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고라는 적’의 저자 라이언 홀리데이. 사진 라이언 홀리데이
‘에고라는 적’의 저자 라이언 홀리데이. 사진 라이언 홀리데이

해럴드 제닌은 대기업이라는 개념을 창안한 CEO였다. 그는 350개가 넘는 기업을 대상으로 인수·합병을 했고, 1959년에 매출 100만달러이던 ITT를 인수해 58분기 연속 전년 대비 수익 증가라는 미국 경영 역사상 전대미문의 실적을 달성했다.

눈부신 성과로 이어진 그의 경영 방식 덕분에 ITT는 ‘제닌 대학’이라 불렸고, 그곳 졸업생들은 미국 최고 기업 CEO로 스카우트됐다. 그가 ITT의 중역들에게 했던 경고는 유명하다.

“여러분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최악의 병은 흔히 말하는 알코올 중독이 아닙니다. 그것은 자기중심주의, 즉 ‘에고(지나친 자의식)’입니다.”

모범적인 사례가 있다. 하워드 휴스다. 그는 기계 분야의 천재였으며 용감하고 유능한 비행사였다. 기업가이자 영화 제작자로서 명성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휴스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세금을 포탈했으며, 항공 산업과 방위 산업체로 사업을 확장해 수조달러의 재산을 날려버렸다. 그 대가는 본인과 미국의 납세자가 치러야 했다.

범인은 통제 불가능한 ‘에고’였다. 성공한 사람은 왜 곧 실패하는가. 왜 우리는 절정에서 추락하는가. 위대한 경영자 해럴드 제닌 이전에 이미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다. ‘도덕과 훈련이 없다면 행운이 가져다준 결과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미디어 전략가 라이언 홀리데이(Ryan Holiday)가 쓴 책 ‘에고라는 적(Ego is the Enemy)’은 에고를 깊고 넓게 통찰한 책이다. 그는 19세에 학교를 자퇴하고, ‘권력의 법칙’의 저자인 로버트 그린의 제자가 됐으며, 이후 구글 자문을 거쳐 아메리칸 어패럴의 마케팅 책임자로 일하면서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썼다. 그 자신이 아메리칸 어패럴을 비롯한 여러 사업에서 실패했고, 작가로서 추락을 경험했고, 그 중심에 ‘에고’가 있었음을 통렬하게 간증했다.

미국 텍사스의 한 농장에서 동물들에게 한가로이 먹이를 주며 책을 쓰는 라이언 홀리데이를 몇 차례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라이언 홀리데이의 양 팔뚝에 있는 문신. 사진 라이언 홀리데이
라이언 홀리데이의 양 팔뚝에 있는 문신. 사진 라이언 홀리데이

당신이 적으로 간주하는 에고의 의미를 한 번 더 정의해달라.
“에고는 내가 가장 중요한 존재라고 믿는 건강하지 못한 믿음이다. 자아 도취, 망상, 당당함에 대한 근거 없는 느낌 등이다. 일례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에고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에고가 강한 사람의 특징을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내 내면에 있는 심술궂은 어린아이를 떠올려보라. 그 아이는 나밖에 모른다. 그 누구보다 더 잘해야 하고 더욱더 많이 가져야 하고, 더 많이 인정받아야만 한다.”

에고가 왜 그토록 위험한가.
“어느 순간까지는 성공의 에너지가 될 수 있지만, 바로 그다음 몰락으로 가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성경에도 있지 않나.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요 거만한 마음은 넘어짐의 앞잡이니라.’ 진실은 간단하다. 만약 당신이 이기심과 욕심으로 상대를 통제하려 한다면 결국은 사람들과 멀어지고 인심을 잃게 될 것이다.”

