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명숙 연세대 도시공학과 도시계획 석사, 서울시 주택정책 자문위원
안명숙
연세대 도시공학과 도시계획 석사, 서울시 주택정책 자문위원

2019년 부동산 시장을 압축해서 정리하면 ‘포모 증후군’과 ‘밀레니얼 세대(1981~96년 출생)의 주연 등극’이다.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란 고립공포감이란 뜻으로, 쉽게 말하면 따돌림당할까 봐 두려운 심리다. 포모는 자산 시장에서는 투자 기회를 놓칠까 봐 걱정하는 심리를 의미한다. 2013년 이후 지속해서 상승했던 서울 아파트 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투자자 또는 실수요자들이 만들어낸 2019년 상승세는 포모 증후군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또한 프롭테크(proptech·자산과 기술의 합성어)의 발달로 인한 부동산 정보 유통 채널의 다변화는 밀레니얼 세대의 주택 시장 유입을 가속화했다. 부동산 관련 플랫폼은 부동산 정보의 비대칭을 해소함과 동시에 일일이 발품을 팔아야 했던 과거와는 다른 투자 환경을 만들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16일 사상 유례없이 강력한 규제 정책을 발표했다. 저금리로 인한 풍부한 유동성이 주택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12·16 주택 시장 안정화 대책을 통해 시가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담보인정비율(LTV)을 낮추고 시가 15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는 주택 구매용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했다. 사상 유례없는 대출 규제 정책이다.

종합부동산세 세율을 최고 0.8%포인트 인상하고 세 부담 상한을 2주택자에 대해 300%로 늘렸다. 그 대신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를 2020년 6월 말까지 조정대상지역에서 ‘10년 이상 보유한 주택’을 양도할 경우 한시적으로 풀어주기로 했다.

당분간 주택 시장은 보유세 압박에 따른 매물이 출현하면서 약보합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고가 주택은 대출 한도가 축소되거나 대출이 규제되면서 부족한 자금을 전세보증금으로 충당해서 매입하는 보증금 승계 구입, 이른바 갭투자가 증가할 전망이다.

서울 아파트의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2019년 12월 말 현재 51%로 대출 한도가 축소된 담보대출에 의존하기보다 절반의 레버리지(부채를 끌어다가 자산 매입에 나서는 투자 전략)가 가능한 전세보증금을 활용하는 편이 유리하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보증금 승계 투자 비중은 2019년 11월 현재 56.1%로 절반을 넘어섰고 강남 4구는 63.5%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12·16 대출 규제 영향은 보증금 승계 투자 비중을 더욱 높일 것으로 전망돼 서울 아파트 전셋값 추이가 향후 집값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아파트 입주 물량은 전셋값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4만2000가구로 전년 4만3000가구보다 다소 줄어들고, 경기도는 12만 가구로 2019년보다 2만여 가구 감소할 것으로 집계됐다. 종부세 부담이 늘면서 현금이 부족한 소유자들이 월세로 전환하는 경우가 늘어날 전망이라 전년보다 전셋값이 강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서울의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는 전셋값 비중이 일반 아파트보다 낮아 12·16 대책의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게 될 것으로 보여 조정 폭이 상대적으로 클 것이다.


서울 외곽 및 수도권 ‘풍선효과’ 전망

반면, 현재 정부의 타깃에서 벗어난 시가 9억원 이하 아파트 및 조정 대상 외 지역의 경우 대출 또는 종부세 부담에서도 다소 자유로워 투자 수요가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지역으로는 서울 중심부 또는 강남권 상승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여겨지는 서울 외곽 및 수도권 등이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12·16 대책 영향으로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경기도로 자금이 이동할 경우 수원시·부천시·김포시·화성시·고양시 등이 타깃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7년 연속 상승세를 보인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값도 이젠 상승세를 마감하는 변곡점이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무리하게 가구 수를 늘리는 투자는 보유세 부담 및 양도세 중과 등으로 실익이 크지 않을 수 있다. 올해는 보유 또는 매각에 따른 세 부담을 고려한 출구전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