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연말과 내년 초 주요 금융그룹의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임기가 대거 만료된다.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이대훈 NH농협은행장, 위성호 신한은행장(왼쪽부터)을 포함해 34명이 인사 대상이 된다. 사진 각사
올 연말과 내년 초 주요 금융그룹의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임기가 대거 만료된다.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이대훈 NH농협은행장, 위성호 신한은행장(왼쪽부터)을 포함해 34명이 인사 대상이 된다. 사진 각사

11월 29일 오전 9시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 13층. ‘기업설명회(IR)’ 입간판이 세워진 연회장으로 말쑥한 양복차림의 외국인 대여섯명이 헐레벌떡 뛰어들어갔다. 노무라증권이 주관하는 해외기관투자자와 국내 기업의 미팅 장소였다.

노무라증권이 매년 11월 셋째주에 개최하는 이 행사는 연말 결산을 앞두고 국내 기업에 투자한 해외투자자가 한 해를 정리하는 IR로 자리 잡았다.

행사장은 엘리베이터 입구부터 경계가 삼엄했다. 이날 오후 6층에서는 신한금융지주와 해외투자자와의 1:1 미팅이 예정돼 있었다. 전날인 28일에는 KB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이 미팅에 참석했다. 행사를 마치고 나온 한 참석자는 투자자들이 올해 실적과 국내 규제, 최고경영자(CEO) 교체 가능성을 질문했다고 귀띔했다. 투자자들의 질문은 날카로웠다.

실제 올 연말과 내년 초 주요 금융그룹의 CEO 임기가 대거 마무리된다. 위성호 신한은행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의 임기가 내년 3월까지이고, 이대훈 NH농협은행장의 임기는 이달 말까지다. 이 3명을 포함해 각 금융그룹 계열사 CEO까지 포함하면 34명, 본부장 등 임원을 합하면 100여명 고위직 임원의 임기가 임박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금융권에서는 연말·연초 ‘인사태풍’이 예상된다는 말이 나온다. 임원의 연임 여부를 결정 짓는 데 가장 공정한 잣대는 그 해의 경영실적이다. 4대 금융지주의 올해 3분기 경영실적을 주요 계열사별로 분석하고 임기만료를 앞둔 CEO의 연임 가능성을 진단했다.


KB금융
올 연말 큰 폭 인사 예상

KB금융지주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2조8688억원으로 작년과 비교해 4% 늘었다. 3분기 예금·대출로 벌어들인 이자 이익만 2조251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분기 대비 2.5% 늘어난 것이다.

계열사별로는 KB국민은행이 3분기 누적 순이익이 2조793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12.9% 늘었다. 그 밖의 다른 계열사 실적은 주춤했다. KB증권은 3분기 순이익이 584억원으로 2분기 대비 21%나 줄었다. KB손해보험도 순이익이 22% 감소했다. 폭염 등으로 자동차 보험금 지급이 늘어난 탓이다.

KB금융은 증권·손해보험·자산운용·캐피탈·부동산신탁·신용정보·데이타시스템 7개 계열사 9명의 CEO 임기가 올해 연말까지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지난해 말 계열사 사장단 인사에서 임기를 마친 10명 가운데 2명만 교체했다. 그만큼 올해는 큰 폭의 인사가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KB증권과 KB손보는 부진한 실적 탓에 사장 교체설이 벌써부터 나온다. 전병조·윤경은 KB증권 사장은 지난해 통합법인 출범 이후 2년째 각자 대표이사직을 수행 중이다. 현대증권 사장이던 윤 사장은 리테일과 트레이딩 부문을, KB투자증권 출신인 전 사장은 IB 부문을 맡아 각자 대표이사체제로 지내고 있으나 통합 대표이사가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양종희 KB손보 사장은 지난해 말 계열사 CEO 인사에서 1년 연임했으나, 올해 KB손보의 부진한 실적 탓에 재연임이 불투명하다. KB손보는 올해 3분기 실적만 놓고 보면 전년동기 대비 52%가량 급감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5.1%로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보 등 상위권 4개사 중에서 가장 높았다. 계열사 대표이사 연임 여부는 12월 지주 이사회 산하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추천위원회에서 최종 확정된다.


신한금융
카드·캐피탈 실적 부진

신한금융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조6434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 누적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이지만 리딩뱅크(1위 금융지주사) 자리를 놓고 다투는 KB금융과 비교하면 2000억원 이상 뒤져서 자존심을 구겼다.

