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1일 오후 9시 30분, 서울 마포구 경의선숲길공원 옆 이면도로. 군데군데 불법 주차한 차들이 서 있다. 사진 이민아 기자
8월 21일 오후 9시 30분, 서울 마포구 경의선숲길공원 옆 이면도로. 군데군데 불법 주차한 차들이 서 있다. 사진 이민아 기자

8월 21일 오후 9시 30분, 서울 마포구 경의선숲길공원 옆 이면도로(보도와 차도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도로 폭 9m 미만의 좁은 골목길). 길이 약 300m 도로 곳곳에 ‘거주자 주차 우선 지역’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붙어있었다. 서울시 거주자 주차 우선 제도는 이면도로의 주차 혼란을 줄이기 위해 각 구청에서 신청을 받아 주차 공간을 배정하는 제도다. 그러나 주차 공간이 아닌 곳에 주차된 차들도 여전히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술집과 빌라가 밀집한 더 좁은 골목길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면도로 귀퉁이에 차들이 줄지어 세워져 있었다. 차 한 대만 지나갈 수 있는 정도의 폭만 확보돼 있었다. 이 지역은 금요일 밤이나 토요일 밤처럼 사람이 많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더욱 혼란스러워진다. 안 그래도 교통량이 늘어나 혼잡한데, 이곳을 지나야 하는 운전자는 옆에 늘어선 불법 주차 차량과의 사고 걱정까지 해야 하는 것이다.

보행자들의 안전도 위협받고 있다. 좁은 이면도로를 통과하려면 아슬아슬하게 통행하는 차와 불법 주차된 차들 사이를 빠져나가야만 한다. 지난해 도로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전체 보행사망 사고의 52%가 주택가 및 상업지역 주변의 보행자 통행이 많은 이면도로에서 발생했다.

도로교통법 시행령에 따르면 이면도로에 주차할 때는 오른쪽 가장자리에 50㎝를 비워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보행자가 걸어갈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규정을 지키지 않는 경우에는 불법 주정차로 분류되지만, 이 규정을 생각하면서 이면도로 주차를 하는 운전자는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세대·다가구 주택 인근은 주차장이 부족해 고정적으로 이면도로에 불법 주차를 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서울시 주차장 확보율은 등록 차 대비 130.1%이고 주택가 주차장 확보율은 101.9%였다. 그러나 다세대·다가구 주택 과밀지역의 주차장 확보율은 70%를 밑돌았다. 자동차 10대 중 7대만 주차장에 차를 세울 수 있고, 나머지 3대는 불법 주차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차난 근본 대책, ‘차고지 증명제’

주차난으로 인한 좁은 골목길 불법 주차를 해결할 근본적인 방안으로 차고지 증명제가 거론되지만, 수차례 도입이 무산됐다. 차고지 증명제는 차량 보유자가 주차장을 확보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서류를 행정기관에 제출해야만 차량 운행을 허가하는 제도다. 일본은 지난 1962년부터 자동차검사등록제도를 시행해 건물을 지을 때 주차 공간을 반드시 확보하도록 유도했다.

도로정책연구센터는 차고지 증명제에 대해 “주택가 주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정책수단이면서 원인자 부담 원칙(공공사업이 필요하게 된 원인을 제공한 자가 그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원칙)이라는 경제 원리에도 부합한다”면서 “그간 중앙정부와 일부 지자체에서 지속적으로 도입하려 했지만 정치권과 관련 업계의 반대로 성공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1989·1995·1997·2001년 차고지 증명제 도입을 위해 당시 건설교통부에 법 개정을 건의하기도 했지만 무산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차고지 증명제를 도입하려면 국토교통부 차원의 근거 법령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차고지 증명제를 도입한 지자체가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 2007년 2월 2000㏄ 이상 승용차와 36인승 이상 승합차 등 대형차를 대상으로 차고지 증명제를 도입했다. 당시 제주도는 2004년부터 2006년까지 관련 법령을 제정하고 종합정산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철저한 사전 준비를 했고, 주민 공감대 형성을 위해 홍보에도 노력을 기울였다. 이후 올해 7월부터는 중대형차로 이를 확대해 시행하고 있다. 2022년 1월 1일부터는 소형차와 경차도 차고지 증명제 적용 대상이 된다.

이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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