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에 재학 중인 신모(23)군은 요즘 주식투자하는 재미에 빠졌다. 그는 2019년 말 200만원으로 주식시장에 뛰어들어 투자금을 700만원까지 불렸다. 하지만, 지난해 3월 19일 코스피 지수가 1457.64로 곤두박질치며 수익분을 모두 반납해야 하는 쓴맛을 봤다. 그는 과외로 번 돈을 주식 계좌에 매달 넣고 있다. 단 주식시장만 종일 바라볼 수는 없어 어머니와 함께 공부해 각자 투자한다. 현재 투자금은 2000만원 정도. 매달 수익률은 10~20%다. 신씨는 “처음에는 돈을 내고 주식 포트폴리오를 관리받기도 했지만 결국 신문, 경제방송, 책, 차트로 스스로 공부하는 게 답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과외와 주식투자로 돈을 얼마나 벌 수 있을지 궁금해 돌아오는 학기에 휴학하기로 했다”고 했다. 그는 “주식시장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커진 상황에서 급성장하는 미래 산업 기업이 한국에 많아 앞으로 증시는 더 오를 것으로 본다”며 “과거와 달리 개미들이 똑똑해졌고, 나 또한 경제독립을 이루고 싶다”고 덧붙였다.

연초부터 코스피 지수가 3000시대를 맞이했다. 지난해 2873.47에 마감한 코스피 지수는 올해 3200선까지 올랐다. 개인투자자인 개미군단이 한몫했다. 1월 한 달 개미들은 국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25조8549억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지난해 투자한 돈(63조8000억원)의 40%에 해당하는 자금을 쏟아부은 것이다. 같은 기간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5조9205억원, 19조5996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특히 개미군단 중심에는 신군 같은 20~30대가 적지 않다.

코스피 지수가 등락을 반복하며 증시 과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열풍은 식을 줄 모른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학생들은 원격수업으로, 직장인들은 재택근무로 오히려 주식투자하기 좋은 환경이 주어졌다고 한다. 휴학, 퇴직에 나서면서 투자에 빠져드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이른 은퇴, 경제적 독립을 꿈꾼다. 개미들은 지나친 부동산 규제와 낮은 예금금리로 투자처는 주식뿐이라고 말한다. 월급만으로는 부자는커녕, 높아진 부동산 가격에 서울에 내 집 마련하기도 어렵다는 좌절감이 개인들을 주식시장으로 안내한다. 주식투자를 안 해본 사람도 ‘가만있다가 나만 상승장에서 기회를 놓치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하는 포모증후군(FOMO·Fearing Of Missing Out)으로 계좌 개설에 나서고 있다.

국내 주요 증권사 6곳(미래에셋대우·KB·NH투자·한국투자·키움·유안타증권)에서 개설된 신규계좌는 2019년 260만 개에서 지난해 723만 개로 3배 가까이 급증했다. 특히 지난해 신규계좌의 54%(392만 개)는 20~30대 명의였다. 올해는 신규계좌 개설 움직임이 더욱 활발하다. 개인 투자자들이 많이 사용하는 키움증권은 1월 5일 하루 동안 신규계좌가 3만9756개 개설됐다. 1월 4일 3만3925개의 신규계좌가 개설된 지 하루 만에 역대 최대 기록을 새로 썼다.

자녀 이름으로 계좌를 만들어 주식을 사주는 부모도 늘었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13개월간 미성년자 신규 주식 계좌(펀드 제외)는 총 15만3643개 늘었다. 올해 1월 한 달간 새로 만들어진 미성년자 주식계좌(3만8020개)는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2007년 코스피 지수가 2000을 돌파할 때는 펀드열풍이 있었지만, 현 상황은 정반대다. 주식 직접투자 열풍에 펀드 환매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 올해 들어 1월 한 달 동안에만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8070억원이 유출됐다. 2020년 1월부터 계산하면 유출 금액은 18조원이 넘는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대형 IT종목이 급등하면서 펀드수익률보다 좋은 성적을 내자 투자자들이 펀드 환매에 나선 것이다. 증시 활황에 펀드에 돈이 몰린 중국, 일본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특히 중국에서는 지난 1월 상하이 종합지수가 3600선을 돌파하며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자 1월 한 달간 새로 출시된 중국 주식형 펀드와 밸런스 펀드(주식·채권에 함께 투자하는 상품)에 4148억 위안(약 71조 원)이 유입됐다. 지난해 12월 자금 유입액 대비 166% 늘어난 수치다.

빚을 얻어 주식투자에 나서는 투자자도 늘었다.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지난해 19조2000억원 수준이었지만, 올해 1월 7일 처음으로 20조원을 돌파했다. 1월 25일에는 21조600억원대까지 오르기도 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들도 코스피 지수 목표치를 연이어 상향조정하고 있다.


똑똑해지고 힘세지는 동학개미…공매도 금지 조치도 재연장돼

과거와 달리 소문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공부를 통해 실력을 키우는 개미들이 늘고 있다. 더 이상 개미가 외국인과 기관에 휘둘리는 연약한 존재가 아니라는 말이다. 이들은 인터넷, 기사, 유튜브, 책을 활용해 공부한다. 스스로 투자 리포트를 작성하고, 재무제표를 분석하기도 한다.

금융당국이 공매도 금지 조치 논란 속에서도 이를 연장하기로 결정한 것만 봐도 과거와 달라진 개미들의 위상이 느껴진다. 금융위원회는 2월 3일 당초 3월 15일 종료 예정이던 공매도 금지 조치를 5월 2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5월 3일부터는 코스피200, 코스닥150 등 시가총액이 큰 대형주에 한해 공매도가 재개된다. 나머지 2000여 종목에 대한 공매도 금지는 기한 없이 연장된다. 개인 투자자들은 그동안 공매도가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의 전유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반대해왔다. 미국 개미들도 헤지펀드의 공매도에 대항해 게임스톱 주식을 사들이며 시장을 뒤흔들었다.

전문가들은 개인 투자자들이 지금까지는 낙폭 과대에 따른 회복으로 수익을 봤을 수 있지만 이게 진짜 실력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낙폭이 만회됐지만, 실물경제가 뚜렷하게 회복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는 자신의 투자실력은 물론 투자 종목 선별에도 더 객관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주식시장에서 ‘이코노미조선’이 북인북 커버 스토리로 가이드성의 증시 투자 이야기를 담은 이유다.

‘이코노미조선’이 인터뷰한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주식시장에서 지수나 단기매매에 집착하지 말라”며 “적금처럼 매달 월급 일부로 주식을 사 모아 30년 후 수십억원을 만나는 것이 정상적인 투자법”이라고 했다. 슈퍼개미 김정환 케이공간 대표는 “전방 산업 분석을 통해 미래 성장 가능성을 파악해 알짜배기를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철저한 공부만이 답이라는 이야기다. 슈퍼개미 김봉수 카이스트 명예교수는 “상대적으로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미래를 기반으로 종목을 고르되 어렵다면 세계 1등, 선두 회사가 쌀 때 사 장기투자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