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웨이트 셰이크 자베르 항구에 있는 ‘셰이크 자베르 코즈웨이 해상연륙교’. 이 다리는 현대건설과 GS건설이 2013년 11월 착공해 오는 25일 쿠웨이트 독립기념일에 개통된다. 총길이 48.57㎞(연결 구간 포함)로 세계에서 가장 긴 다리다. 사진 현대건설
쿠웨이트 셰이크 자베르 항구에 있는 ‘셰이크 자베르 코즈웨이 해상연륙교’. 이 다리는 현대건설과 GS건설이 2013년 11월 착공해 오는 25일 쿠웨이트 독립기념일에 개통된다. 총길이 48.57㎞(연결 구간 포함)로 세계에서 가장 긴 다리다. 사진 현대건설

잔뜩 흐린 날씨에 바람까지 거셌다. 1월 29일 오전. 쿠웨이트의 수도 쿠웨이트시 도심부 날씨는 그랬다. 쿠웨이트는 한여름에 50~60℃를 넘나든다. 하지만 이날은 두꺼운 스웨터를 꺼내 입어도 좋을 만큼 한기(寒氣)가 돌았다. 전날 모래 섞인 비가 한바탕 내려 자동차에는 흙먼지가 잔뜩 묻어 있었다. 이날 한국 취재진 3명은 쿠웨이트시 도심부에 있는 호텔에서 쿠웨이트 정부가 배정한 차량에 탑승해 시내에서 서쪽으로 100㎞가량 떨어진 셰이크 자베르 항구로 향했다.

쿠웨이트 정부가 한국 취재진을 셰이크 자베르 항구로 안내한 것은 이곳이 쿠웨이트 최대의 사회간접자본(SOC) 공사인 ‘셰이크 자베르 코즈웨이 해상연륙교’ 건설 현장이기 때문이다. 남부 지역인 셰이크 자유무역 지역과 북부 지역인 수비야 지역을 잇는 메인 구간(36.14㎞)과 셰이크 자유무역지역과 쿠웨이트 북서부인 도하 지역을 잇는 연결 구간(12.43㎞) 등 총 48.57㎞에 달하는 바다 위 다리를 만들기 위해 쿠웨이트 정부는 3조5600억원(31억5700만달러)을 투입했는데, 메인 구간은 현대건설이, 연결 구간은 GS건설이 시공했다. 지난해 12월 먼저 개통한 연결 구간에 이어 2월 25일 메인 구간까지 개통하면 쿠웨이트의 걸프만을 잇는 세계에서 가장 긴 다리가 국내 건설사의 힘으로 열린다.

셰이크 자베르 코즈웨이 해상연륙교의 성공적인 개통은 국내 건설 업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시공 능력 기준으로 국내 2위(현대건설)와 5위(GS건설)의 건설사가 참여한 초대형 프로젝트라는 점도 건설 업계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하지만 건설 업계가 다리 개통에 주목하는 더 큰 이유는 이 다리 개통이 향후 중동 지역 SOC 프로젝트 수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주요 5대 건설사(삼성물산·현대건설·대림산업·대우건설·GS건설)는 수익성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삼성물산이 영업이익 1조1040억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25.3% 증가했고, GS건설은 영업이익 1조6490억원(234.2%)을 기록했다. 대림산업(8525억원·56.2%)과 대우건설(6287억원·46.6%)도 영업이익 증가를 보였다.

현대건설만 유일하게 영업이익 8400억원으로 전년보다 14.8% 줄었다.


쿠웨이트 셰이크 자베르 코즈웨이 해상연륙교를 발주한 쿠웨이트 정부 소속 메사드(Mai AL Messad) 소장(가운데)이 지난 1월 29일 셰이크 자베르 항구에 위치한 건설현장사무소에서 한국 취재진들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정해용 기자
쿠웨이트 셰이크 자베르 코즈웨이 해상연륙교를 발주한 쿠웨이트 정부 소속 메사드(Mai AL Messad) 소장(가운데)이 지난 1월 29일 셰이크 자베르 항구에 위치한 건설현장사무소에서 한국 취재진들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정해용 기자

하지만 정부의 재건축 규제 강화와 부동산 시장 침체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올해부터는 사정이 달라질 것으로 건설 업계는 예측한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2019년 건설 경기 전망’에서 올해 전체 건설 수주는 137조원으로 지난해보다 7.9% 줄어들고 이런 불황이 2020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해외 수주를 확대하는 것이 필수인데, 중동 지역은 국내 건설사 해외 수주의 80%가량을 차지하는 대형 시장이다. 특히 중동 지역은 최근 원유 가격 상승 영향으로 오일머니가 늘어나고 있어 올해 대규모 공사가 발주될 가능성이 큰 지역이다.

