인에 대한 찬사가 적힌 메모 같은 개인 서류도 경매했다. 2002년 경매에선 사인이 담긴 사진과 스승 엘비라 데 히달고에게 보낸 편지가 1만5000파운드(당시 환율 약 2800만원)에 거래됐다. 편지에는 전 남편 아리스토텔레스 오나시스와 재클린 케네디의 결혼 소식을 접한 칼라스가 “둘 다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격분한 내용이 담겼다.


바이에른 슈타츠오퍼에서 초연된 ‘마리아 칼라스의 일곱 죽음’. 사진 아베리안 스테이트 오페라
바이에른 슈타츠오퍼에서 초연된 ‘마리아 칼라스의 일곱 죽음’. 사진 아베리안 스테이트 오페라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첫 오페라 연출작 ‘마리아 칼라스의 일곱 죽음’. 사진 마르코 아넬리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첫 오페라 연출작 ‘마리아 칼라스의 일곱 죽음’. 사진 마르코 아넬리

‘움직이는 광고 모델’ 칼라스, 죽어서도 홀로그램 공연으로 화제 모아

1950년대 후반부터 10년간 카르티에, 파라온 메넬라 같은 명품 회사들에 칼라스는 ‘움직이는 광고 모델’이었다. 무대에서의 비범한 목소리뿐 아니라 시카고, 런던, 밀라노 오페라하우스에서 선보인 드레스와 장신구가 현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칼라스는 프랑스 보석 브랜드 반클리프 앤드 아펠에 애착을 보였고 파티에서 착용할 보석을 방돔 매장에 특별 주문하곤 했다. 방돔 광장이 보이는 리츠 호텔은 칼라스가 생전에 즐겨 가던 곳으로 ‘칼라스’로 명명된 스위트룸의 요즘 1박 요금은 7000유로(약 1000만원)다.

칼라스의 음악 기록은 대부분 1953년 계약한 음반 회사 EMI에 남았다. EMI는 칼라스의 타레이블 음원도 구매해 자사 카탈로그에 넣을 만큼 독점 계약에 공을 들였다. 2013년부터 EMI 음원은 레이블을 인수한 워너 로고로 팔린다. 1950년대 칼라스 전성기의 EMI 음원은 저작인접권 보호 연한 50년이 지나 퍼블릭 도메인으로 전환됐다. 이론상 누구나 칼라스 기록을 재발매할 수 있지만 워너는 재생 포맷을 바꾸고 구성을 달리해 대응한다. 도시바EMI 레이저디스크로 존재하는 1974년 도쿄 영상을 블루레이로 재출시하는 식이다.

영화 역시 칼라스의 극적 인생을 여러 차례 조명했다. 칼라스의 첫 남편 메네기니 일화를 다룬 다큐멘터리 ‘칼라스 아솔루타(2007)’, 칼라스와 오나시스의 운명적 만남을 그린 ‘칼라스와 오나시스(2005)’, 오나시스 사망 이후 파리에서 은둔하는 칼라스를 극화한 ‘칼라스 포에버(2002)’가 제작됐다. 특히 칼라스 희귀 영상을 발굴한 ‘마리아 바이 칼라스(2017)’는 다큐멘터리지만 박스오피스에서만 약 120만달러(약 14억원)를 벌었다.

2010년대 말 칼라스는 홀로그램으로 부활했다. 로스앤젤레스(LA)에서 주로 엔터테인먼트 영상 작업을 수행한 베이스 홀로그램(Base Hologram)은 기술 융합 공연인 ‘칼라스 인 콘서트’를 개발했다. 기술진이 과거 함부르크, 파리 콘서트 장면에서 채집한 칼라스의 독특한 제스처가 무대에 3차원으로 구현됐다. 다음 아리아가 나오기 전에 목소리를 풀고, 경과구에서 자주 보이는 긴 팔의 움직임, 클라이맥스에 다다를 때 몸통을 비트는 섬세한 버릇이 홀로그램으로 재창조됐다. 실제 공연에선 목소리만 남기고 오케스트라 소리를 제거한 음원이 쓰이고 라이브 오케스트라가 목소리와 싱크를 맞춘다. 공연이 끝나면 앙코르를 연호하는 동안, 진실과 허구의 유동적인 경계와 기술의 역할을 고민하게 한다. 2020년 대규모 아시아 투어가 예정됐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무산됐다.

2020-2021 오페라 개막 시즌의 최대 화제작은 9월 1일 바이에른 슈타츠오퍼에서 초연된 ‘마리아 칼라스의 일곱 죽음’이었다. 유고 출신 행위 예술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첫 오페라 연출작으로 ‘라 트라비아타’ ‘토스카’ ‘오텔로’ ‘나비 부인’ ‘카르멘’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노르마’ 일곱 개 작품에서 칼라스가 연기한 죽음을 일곱 성악가에게 분배해 재구성했다. 아브라모비치는 입수 가능한 모든 자서전과 사료, 음원과 영상을 오랫동안 검토했고, 자신과 칼라스는 모친, 파트너와 불화한 궤적이 닮아 동질감을 느낀다고 언급했다. 버버리 수석 디자인 책임자 리카르도 티시가 의상 제작에 참여했고, 칼라스가 작품 안팎에서 만난 여러 사랑에 관한 현재적 의미를 관객에게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