에고는 어떤 식으로 우리의 일을 방해하나.
“에고는 인내심과 성실성을 갉아먹는다. 에고는 땀을 흘리지 않고 승리를 얻을 수 있다는 거짓 환상을 주입한다. 모든 건 천재적 재능의 결과라는 거다. 가령 잭슨 폴록은 캔버스 앞에서 거침없이 붓질을 해댔는데 현대적인 걸작이 탄생했다는 식이다.”

그렇다면 에고의 지배를 받지 않고 일하는 건 어떤 모습인가.
“시련을 묵묵히 이겨내는 것. 첫 시도를 하고 시제품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모든 수고와 번거로움을 감수하는 것. 다른 사람들이 어떤 박수를 받든 상관하지 않는 것. 더 중요한 것은 본인이 어떤 찬사를 받든 신경 쓰지 않는 것이다. 일이 있으니까 하는 것뿐이라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움트는 에고를 달랠 방법은 없나.
“자기 자신과 일이 만족스럽지 않아도 그 불편한 감정을 견뎌보라. 꼭 박수받아야 할 필요는 없다.”

‘나는 특별한 사람이다’라는 의식은 사실 어린 시절 부모들이 심어주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유아 교육 방법부터 재고돼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과도한 칭찬보다 문학작품을 활용할 것을 권한다. 이야기는 직접적인 칭찬이나 처벌보다 은유적으로 깨달음을 얻게 한다. 특별히 성공한 사람들은 자녀 교육에 더 신경 써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자신이 더 나은 사람이니 특별한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생길 수 있다. 아이들이 스스로 선택과 행동에 초점을 맞출 수 있도록 부모가 먼저 스토아 철학을 읽고 스스로를 교육해야 한다.”

당신이 사례로 든 기업가 하워드 휴스의 일생은 정말 끔찍했다. 그는 어쩌다 20세기 최악의 경영자 중 한 사람이 됐을까.
“그는 평생 이기적이었고, 자기 중심적인 최악의 결정을 내렸다. 이를테면 그는 한손으로는 자기가 세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맹렬하게 일을 하고, 다른 한손으로는 그 과정을 방해하기 위해서 역시 미친 듯이 노력했다. 수백만달러의 주식을 날려버린 건 약과다. 심지어 5년간 2000만달러를 들여 개발한 초대형 비행기는 21m 높이에서 1.6㎞를 난 게 전부였다. 안타깝게도 그의 주변에는 아첨꾼이 많았고, 그래서 자신이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정신질환도 있었지만, 가장 큰 결함은 휴스의 지나치게 강한 에고였다.”

그래도 하워드 휴스의 이름은 역사에 남았다. 그에 관한 영화도 개봉됐다.
“그가 영화 속에서 아무리 대단했다고 해도 그는 불행한 사람이었다. 휴스가 숨을 거두기 직전, 측근이 위로하려고 ‘사장님이 얼마나 어마어마한 삶을 살아왔는지 아십니까’라고 말했다. 휴스는 슬픈 목소리로 대답했다. ‘자네가 나하고 인생을 바꿔 살았다면, 한 주도 못 가 다시 바꿔 달라고 애원했을 걸세.’ 그는 자신이 세운 정신병원에서 사망했다.”

성공은 필연적으로 사람을 취하게 만드는가. 냉철한 성공은 없나.
“성공은 현실에 안개를 드리운다. 하지만 사람마다 주량이 다르듯 성공의 취기도 그 주량이 제각각이다. 칭찬과 박수갈채에 목을 맨 사람은 더 취하고, 감사함과 겸손함에 익숙한 사람은 덜 취한다. 겸손이야말로 성공의 취기를 해독하는 데 가장 유효하다.”

스티브 잡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에고가 강한 사람이었다.
“그는 비즈니스 역사를 통틀어 가장 훌륭한 경영자이자 제품 공상가였다. 그건 부정할 수 없다. 동시에 그는 애플에서 해고될 만했다. 그는 사무실에서 위험 요소였다. 장애인 주차 공간에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주차할 정도로 대단한 자기중심주의자였지만, 다행히도 결정적인 순간에 놀라운 방식으로 대응했다. 그는 다시 한번 자신의 능력을 입증할 때까지 열심히 일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을 추락하게 했던 여러 가지 흠결을 상당한 수준으로 고쳐놓았다. 천재적이며 게다가 권력을 가진 사람이 이렇게 하기 쉽지 않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애플의 놀라운 혜택을 누리고 있다. 잡스의 에고가 통제된 덕이다.”

