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천웅 연세대 경제학·노트르담대 경영학 석사, 한국투자공사 운영위원회 민간위원, 전 미래에셋자산운용 국제마케팅부문 대표
박천웅
연세대 경제학·노트르담대 경영학 석사, 한국투자공사 운영위원회 민간위원, 전 미래에셋자산운용 국제마케팅부문 대표

미·중 무역전쟁의 긴장감은 지난해 미국과 중국 양측이 ‘스몰딜(단계적 타결을 하는 부분 합의)’ 형태로 협상을 진행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다소 완화됐다. 여기다 지난해 미·중 양국이 1단계 협상에 합의했다는 소식은 2020년 세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후 글로벌 투자자들의 위험 선호 현상은 높아졌다.

미국과 중국의 추가 협상 과정이 불확실하며 미국 대선 과정 역시 정치적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은 금융 시장의 경계 요인이다. 다만, 관세 인하 및 유예 조치, 각국 정부가 취할 통화 정책과 재정 정책에 의해 경기가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는 올해 상반기 금융 시장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국가별로 통화 정책이 완화되고 재정 정책이 강화되면서 세계 경제는 완만한 성장 흐름을 이어 갈 것이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은 저금리 상태를 유지하거나 중앙은행이 자산 확대 정책을 펴는 등 완화된 통화 정책을 지속해서 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미 금리가 낮다는 것을 고려하면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통해 경기 침체 위험을 관리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 전반에선 중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이 5%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또한 중국 기업의 부채 부담과 재정 적자가 커지면서 정책 대응 여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은 국내 소비 부양 등을 통해 추가적인 경기 둔화 압력을 방어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정책, 인터넷·소비재 관련 기업의 부상이 중국 전통 산업의 부진을 어느 정도 만회할 것인지가 경제 성장률 수치보다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아시아 경기 방어주·로볼 주목

2020년 투자 전략을 짤 때는 아시아 부동산, 중국시장을 주목할 만하며 저변동성 전략을 취하는 것이 좋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18개국은 전 세계 상위 50개 스마트 시티에 포함될 만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는 아시아 지역 부동산에서 다양한 투자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마트 시티 건설에 필요한 보안·교통·에너지 등과 관련된 기술을 주목할 만하다.

중국은 2020년 투자 전략을 세울 때 중요한 시장이다. 중국은 스마트 시티 정책 등을 통해 외향적으로 환골탈태했을 뿐만 아니라 기술 발전과 소비 성장을 기반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투자 기회가 열릴 것이다. 대표적인 분야는 의료다. 이 분야가 발전하면서 헬스케어 분야에 대한 투자 가능성이 열릴 것이다.

또한 시장 변동성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저변동성 전략을 취할 필요가 있다. 현재 아시아 지역의 경기 방어주(경기 변동과 상관없이 일정한 가격 수준을 유지하는 기업의 주식)와 저변동성 주식(가격 등 주식을 결정하는 요소의 변화 폭이 작은 주식)은 밸류에이션(적정 가치) 측면에서 매력적이다. 아시아 로볼(low vol·변동성이 낮은) 주식도 눈여겨볼 만하다.

지난해 10% 전후의 수익률을 보여줬던 미국 회사채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미국 회사채 수익률 스프레드(금리 간 격차)가 낮게 유지되고 있어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지만, 수급 상황은 긍정적일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가 적어도 올해 2분기까지는 국채 매입 프로그램을 이용해 완화적 통화 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국 회사채 투자를 고려한다면, 금리 및 부실 등의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채권의 퀄리티에 중점을 둔 투자 적격 회사채도 눈여겨볼 만하다.

투자 전략을 수립할 때는 시장 방향성뿐만 아니라 장기간 유지된 과잉 유동성에 따른 위험 요소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각국 중앙은행이 선보일 완화된 통화 정책과 재정 정책 추이 등 거시적 환경을 예의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비유동성 자산에 대한 과도한 투자 비중을 조절하고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노력을 지속해서 기울여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