계열사 중에 신한은행은 선방했고, 카드와 캐피탈 등 비은행 실적은 부진했다. 신한은행의 3분기 누적 순이익(1조9165억원)이 전년동기 대비 13%가량 증가했으며, 신한카드는 3분기 누적 순이익이 3955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49.3% 가까이 감소했다. 9월 말 신한카드의 1개월 이상 연체율은 1.44%로 전년동기 대비 0.14%포인트 늘었다.

신한금융 계열사 13곳 가운데 12곳의 CEO가 내년 3월에 임기를 마친다. 주목할 만한 계열사 인사는 위성호 신한은행장과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이병찬 신한생명 사장 인사다. 신한금융 계열사 CEO의 임기는 일반적으로 ‘기본임기 2년+1년’이다. 임기 2년을 보장하고 그 뒤 추가로 1년을 연임시키는 방식이다. ‘큰 사건’이 없으면 통상적으로 임기 3년이 보장된다.

위성호 행장과 임영진 사장은 임기 2년차다. 위성호 행장은 최근 은행 실적만 놓고 보면 1년 임기 연장이 가능하다는 관측이지만, 신한사태와 관련한 ‘남산 3억원 사건’이 발목을 잡는다.

‘남산 3억원 사건'은 신한금융그룹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에게 당선축하금 명목으로 뇌물을 전달했다는 의혹이다. 당시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으로 홍보 대외업무를 담당했던 위성호 행장은 이 사건과 관련해 시민단체로부터 검찰 고발을 당한 상태다.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은 실적 부진에 발목을 잡혔다. 이병찬 신한생명 사장은 내년이 임기 3년차로 교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형진 신한금융투자 사장도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된다. 은행 출신인 김형진 사장은 증권사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 전년동기 대비 26.3% 증가한 2300억원을 달성해 연임이 예상된다.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사장. 사진 하나금융투자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사장. 사진 하나금융투자

하나금융
함영주 하나은행장 채용비리 ‘발목’

하나금융지주는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 1조8921억원을 거뒀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8% 늘어난 것이다. 계열사별로 KEB하나은행은 1조7576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1% 늘어났다. 이는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이 통합한 2015년 이후 최대 실적이다.

비은행 계열사 가운데 하나금융투자와 하나캐피탈 실적은 견조했으나, 하나카드와 하나저축은행의 순이익이 급감했다. 같은 기간 하나카드의 순이익은 801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7.7%가량 줄었다.

하나금융에서는 은행을 비롯해 금융투자·카드·캐피탈·자산신탁 등 7개 계열사의 CEO 임기가 내년 3월 만기된다. 이 가운데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의 거취에 가장 관심이 쏠린다.

2015년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이 통합된 이후 초대 통합은행장을 맡은 함 행장은 지난해 2월 연임에 성공하며 4년째 은행을 이끌고 있다. 충청남도 강경상고 출신인 함 행장은 일반행원으로 시작해 은행장까지 된 입지전적 인물로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신임을 받고 있다. 금융권에서 대표적인 ‘영업통’ 은행장으로 꼽힌다.

내부 신망이나 실적만 보면 연임 가능성이 충분하지만 ‘채용비리’ 혐의로 지난 5월 검찰에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이 밖에 업계는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사장의 연임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올해 하나금융투자 3분기 누적 순이익(1420억원)이 전년동기 대비 53.7% 급증하는 등 실적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NH농협금융
농협銀 순이익 전년 대비 81% 급증

NH농협금융그룹은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 1조77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7285억원) 대비 47.9%(3487억원) 급성장했다. 계열사 중 NH농협은행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9339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81%가량 폭증했다. 이는 역대 최대실적으로 별다른 변수가 없는 한 올해 순이익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보험계열사 실적은 부진했다. NH농협생명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68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951억원)보다 71.8% 급감했다. 3분기에만 233억원 순손실을 냈다. NH농협손해보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8억원으로 전년동기(167억원) 대비 83.2% 줄었다.

올해 말 농협은행·생명·손보·캐피탈 등 4개사 CEO 임기가 만료된다. NH농협금융지주는 11월 16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개최하면서 일찌감치 계열사 CEO 선임 절차에 착수했다. 올해 4월 취임한 김광수 NH농협금융 회장의 사실상 첫 인사인 만큼 상당수 교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광수 회장은 지난 10월 ‘3분기 종합경영성과 분석회의’에서 인사대원칙으로 ‘전문성’과 ‘업무성과’를 강조했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이대훈 농협은행장의 연임 여부다. 이대훈 행장은 탄탄한 실적이 뒷받침하고 있어 연임을 낙관하는 시각이 크다. 이 은행장은 김광수 회장이 취임한 시기에 은행장에 올랐다.

