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를 줄이고 오디오의 볼륨을 높였다. 배경음악이 깔리고 배기음에 부드럽게 박자를 맞추며 바이크 위에 폼을 잡고 앉아 있으니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을 달리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사진 모터바이크
속도를 줄이고 오디오의 볼륨을 높였다. 배경음악이 깔리고 배기음에 부드럽게 박자를 맞추며 바이크 위에 폼을 잡고 앉아 있으니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을 달리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사진 모터바이크

인디언 모터사이클은 1901년에 설립된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모터사이클 브랜드다. 비록 1950년대 이후 회사의 소유권이 이리저리 넘어가는 바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가 닥치기도 했지만 브랜드가 가진 힘과 팬들의 사랑에 힘입어 꾸준히 명맥을 이어 왔다.

인디언 모터사이클이 차세대 투어러로 선보인 ‘챌린저’는 프레임 마운트 방식의 페어링(헤드라이트와 붙은 카울)을 가진 배거 크루저다. 배거는 아메리칸 크루저 중 새들백(모터사이클 후방에 부착한 가방)을 장착한 투어링 모델을 의미한다.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크루저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르다. 인디언 모터사이클에서는 챌린저의 성능을 강조해 ‘퍼포먼스 배거’라고도 부른다. 여기에 프레임 마운트는 말 그대로 페어링이 프레임에 붙어 있어 핸들에 무게를 더하지 않는 방식을 말한다. 가장 큰 장점은 거대한 페어링이 핸들과 함께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핸들링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쯤에서 할리데이비슨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대번에 로드글라이드를 떠올릴 것이다. 전체적인 실루엣부터 그 구성이 무척 닮았다. 인디언 모터사이클도 이를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자사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 ‘챌린저 챌린지’라는 이름으로 로드글라이드와 비교 테스트 영상을 올리고 있을 정도다. 그러고 보니 이름부터 ‘챌린저(도전자)’라는 것은 꽤나 노골적인 작명이다.

기존의 인디언 모터사이클 투어링 라인업에 공랭 엔진이 장착된 것과 달리 챌린저는 수랭 엔진을 쓴다. 이 신형 엔진은 1769㏄ 배기량에 122마력, 173.5의 토크를 낸다. 크루저들은 마력(최고속)보다는 토크(힘)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마력을 잘 공개하지 않는데, 챌린저는 최고 출력을 공개했다. 그만큼 성능에 자신 있다는 뜻이다. 차량의 전체적인 디자인도 현대적인 분위기를 넘어 미래 지향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강렬한 인상을 자아내는 프런트 페어링과 헤드라이트 디자인은 전에 없던 독특한 형태다. 사실 챌린저가 이러한 파격적인 디자인을 선택한 이유는 꺼낼 헤리티지가 없는 모델이기 때문이다. 인디언 모터사이클은 이러한 타입의 투어링 모델이 처음이다. 그래서 오히려 이렇게 완벽하게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접근한 것은 영리한 선택이다. 없는 헤리티지를 억지로 씌우려고 했다면 그저 아류로 남았을 것이다. 챌린저의 디자인 책임자인 올라 스테네야드는 고전적인 실루엣에 현대적인 디테일을 채우는 것이 장기인데 챌린저에서도 그 능력이 십분 발휘되고 있다.

전면의 화려함에 비해 리어가 조금 단순해 보이지만 큼직한 차체에 강조된 볼륨, 선 굵은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 고전적이고 우아하기보다 파격적이고 도전적이다. 기능적인 면과 조형적인 면을 고르게 만족시켜주며 바이크를 세워두고 한참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감탄하게 한다.

아이들링(엔진을 가동한 채 힘 걸림이 없는 상태에서 저속으로 회전시키는 일) 상태에서도 클러치만 쓱 붙여주면 바이크를 출발시킬 수 있을 정도로 힘이 넘친다. 이 낮은 회전 영역의 토크를 이용해서 달리면 “투두두두두” 하고 깔리는 저음과 엉덩이를 두드리는 기분 좋은 고동감이 크루저의 매력을 어필한다. 고출력 엔진으로의 변화는 스로틀(출력제어장치)을 크게 비틀면서 시작된다. 엔진 속에서 한발 한발 터지는 것이 명확하게 느껴지던 배기음이 ‘그르렁’거리는 소리로 바뀌는 순간 순식간에 주변 풍경을 뒤로 던져버린다. 여느 바이크 두 대 무게에 육박하는 377㎏의 묵직한 바이크지만 바퀴가 구르기 시작하면 마술처럼 가볍게 느껴진다. 무게중심이 낮게 깔려 바이크를 적극적으로 다뤄도 크게 부담이 없다.

레인·스탠더드·스포츠, 이렇게 세 가지 주행 모드가 있으며, 모드별로 스로틀의 반응 차이가 확실하다. 주행 성능에 대한 고민은 서스펜션(충격흡수장치)에서도 드러난다. 앞에는 스포츠 바이크들이 흔하게 사용하는 고사양의 도립식 포크를 사용하고 포크의 각도를 25도로 날렵하게 세워서 민첩한 핸들링을 만든다. 덕분에 길게 쭉 뻗은 도로뿐만 아니라 구불구불한 산길을 달릴 때도 상당히 즐거웠다.


바이크 두 대 무게에 육박하는 묵직한 바이크지만 바퀴가 구르기 시작하면 마술처럼 가볍게 느껴진다. 사진 모터바이크
바이크 두 대 무게에 육박하는 묵직한 바이크지만 바퀴가 구르기 시작하면 마술처럼 가볍게 느껴진다. 사진 모터바이크

전통에 ‘도전’하는 ‘도전자’

속도를 줄이고 오디오의 볼륨을 높였다. 헬멧 주변을 맴돌던 바람 소리는 전동 윈드실드를 올리자 볼륨을 줄인 듯 사라진다. 배경음악이 깔리고 배기음에 부드럽게 박자를 맞추며 바이크 위에 폼을 잡고 앉아 있으니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을 달리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좌우 68L 용량의 새들백은 며칠분 옷가지를 챙겨가기에 넉넉하다. 이대로 발, 아니 바퀴가 닿는 대로 무작정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 도로가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기분 좋은 주행이었다.

파격적인 디자인과 새로운 엔진으로 야심 차게 도전을 걸어온 인디언 모터사이클 챌린저는 스타일리시한 디자인에 크루저 본연의 여유로운 매력과 파워풀한 주행이 주는 짜릿한 재미를 함께 누릴 수 있었다. 기존의 배거에는 없던 젊고 다이내믹한 에너지가 마음에 콱 박힌다.

양현용 월간 ‘모터바이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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