당신이 일했던 아메리칸 어패럴의 경영자는 다른 선택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나는 아메리칸 어패럴 임원으로 그 몰락 과정을 지켜보았다. 창립자 도브 차니는 회사 손실이 3억달러를 기록했을 때도 여전히 여성 비하 발언을 일삼았고, 성추행 혐의 등으로 온갖 구설에 올랐다. 회사는 그에게 두 가지 선택권을 제시했다. 하나는 CEO에서 물러나 컨설턴트로서 회사를 돕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해고당하는 것이었다. 그는 둘 다 거부하고 더 나쁜 길을 선택했다. 회사는 파산했고 차니가 가지고 있던 돈은 모두 날아가 버렸다. 나는 그가 자기 손으로 회사를 부수는 모습을 두려운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신의 은총이 없었다면 나도 그와 같이 됐을 것이다. 신의 은총이 없었다면 누구든 그와 같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실패한 사람은 미래가 없다는 말로 오해할 수도 있다.
“그렇지 않다. 용기를 내서 더는 나빠지지 않도록 자신의 에고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는 말이다. 역사 속에는 굴욕과 고통을 당했지만, 마침내 회복해서 업적을 쌓은 사람이 넘쳐난다. 경솔한 행동 때문에 공직을 잃었거나 선거에서 졌던 정치인이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정계에 복귀해서 예전 못지않은 영향력을 발휘한 사례는 숱하게 많다.”

추락하고 있다고 느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에고는 아마도 그것을 어마어마한 비극으로 생각하도록 만들 것이다. 속지 마라. 미식축구계의 명감독이었던 빈스 롬바르디는 ‘일단 무릎을 꿇어봐야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했다. 소설가 헤밍웨이도 젊은 시절에 바닥까지 추락한 뒤에 얻은 깨달음을 소설 ‘무기여 잘 있거라’에 남겼다. ‘세상은 모든 사람을 깨부수지만 많은 사람은 부서졌던 바로 그 자리에서 한층 더 강해진다. 그러나 그렇게 깨지지 않았던 사람은 죽고 만다.’ 추락을 막아 보려고 규칙을 깨면 더 깊은 바닥으로 떨어진다. 그저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평범한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의도적으로 낯선 환경에 가보라. 공허함에 직면하고, 불편한 일을 감수해야 한다. 어렵고 도전적인 환경은 겸손을 가르친다.”

당신은 왼팔에 ‘장애물이 곧 길이다’오른팔에 ‘에고는 적이다’라는 문신을 새겼다. 두 캐치프레이즈가 실제로 유용한가.
“물론이다. 에고 관리는 그렇게 매일매일 규칙적이고 반복적으로 해야 한다. 팔에 새긴 문신이 큰 도움이 된다.”

에고가 돌출할 소지가 다분한 조직의 리더들에게 한마디해 준다면.
“리더들은 자기보다 조직의 운영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생선은 머리부터 썩는다는 말을 명심하라.”

아직 에고의 위기를 겪지 않은 한국의 평범한 독자들에게 한마디만 해준다면.
“영원히 학생이 되라고 말하고 싶다. 성공을 열망하거나 혹은 이미 성공했더라도, 여러분은 학생의 사고 방식을 가져야 한다. 주기적으로 가장 적은 지식을 가진 사람이 되는 방 안에 들어가라. 관찰하고 배워라. 그 불편한 느낌은 특별한 전능자가 되고 싶은 여러분의 욕구를 다스릴 것이다.”

김지수 조선비즈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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