농협금융의 계열사 CEO 임기는 ‘기본 임기 1년+1년’을 더해 총 2년이다. 지난해 1년 연임에 성공한 서기봉 NH농협생명 사장은 올해 교체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적 부진이 가장 큰 이유다.

농협생명의 당기순이익은 올해 3분기 누적 268억원으로 작년 대비 72% 줄었다. 서 회장 취임 이후 농협생명 실적은 하락세다. 2016년 1545억원이었던 당기순이익은 2017년 854억원으로 반토막났다. 지난해 서기봉 사장은 실적악화를 ‘체질개선’으로 되받아치며 연임에 성공했지만 올해는 어려워보인다.

취임 1년차인 오병관 농협손보 사장은 다른 계열사로 자리를 옮길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농협손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3.2% 감소했다.


Plus Point

지방은행 연말·연초 인사 관전포인트
‘증권맨’전북은행장 연임 낙관…3분기 실적 46%↑

김명지 기자

임용택 전북은행장. 사진 전북은행
임용택 전북은행장. 사진 전북은행

대구·광주·전북은행 등 주요 지방은행도 연말·연초 최고경영자(CEO) 인사를 앞두고 있다. 올해 3월 박인규 전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 사퇴 이후 8개월째 공석 상태인 대구은행장 자리는 조만간 선임 절차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박명흠 대구은행장 직무대행의 임기가 이달 26일에 만료되기 때문이다.

JB금융지주 계열사인 전북은행 임용택 행장, 광주은행 송종욱 행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3년 전 재연임한 김한 JB금융지주 회장의 임기도 같은 시기에 끝난다. 두 은행장의 연임과 함께 김 JB금융 회장이 3연임에 성공할지 여부가 관심을 끈다.

올해 3분기 경영 성적표를 볼 때 전북·광주은행 은행장은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JB금융지주는 올해 3분기 누적기준 211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 지방 금융지주 중 성장률(23.5%)로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계열사인 두 은행의 실적도 양호했다. 전북은행은 932억원의 누적 순이익을 내 지난해 3분기보다 46.0% 상승했다. 광주은행도 141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 전년보다 10.7% 늘었다. 광주은행의 분기별 순이익은 1분기 450억원에서 2분기 456억원, 3분기 507억원으로 오름세다. 다만 김한 JB금융지주 회장은 이번에 연임하면 3연임째라 장기 집권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이 부담이다. JB금융은 회장 임기는 3년이며, 계열사인 은행장 임기는 2년이다.

2017년 현대중공업 조선소 폐쇄, 올해 한국GM 군산 공장 가동 중단으로 지역 경기가 극도로 악화됐음에도 불구하고 두 은행이 좋은 실적을 낼 수 있었던 비결은 적극적인 수도권 공략이다. 두 은행장 모두 취임 이후 수도권 점포를 전략적으로 육성했다. 수도권에 31개 점포를 둔 광주은행은 전체 대출금 가운데 수도권 대출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2016년 말 25.4%에서 40% 수준까지 올라갔고, 수도권에 17곳의 점포를 둔 전북은행의 수도권 대출금 비율은 30%에 이른다. 메리츠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를 역임한 임용택 전북은행장은 “지금 같은 변화의 시대가 오히려 지방은행에는 기회가 된다”며 영업을 강화했다.


대구은행장 선임 급물살

대구은행은 사정이 좀 다르다. 대구은행의 3분기 누적 순이익 281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9%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주회사인 DGB금융지주의 순이익(2786억원)도 같은 기간보다 2.6% 오르는 데 머물렀다. 특히 올해 3분기(828억원) 실적만 놓고 보면, 2분기 1028억원에 비해 19.5% 급감했다.

박인규 전 DGB금융 회장 사퇴 이후 올해 5월 김태오 현 회장이 대표이사 회장으로 취임했지만 대구은행은 새로운 은행장을 선임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북고·연세대 출신인 김태오 현 회장이 대구상고·영남대가 주축인 대구은행 이사진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나 박명흠 대행의 임기가 곧 끝나기 때문에 새로운 은행장 선임 작업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더욱이 박명흠 대행이 아들의 DGB 캐피탈 채용과 관련한 비리 의혹 검찰조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으면서 급물살을 타게 됐다. 박 대행의 검찰 조사는 은행장 인선작업에서 걸림돌이었다.

대구은행 이사회는 검찰 기소가 마무리된 만큼 은행장 선임작업에 본격 착수할 예정이다. 현재 대구은행장 후보로는 내부출신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