중동 국가들은 대부분 종교·문화·경제 등에서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고 끈끈한 혈연으로 이어져 있는 만큼 한 국가에서 건설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성하면 그 국가는 물론 인근 국가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 수주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쿠웨이트 정부가 국토의 남북을 잇는 해상연륙교를 국내 건설사인 현대건설과 GS건설에 맡긴 것이 성공적으로 개통되는 것은 단순히 세계에서 가장 긴 다리를 지은 일일 뿐 아니라 향후 수백억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일 기회로 이어질 수도 있다.

도심을 벗어나 해안도로를 따라 1시간가량 달려 오전 10시가 조금 넘어 셰이크 자베르 항구에 도착했다. 항구 오른쪽에는 짙푸른 걸프만의 바다가 너울거렸고 이 바다를 가로지르는 셰이크 자베르 코즈웨이 해상연륙교가 눈앞에 펼쳐졌다. 남북 쿠웨이트를 연결하는 이 다리는 한눈에 다 볼 수 없을 정도로 바다 북쪽을 향해 뻗어 있었다.

아직 개통 전인 교량 건설 현장에는 인적이 드물었고 푸른 작업복을 입은 인도인 근무자가 취재진을 현장사무소로 안내했다.

현장사무소에는 쿠웨이트 정부 소속인 발주처 소장 메사드(Mai AL Messad)가 문 앞까지 나와 한국에서 온 취재진을 반겼다. 그는 40대 중반의 젊은 여성 관료였다. 검은색 히잡(중동국 여성이 머리를 가리는 두건)에 정장을 입었는데, 붉은색과 흰색이 섞인 체크무늬 재킷으로 한껏 멋을 냈다. 남성 중심적인 중동 국가이지만 최근 들어 쿠웨이트에는 여성 국회의원과 장관, 관료들이 많이 배출되고 있고 찢어진 청바지가 유행하는 등 여성의 복장이 점점 과감해지고 있다.

쿠웨이트 정부가 발주한 셰이크 자베르 코즈웨이 해상연륙교는 쿠웨이트 남쪽 셰이크 자베르 항과 북쪽 수비야 지역을 잇는다. 셰이크 자베르 항은 쿠웨이트시 인근이어서 잘 개발된 지역이다. 하지만 수비야 지역은 아직 전혀 개발되지 않았다. 이 지역을 신도시로 개발해 국토를 균형 있게 발전시키겠다는 게 쿠웨이트 정부의 생각이다. 최근 카타르 도하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등 중동 국가 신흥 도시가 교통·관광·쇼핑시설 등에 대규모 투자를 하면서 돈을 벌어들이자 과거 중동 최대 부국이었던 쿠웨이트도 국토 개발에 힘을 쏟기 시작한 것이다.


쿠웨이트 셰이크 자베르 코즈웨이 해상연륙교 건설현장. 사진 SYSTRA
쿠웨이트 셰이크 자베르 코즈웨이 해상연륙교 건설현장. 사진 SYSTRA

쿠웨이트 정부가 지금까지 버려져 있던 북쪽 수비야 지역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남쪽 도심 지역과 수비야 지역을 쉽게 오갈 수 있어야 한다. 도심과 수비야 지역은 거리상으로는 30㎞가량밖에 되지 않지만 바다로 가로막혀 있어 물류와 인구의 이동이 쉽지 않았기 때문에 다리를 만들었다. 이 다리가 개통되면 70분 이상 걸려 우회해야 했던 수비야와 셰이크 항을 20분이면 다닐 수 있게 된다.

현장사무소 2층으로 올라가니 망원경 4~5개가 놓여 있는 전망대가 있었다. 3~4㎞가량 떨어진 셰이크 자베르 코즈웨이 해상연륙교를 더 자세히 관찰할 수 있었다. 전망대에서 가까운 남쪽에 있는 교량 부분은 비교적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지만 북쪽으로 망원경을 돌리자 다리 모습이 아득하게만 보였다. 교량을 지탱하는 철근 기둥은 1000개가 넘을 만큼 촘촘하게 서 있었다. 기둥을 바다에 박는 작업만도 3년이 걸렸다. 지름이 3m, 높이는 수십미터에 달하는 기둥을 바다에 고정하기 위해 4개 팀이 24시간 내내 교대 작업을 했다.

다리 가운데 돛단배 모양의 주탑이 있었는데 이 주탑에 남쪽으로 놓인 다리 상판을 케이블로 연결해 놓았다.

반면 주탑 북쪽에 놓인 상판에는 케이블이 연결돼 있지 않은 비대칭형으로 지어졌다. 주탑과 상판을 케이블로 연결해 만든 다리를 사장교(斜張橋)라고 부르는데, 국내 인천대교가 대표적인 사장교다. 하지만 비대칭으로 일부 상판에만 케이블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건설된 교량은 극히 드물다. 다리 디자인을 맡은 프랑스 회사 시스트라는 전통적으로 어업에 종사했던 쿠웨이트를 상징하기 위해 주탑을 돛단배 모양으로 만들었다.

