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뒤셀도르프에 있는 펠릭스 멘델스존 동상.
독일 뒤셀도르프에 있는 펠릭스 멘델스존 동상.

수화기를 들고 전화를 걸면 흔히 나오는 곡 중에 하나다. 경쾌하고 부드러운 멜로디가 일품이지만, 음악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전화가 연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얼마 전 이 곡을 연주할 기회가 있었는데 많은 이가 이 곡을 들은 후 “아, 그 통화 연결음이 이 곡이었어?”라며 무척 놀라며 반가워했다.

펠릭스 멘델스존의 ‘무언가(Songs without Words)’에서 작품번호 69 중 제6번 ‘봄노래(Spring Song)’다. 우리 생활 근처에 늘 흐르는 음악이다.

‘무언가’는 말 그대로 ‘말이 없는 노래’, 다시 말해 가사가 없는 노래다. 가사가 없는데 어떻게 노랫말이 전해지냐고 걱정할까 봐 멘델스존은 친절히도 이런 말을 남겼다. “내가 사랑하는 음악을 통해 나의 분명한 뜻을 전달하고 싶다. 하지만 그것이 실존하는 ‘글’일 경우에는 절대 쉽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같은 단어라 할지라도 받아들이는 이들의 마음에는 다른 느낌이 느껴질 테니까. 하지만 오로지 음악으로 전달한다면, 전달하고자 하는 감성이 그대로 타인의 마음에도 전달될 것이다.”

이처럼 그는 자신의 감성과 들려주고 싶은 말을 피아노 선율에 듬뿍 담아 ‘무언가’를 작곡했다. 그는 1829년부터 1845년까지 16년이라는 기간에 8집에 48곡의 ‘무언가’를 남겼다. 1809년부터 1847년까지 짧은 삶을 살다 간 그에게 성인이 된 이후의 전부라 할 수 있는 시간에 남긴 곡이다. 멘델스존 삶의 발자취를 시적으로 음유하기에도 안성맞춤인 작품이다.

‘무언가’ 초반 작곡서 나오던 온화하고 단편적인 감성이 시간이 흘러 죽음으로 이를수록 더욱더 세밀해지고 깊어진다. ‘무언가’는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비치는 빛처럼 한 인생이 담을 수 있는 감성을 다각도로 담아내고 있다.


펠릭스 멘델스존이 독일 라이프치히 집에서 작곡하던 작업실. 사진 위키미디어
펠릭스 멘델스존이 독일 라이프치히 집에서 작곡하던 작업실. 사진 위키미디어
펠릭스 멘델스존 초상화. 사진 위키미디어
펠릭스 멘델스존 초상화. 사진 위키미디어

소박한 음악 동경하던 유럽 안정기에 탄생한 ‘무언가’

‘무언가’가 탄생할 시점의 유럽은 격변기를 지나 잠시 안정기로 접어들고 있었다. 18세기 후반 프랑스에서 시작된 대혁명은 왕정을 폐지하고 자유의 물결을 넓혀 가, 전 유럽이 전쟁에 휩싸였다. 큰 회오리가 지나가고 사회는 조금씩 진정되고 있었다. 그 전만 해도 궁전 등에서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귀족 취향을 반영하던 예술계도 점점 단순하고 소박하고 전원적인 취향으로 바뀌었다. 그림도 전원적인 풍경화나 소박한 정물화가 많이 그려졌으며 음악에서도 멘델스존의 ‘무언가’ 같은 작은 형식의 곡이 선호됐다.

48곡의 멘델스존 ‘무언가’를 획일화해서 말할 순 없겠지만, 2~3분가량의 짧은 곡이 대부분이다. 기술적으로 아주 고난도의 어려운 곡도 몇몇 있지만, 초보자도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곡이 상당히 많다. 물론 멘델스존이 전하고자 하는 언어를 대체할 수 있는 감성을 상대에게 전하고자 한다면, 상당히 깊은 정신적 수준의 음악적 이해가 있어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늘 들어도 정겹고 부담 없는 친근감일 것이다.

이 친근감이라는 말에 조금 더 부연 설명을 하면 ‘아름다운 시적 노래’다. 그렇다면 ‘피아노의 시인’인 폴란드의 작곡가 프레데리크 쇼팽의 ‘녹턴(야상곡)’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쇼팽은 일반인이 쉽게 따라부를 수 없는 이탈리아 벨칸토 아리아 창법 선율을 모방했다. 선율 사이사이 피아노로만 가능한 여러 주법을 통해 마치 성악적 감각의 환상적인 시를 선보였다. 반면 멘델스존의 ‘무언가’는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음역에 나긋이 펼쳐지는 선율이라 더욱더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친근함으로 가득하다.

그의 ‘무언가’ 작품을 들려드리고자 한다. 그중 머리말에서 잠시 언급했던 ‘봄노래’ 또한 다시 들어보시길 권한다. 수화기 너머 음악이 길어질수록 조급해지던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눈을 감고 음악을 들으며 봄 내음이 가득한 피아노 선율에 흠뻑 취해 보는 건 어떨까.


▒ 안종도
독일 함부르크 국립음대 연주학 박사, 함부르크 국립음대 기악과 강사


plus point

함께 감상하면 좋은 음반

펠릭스 멘델스존
‘무언가(Songs without Words)’
다니엘 바렌보임

48곡의 ‘무언가’ 작품 중 ‘봄노래(Spring Song)’ 말고도 재미있는 부제를 갖고 있는 곡이 꽤 있다. 그중 곤돌라 뱃사공뿐만 아니라 물안개에 휩싸인 베네치아의 모습을 담은 ‘베네치아의 곤돌라 노래(Venetian Gondola Song)’가 일품이며, 재치 있고 유쾌한 빠른 박자의 ‘물레의 노래(Spinning Song)’ 또한 듣는 이의 귀와 마음을 기쁘게 한다.

피아노 연주의 대가이자 지휘자로도 명성을 떨치고 있는 다니엘 바렌보임의 음반으로 소개한다. 그의 터치는 한 음 한 음마다 풀잎의 이슬을 머금은 듯 감성적이다.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멘델스존의 감성이 듣는 이의 마음에 바로 정확히 전달되는 것 같다.

안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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