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6일 서울시 이문1동 이문1재정비촉진구역에 무단 투기물이 쌓여 있다. 사진 조강휘 인턴기자
4월 6일 서울시 이문1동 이문1재정비촉진구역에 무단 투기물이 쌓여 있다. 사진 조강휘 인턴기자

4월 6일 오후 4시 서울시 이문1동. 한국외국어대 캠퍼스 후문에서 골목길을 따라 10분 정도 걸어가니 쾨쾨한 곰팡내가 나기 시작했다. 이곳은 낡은 다세대주택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이문1재정비촉진구역으로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대신 좁은 골목 곳곳을 차지한 ‘쓰레기 산’이 눈에 띄었다. 종이 박스, 쓰레기봉투 등 작은 폐기물뿐만 아니라 소파, 책상, 옷장 등 대형 가구가 뭉텅이로 쌓여 있었다. 쓰레기 산 때문에 다닐 수 없는 골목만 다섯 곳이 넘었다.

이문1재정비촉진구역에 쓰레기가 쌓이기 시작한 시점은 2년 전. 이문 뉴타운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면서 2018년 8월 말부터 거주민의 이주가 시작됐다. 거주민은 이주하면서 생활 쓰레기를 무단 투기했다. 재개발이 지연되면서 철거 기한은 지난해 9월에서 올해 8월로 미뤄졌고, 그동안 인근 주민의 불만은 거세졌다. 이날 마을에서 만난 최만진(76)씨는 “쓰레기가 워낙 많이 쌓여 있다 보니 행인까지 쓰레기를 무단으로 버린다”라면서 “아무리 치워도 쓰레기 양이 줄어들지 않는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특히 이곳은 경희대, 한국외국어대, 한국예술종합학교가 모여 있는 대학가 인근으로 유동인구가 많다. 이문1동에 거주하는 대학생 김영하(26)씨는 “재개발구역 근처를 지나갈 때마다 쓰레기가 쌓여 있는 걸 봤는데 미관상 안 좋은 건 둘째치고 악취가 심하다”고 했다.

쓰레기 무단 투기는 과태료 부과 대상이지만 단속이 어렵다.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면 폐기물관리법 제68조에 따라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철거를 앞두고 재개발 구역의 CCTV가 모두 이전되면서 단속할 수 없게 됐다. 동대문구청 관계자는 “이전에 CCTV가 설치됐을 때도 해가 지면 무단 투기자의 신원 파악이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했다.


구청 “신고된 폐기물만 담당” vs 조합 “일손 부족, 구청이 도와야”

사후 처리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2018년 12월 동대문구청은 주민공청회를 열어 재개발구역 쓰레기 무단 투기와 관련해 구청과 조합의 협력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2019년 초 이문동 청년공동체 ‘도꼬마리’가 인근 주민과 대학생의 민원을 취합해 다시 구청에 항의했다. 인근 주민 박모(62)씨는 “처음에는 구청이 쓰레기를 자주 치워줬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쓰레기가 다시 쌓였다”고 했다.

동대문구청은 책임 소재를 미루고 있다. 동대문구청 관계자는 “신고된 대형 폐기물이나 종량제 봉투에 담긴 쓰레기만 구청 관할”이라면서 “무단으로 버려진 쓰레기는 조합 측에서 책임지고 치워야 한다”고 했다.

재개발조합(이문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은 구청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자체적으로 쓰레기를 처리하고 있지만 일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조합 관계자는 “조합이 자체적으로 방대한 쓰레기를 모두 처리하기에 버겁다”면서 “구청에서 인력을 보충해주거나 종량제 봉투나 폐기물 스티커를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