25일 개통하는 다리는 현대건설이 만든 36.14㎞의 메인 구간이지만 GS건설이 지난해 완공해 이미 개통한 연결 구간(메인 구간과 북서쪽 도하 지역을 잇는 12.43㎞의 다리) 교량까지 합치면 총길이가 48.57㎞에 달해 세계에서 가장 긴 다리가 된다. 지금까지 가장 긴 다리였던 중국 칭다오(靑島)의 하이완 대교(41.58㎞)보다 7㎞가 더 길다.

다리는 왕복 6차로(비상 차로 포함 8차로)로 만들어졌고 다리 중간에 2개의 인공 섬까지 조성됐다. 쿠웨이트 국왕 등 주요 인사들이 모두 개통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메사드 소장은 “우리는 쿠웨이트의 도심 지역(남쪽)과 북쪽 수비야 지역을 연결해 도시를 확장하려는 전략과 계획을 갖고 있다”며 “이 다리가 두 지역의 이동 거리를 많이 단축해 북쪽 지역 개발에 관심을 갖고 있는 투자자들과 쿠웨이트 주민에게 큰 기회를 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이 건설한 다리가 쿠웨이트에 새로운 미래를 가져올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Plus Point

[Interview] 정일석 현대건설 기술부장
“공사 기한 맞추기 위해 한여름 50℃에도 24시간 작업”

정해용 기자

정일석(오른쪽) 현대건설 기술부장이 1월 29일(현지시각) 쿠웨이트 ‘셰이크 자베르 코즈웨이 해상연륙교’ 건설 현장사무소에서 취재진에게 교량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정해용 기자
정일석(오른쪽) 현대건설 기술부장이 1월 29일(현지시각) 쿠웨이트 ‘셰이크 자베르 코즈웨이 해상연륙교’ 건설 현장사무소에서 취재진에게 교량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정해용 기자

쿠웨이트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 2만9040달러(2017년 한국은행 기준), 세계 원유 매장량 4위의 부국(富國)이다. 하지만 수도 쿠웨이트시가 있는 남부 지역과 바다를 마주보고 있는 북부 수비야 지역은 아직도 개발되지 않은 채 버려져 있는 땅이다. 이 땅을 신도시로 개발하기 위해서는 남부 지역과의 인적·물적 교류가 활발해져야 하는데 바다에 가로막혀 있었다. 결국 쿠웨이트 정부는 2013년 3조5600억원의 돈을 투입해 다리를 짓는 ‘셰이크 자베르 코즈웨이 프로젝트(SHEIKH JABER AL-AHMAD AL-SABAH CAUSEWAY PROJECT)’를 발주했고 30여 곳이 넘는 세계 건설사들 가운데 현대건설과 GS건설이 이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지난 5년 6개월간 중동의 바다를 잇는 세계 최장 교량 작업이 진행됐고, 메인 구간(36.14㎞) 개통을 앞두고 있다.

쿠웨이트 현지 사무소에서 이 다리의 기술 부문을 책임지고 있는 정일석 현대건설 기술부장을 만나 교량 건설의 의미에 대해 들어봤다.


5년 6개월 동안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
“바다에서 일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 날씨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파도나 너울도 힘들지만 한여름의 더위는 너무 고통스럽다. 지금은 겨울이기 때문에 날씨가 선선해 20℃ 안팎이지만 한여름에는 50℃가 넘는 기온이 계속된다. 이런 상황에서 공사 기한을 맞추기 위해 밤낮으로 작업했다.”

육지에서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해상 작업은 어떻게 진행됐나.
“다리를 떠받치는 철근으로 만든 기둥은 직경 2.5~3m 정도로 1160개나 된다. 바다에 40~60m 간격으로 해저에 수십 미터씩 땅을 파서 기둥을 박았다. 바지선에 특수 굴착 장비를 탑재해 해상 플랜트를 이용해서 해저에 박았다. 이런 기둥을 하루에 1개씩 바다로 옮겨와 박았는데, 1일 1개씩 작업했지만 3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교량 상판은 1000개 정도 된다. 북쪽 수비야 지역 육상 작업장에서 콘크리트 작업까지 마쳐 제작한 후 특수 장비인 스트래들 캐리어와 트랜스포터, 바지선으로 해상으로 이동했다. 하루에 1개의 상판을 바다로 옮겨 다리 위에 얹기 위해 작업 인력들은 4개 팀으로 나눠 24시간 계속 작업했다. 약속한 공사 기한을 맞추기 위해서였다. 결국 기한을 맞췄다. 집을 떠나 중동의 바다에서 밤을 새워 작업했던 직원들이 자랑스럽다.”

한국 건설사가 쿠웨이트에서 한 프로젝트 중 최대 규모인가.
“쿠웨이트에서는 전무후무한 프로젝트다. 교통을 위한 SOC가 다시 이 정도 프로젝트로 추진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국내 건설사의 해외 수주 전체로 따져 봐도 리비아 대수로 공사(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에 매장된 지하수를 파이프로 연결해 지중해 연안까지 끌어낸 토목공사로 1984년 동아건설이 수주) 이후 최대의 SOC 공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