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니엘 부산 중식당 차오란의 대표 메뉴 중 하나인 모둠 딤섬. 사진 롯데호텔
시그니엘 부산 중식당 차오란의 대표 메뉴 중 하나인 모둠 딤섬. 사진 롯데호텔

화양연화(花樣年華)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 혹은 ‘최전성기’를 뜻한다. 호텔 시그니엘 부산 중식당 차오란(超然)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오며 든 생각은 ‘홍콩의 화양연화를 맛봤구나’였다.

차오란의 한자를 한국식으로 읽으면 ‘초연(超然)’이다. ‘현실에서 벗어난다’는 의미에 걸맞게, 식당에 들어서니 여기가 21세기 대한민국 부산에 있는 식당이란 게 믿기지 않을 만큼 화려한 별세계가 눈앞에 펼쳐졌다. 홍콩이 가장 번성했던 1920년대 유행한 아르데코풍(고전적인 직선미를 추구하는 파리 중심의 장식 미술) 인테리어 덕분에 20세기 초로 돌아간 듯했다. 넓고 기다란 형태의 다이닝 홀 맨 앞에 ‘ㄷ’ 자 모양 바(bar) 테이블이 있다. 조건형 차오란 헤드 매니저는 “바에 걸터앉아 위스키나 칵테일 등 술을 드실 수 있고, 단품 요리로 점심이나 저녁을 간단하게 드실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메뉴판은 홍콩식(式) 중국 음식으로 가득하다. 정통 중식을 기반으로 하되 프랑스·영국·일본·미국 등 전 세계 식재료·조리법을 융합해 전에 없던 새로운 맛을 창조해 내는 것이 홍콩식 중식이다. 애피타이저로 가장 많이 주문하리라 짐작되는 ‘차오란 모둠 딤섬 3종’이 대표적이다. ‘트러플 교자’는 전분으로 만들어 쫄깃하면서도 반투명하게 비치는 만두 속에 서양 3대 식재료 중 하나로 꼽히는 송로버섯(트러플)과 역시 서양에서 고급 채소로 즐겨 먹는 아스파라거스를 다져 넣었다. ‘가리비 딤섬’은 당근즙으로 발그스름하게 물들인 만두피로 매콤한 XO소스를 섞은 가리비 관자를 감싸고 일식에서 주로 사용하는 날치알을 얹어 색다른 시각적 자극을 준다. 가장 대표적인 딤섬 메뉴라고 할 수 있는 하가오(鰕餃·새우 만두)에는 금박을 올려 화려함의 극치를 추구한다.

‘꿀 소스 돼지고기 바비큐(차시우·叉燒)’와 ‘크리스피 삼겹살’ 같은 홍콩의 대표 음식들도 빠짐없이 갖추고 있다. 돼지 삼겹살이나 목살에 꿀과 붉은 색소를 발라 굽는 차시우는 일부 국내 중식당에서 내기는 한다. 하지만 대개 너무 달다. 차오란에서는 양념을 과하게 하지 않았다. 홍콩 고급 중식당에서 먹는 정도의 섬세한 수준으로 절제했다. 그나마 차시우는 맛이라도 볼 수 있지만, 크리스피 삼겹살은 정말 국내에서 맛보기 힘든 메뉴다. 중국 술과 식초, 소금으로 양념해 큰 돌소금 안에 넣고 오븐에 구워낸다. 껍질은  바삭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고, 살은 부드럽고 촉촉하다. 톡 쏘는 겨자소스에 찍어 접시 바닥에 깔린 부드럽게 찐 배추와 함께 먹으면 기가 막히다. 정용재 주방장은 “이것만 세 접시 드시는 손님도 있다”며 웃었다.

이 식당의 또 다른 대표 메뉴인 ‘차오란 덕(Chaoran Duck)’은 북경오리로 흔히 알려졌지만 실은 광둥식 오리구이다. 베이징식과 광둥식의 가장 큰 차이는 ‘껍질과 살이 붙느냐 떨어지느냐’이다. 베이징식은 껍질을 살에서 완전히 분리해 따로 낸다. 바삭한 껍질과 부드러운 살을 각각 즐길 수 있다. 반면 광둥식은 껍질과 살이 붙게 썬다. 바삭함과 부드러움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어느 것이 낫다기보다는 미감(味感)의 차이다. 오리를 구울 때 나오는 육즙을 뿌려 촉촉함을 유지하도록 한다는 점도 광둥식의 특징이다.


