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여 명의 승객이 7770·7780·3400·3200번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서울 관악구 남현동에 있는 사당역 4번 출구 앞 정류장이다. 일부 대기줄이 4번 출구 안쪽까지 길게 이어져 있다. 사진 박채원 인턴기자
80여 명의 승객이 7770·7780·3400·3200번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서울 관악구 남현동에 있는 사당역 4번 출구 앞 정류장이다. 일부 대기줄이 4번 출구 안쪽까지 길게 이어져 있다. 사진 박채원 인턴기자

9월 17일 오후 7시. 서울 관악구 사당역 4번 출구는 퇴근길 귀가 버스를 타려고 기다리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6개의 상가를 따라 도로변에 기다랗게 설치된 버스 정류장 앞에는 버스 대기줄이 14개나 있었다. 수원역 방면 7770번 버스 줄이 가장 길었다. 150여 명의 사람이 20m 길이로 줄지어 있었다. 다른 노선 대기줄도 30명씩 서 있었다. 놀이동산 인기 기구들의 대기줄을 사당 한복판에 모아놓은 것 같았다.

사당역 4번 출구 정류장은 ‘지옥철’이라 불리는 지하철 9호선 못지않은 퇴근길 교통지옥으로 유명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곳의 퇴근 시간(오후 6~8시) 버스 탑승객은 지난해 기준 8766명으로 수도권에서 가장 많았다. 강남·여의도·광화문처럼 고층의 오피스 빌딩은 없지만, 서울 도심과 경기 남부 지역을 잇는 환승 정류장이 있기 때문이다. 지하철 2·4호선이 있어 경기도에서는 이곳을 서울로 통하는 교통의 요충지로 낙점했다. 전국에서 인구수가 124만 명으로 가장 많은 기초자치단체인 수원을 비롯해 과천·안양·군포·화성 등 경기도 베드타운의 통근자와 통학생들이 매일 아침저녁 이곳으로 몰려든다.

사당역 4번 출구 앞 퇴근길 행렬은 아수라장이 따로 없다. 버스 이용객들은 페인트로 바닥에 임시로 그린 하얀색 선과 붉은색 번호 표시를 보고 줄을 서는데, 사람이 몰리면 이 선·표시가 무용지물이 되기 일쑤다. 수원시 장안구에 사는 김지후(20)씨는 “퇴근 시간이나 비 오는 날 사람들이 북적이면 바닥에 그려진 줄이 잘 보이지 않아 의미가 없다”고 했다.

보행자 통행로가 막힌다는 점도 문제다. 버스 대기줄이 지하철역 출구를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도 ‘잠시 지나가겠다’ ‘길 좀 비켜달라’라면서 대기줄을 헤치고 지하철역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상가와 정류장 사이 인도가 좁아 행인들의 통행도 불편했다.


좁은 인도 옆 정류장, 탑승객은 ‘용량 초과’

사당역 4번 출구가 유난히 혼잡한 이유는 경기 버스 노선을 한 곳에 집중적으로 신설했기 때문이다. 사당역 인근 과천대로 방면 광역버스 정류장은 4번 출구뿐이다. 이 정류장은 버스 정차 공간이 5면에 불과하지만 노선은 20여 개에 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화성 동탄 신도시가 개발되면서 사당행 노선이 최근까지 계속해서 신설됐다.

서울시가 뒤늦게 노선을 분산한다고 나섰지만 속도는 더디다. 사당역에 정차하는 버스가 서울시와 경기도를 모두 지나고 있어 지자체 간 조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서울시청과 경기도 수원시청, 화성시청이 협의 끝에 수원 방면 7790·7800번과 화성(동탄신도시) 방면 8155·8156번의 정차 지점을 사당역 4번 출구에서 9번 출구로 변경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민원이 빗발쳐서 우선 4개 노선의 정차 위치를 변경했다”면서 “노선을 특정하고 관할시와 운수 회사가 협의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9번 출구 버스 정류장도 좁은 인도 옆에 위치해 지하 버스 정류장을 신설하는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 수도권 지역에서 퇴근 시간 버스 탑승객이 두 번째로 많은 잠실광역환승센터(5797명)가 대표적 선례다. 광역환승센터가 개발되기 이전 잠실역 7번 출구 버스 정류장은 버스 정차 공간이 4면에 불과한 반면 23개 노선버스가 정차해 교통 혼잡이 극심했다. 2016년 개발 이후부터 지하 1층에 있는 1만9887㎡ 규모의 버스 정류장으로 22개 노선이 이동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9월부터 사당역 복합환승센터 개발 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2009년부터 진행되던 민자 사업을 서울시 공공 사업으로 전환해 속도를 내는 것이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지하철 사당역과 연결되는 지하 환승센터를 적극 개발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상권이 같이 개발되면서 교통 수요가 늘어날 경우도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김소희 기자, 박채원 인턴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