차오란에 들어서면 1920년대 홍콩을 시간 여행하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사진 롯데호텔
차오란에 들어서면 1920년대 홍콩을 시간 여행하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사진 롯데호텔
광둥식 랍스타 계란면(왼쪽)과 차시우. 사진 롯데호텔
광둥식 랍스타 계란면(왼쪽)과 차시우. 사진 롯데호텔

디테일이 살아있는 장인의 맛

전체 메뉴 구상은 영국 런던에 있는 고급 중식당 ‘하카산’과 ‘파크 시누아’를 오픈한 말레이 출신 화교 셰프 리쯔량이 맡았다. 화려하고 고급스러우면서 모던한 중식으로 유명한 두 식당을 만든 요리사다운 감각이 차오란 음식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딤섬 전담 요리사는 홍콩에서, 바비큐 전담은 광둥성 중심 도시 광저우(廣州)에서 모셔왔다.

식당이건 명품이건 승패는 디테일에서 갈리는 법이다. 정용재 주방장이 얼마나 디테일을 챙기는지는 차오란 덕을 먹을 때 딸려 나온 ‘파’를 먹고 알았다. 오리구이를 싸 먹으라고 전병과 채 썬 파, 오이, 소스가 딸려 나온다. 이때 나오는 파는 대개 부드러운 것과 질긴 것이 섞여 있다. 차오란 덕에는 질긴 파가 하나도 없었다. 씹으면 ‘사각’ 잘렸다. 정 주방장은 “대부분 중식당에서는 아까워서 질긴 파 심지까지 다 내지만, 우리는 골라낸다”라고 했다.

밀전병도 그냥 쌓아 내지 않고 하나씩 유산지(음식이 들러붙어 떼어지지 않는 것을 방지하는 종이)로 분리해 먹기 편하게 배려했다. 딤섬을 만들 때 사용하는 전분(녹말)도 홍콩에서 들여와 쓴다. 덕분에 만두피가 질척하지 않고 홍콩에서 먹을 때처럼 탄탄한 식감이다. 이렇게 디테일에 목숨 건다면 차오란의 화양연화는 계속될 듯하다. 당분간 이만한 홍콩식 중식은 국내에서 맛보기 힘들 듯하다.


차오란

분위기 화려하고 고급스럽다. 1920년대 홍콩으로 시간 여행하는 듯하다.

서비스 최고급 호텔답게 처음부터 끝까지 물 흐르듯 자연스러우면서도 전문적이다.

추천 메뉴 점심 세트A 6만8000원·세트B 9만원, 저녁 세트A 12만원·세트B 18만원. 생강과 파를 곁들인 소고기 안심 볶음·흑후추 소고기 안심 볶음(각 6만원), 꿀소스 돼지고기 바비큐·정통 광둥 크리스피 삼겹살(3만8000원), 광둥식 랍스터 계란면(5만원), XO소스 소고기 쌀국수 볶음(2만8000원) 등 대부분 메뉴가 홍콩 현지 맛을 고스란히 살려낸다. 차오란 덕(15만원)은 하루 전 예약해야 한다.

음료 차(茶)와 와인을 함께 주는 페어링 메뉴를 추천한다. 아무래도 딤섬에는 와인보다는 차가 더 맞는 데다, 차와 와인을 함께 음식과 맞춰볼 수 있어 좋다. 차오란에서 내는 차는 모두 백차(白茶)로, 녹차나 우롱차보다 맛이 섬세해 차오란 음식과 잘 어울린다. 백차 2종과 레드와인 2종이 나오는 7만5000원짜리보다 백차 2종과 레드·화이트와인 각 1종이 나오는 5만원짜리가 더 흥미롭다. ‘비적’ ‘금문대교’ 등 중국 술을 기본으로 만든 칵테일이 훌륭하다. 눈으로 보기만 해도 돈을 내야 할 것 같은 고급 유명 와인도 벽 하나를 가득 채울 만큼 다양하게 갖췄다.

영업시간 점심 12~15시, 저녁 18~22시

예약 권장

주차 편리. 발레파킹 서비스

휠체어 접근성 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