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 공룡 구글은 3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존재하지 않았던 ‘신생’ 기업이다. 반면 코카 콜라는 64년간 포천 500대 기업에 이름을 올리는 ‘장수 수퍼스타’다. 이 수퍼스타 그룹의 세계는 생각보다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었다.
글로벌 IT 공룡 구글은 3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존재하지 않았던 ‘신생’ 기업이다. 반면 코카 콜라는 64년간 포천 500대 기업에 이름을 올리는 ‘장수 수퍼스타’다. 이 수퍼스타 그룹의 세계는 생각보다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었다.

초당 3만잔 가까이 팔리는 세계인의 음료 코카콜라는 지난 64년간 단 한번도 빠지지 않고 매년 ‘포천 500대 기업’에 이름을 올리는 장수 모범생 기업이다. 그 사이 순위 변동은 수차례 있었지만 꾸준히 상위권 자리를 지키고 있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2006년 353위로 처음 리스트에 진입해 13년째 이름을 올리고 있다. 코카콜라보다 51년 늦었지만 10월 31일(현지시각) 기준 시가총액 7536억달러(약 854조원)로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과 함께 미국 증시 시가총액 상위권 자리를 지키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의 연구기관인 맥킨지 글로벌 컴퍼니(MGI·이하 맥킨지)는 ‘잘나가는’ 기업들의 특징과 이들의 생태계를 파악하기 위해 조사 분석에 나섰다. 조사 대상은 각국 증시에 상장된 연매출 10억달러(약 1조1500억원) 이상의 5750개 기업이었다(2014~2016년 기준). 세계 세전 법인세 총합의 65%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들이다.

먼저 맥킨지는 해당 기업들의 경제 수익 순서대로 줄을 세우고, 상위권 10% 그룹에 집중했다. 여기에 속하는 기업들은 FAANG(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 코카콜라, 네슬레 같은 글로벌 기업으로 맥킨지는 이들을 ‘수퍼스타’로 이름 붙였다.

‘상위 20%가 전체 부의 80%를 창출한다’는 경제학 이론인 ‘파레토 법칙’은 기업 생태계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오히려 더 극적으로 나타났다. 기업 이익 상위 10%에 해당하는 1547개 기업이 창출한 가치가 전체 기업이 만들어낸 가치의 80%를 차지했다. 위로 올라갈수록 이 현상은 더욱 뚜렷해졌다. 상위 1% 회사가 창출한 가치는 전체의 36%에 달했다.

이 현상은 과거에 비해서도 더 심해졌다. 수퍼스타 기업들은 2014~2016년 기준 평균 13억5500만달러(인플레이션 조정치)를 벌어들였다. 20년 전(8억5000만달러)보다 1.6배 증가한 수준이다. 특히 최상위권인 1% 기업 수익은 평균 64억달러로 과거(35억달러)보다 1.8배 증가했다.

반대로 하위권 그룹에서는 빈익빈 현상이 강했다. 과거 평균 10억2300만달러 손실을 냈던 하위 10% 기업들의 손실 규모는 최근 15억6200만달러를 기록했다. 약 1.5배가량 증가했다. 반면 중위권 기업들의 수익 규모는 20년 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움직였다. 맥킨지는 “상위 10%와 하위 10% 양 끝에 있는 기업들의 경우 20년 전과 비교해 왜곡이 심화됐다”고 분석했다.

보통 잘나가는 글로벌 기업을 말하면 실리콘밸리에 있는 정보기술(IT) 기업들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하지만 맥킨지 분석 결과 수퍼스타 그룹은 분야별, 지역별로 다양했다.

수퍼스타 그룹에 속한 기업들이 종사하고 있는 분야의 특징을 가장 단적으로 볼 수 있는 그룹군은 상위 1%에 속하는 ‘초(超)수퍼스타’ 그룹이다. 20년 전과 비교했을 때 은행, 컴퓨터·전자, 인터넷·미디어·소프트웨어, 음식료품 등 기존 9개 분야에 소비자 서비스(헬스케어·리테일), 소비자 대상 제품(의류·럭셔리), 인프라스트럭처(운송·유틸리티) 등 3개 분야가 추가됐다. 분야별 다양성이 확대된 것이다.

재밌는 점은 경제 가치로 환산했을 때 상위 수퍼스타 그룹군의 지도가 20년 전과 비교해 크게 달라졌다는 점이다. 특히 금융 분야와 IT 분야의 자리바꿈이 두드러졌다. 1995~97년 당시 전체 수익 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각각 8.8%, 6.7%에 불과했던 컴퓨터·전자, 인터넷·미디어 분야의 비율은 2014~2016년 기준 각각 23.3%, 19.8%까지 늘었다. 반면 은행과 보험 비율은 27.4%에서 12.2%로 절반 넘게 쪼그라들었다.(상위 1% 그룹 기준)

출신지도 다양했다. 물론 여전히 비율로 따지면 전체 수퍼스타 기업의 대부분인 95%가 G20 선진국들로 채워졌다. 그런데 20년 전과 비교해 출신 국가 비율을 따지면 미국, 유럽 등 선진국 비율은 줄고 중국 등 신흥국 비율이 늘었다.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의 신흥 IT 기업들이 대거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온 것이다. 실제로 미국 기업이 수퍼스타 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45%에서 38%로, 유럽 기업 비율은 35%에서 22%로 감소했다. 반면 중국, 인도, 한국, 일본 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1990년대 7%에서 27%까지 확대됐다.


상위권이라고 안심 말라

“경쟁은 루저(loser·패배자)들이나 하는 것.” 페이팔의 창립자 피터 틸이 2014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고한 칼럼의 제목이다. 한 분야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가져야 최고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이었는데, 맥킨지의 보고서에 따르면 오히려 이 같은 주장과는 배치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었다. 맥킨지는 수퍼스타 그룹의 내면이 “들끓고 있다(churn)”고 했다. 생각보다 훨씬 변화무쌍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수퍼스타 그룹군의 절반 정도는 경기순환기마다 상위권 그룹에서 탈락하고 그 자리는 주로 신흥국에서 등장한 기업과 IT 분야 기업들로 대체됐다.

특히 30년 전 수퍼스타 그룹에 속해있던 245개 기업 중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장수 수퍼스타’는 109개였다. 소비재 기업인 코카콜라, 존슨앤드존슨, 네슬레, 알트리아(필립모리스의 모회사)를 비롯해 IT 기업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유럽계 제약회사 머크, 노바티스 등이다. 그 사이 136개 기업이 탈락한 빈자리는 삼성, 도요타 등 아시아 출신 기업들과 알파벳, 애플, 페이스북, 오라클과 같은 IT 기업들이 채웠다.

눈여겨볼 만한 부분은 상위권에서 탈락한 기업의 40%는 하위 10% 그룹으로까지 추락한다는 것이다. 물론 하위권에서 상위권까지 한번에 올라가는 경우도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런 ‘신데렐라’ 같은 기업은 손에 꼽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제임스 매니카 맥킨지 디렉터는 “최상위권 그룹은 엄청난 수익을 내고 있지만 이 자리를 지키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회사들이 10년 전과 비교해 더 빠르게 떠올랐다가 순식간에 밑으로 떨어지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세계화’와 ‘기술 발전’을 주요 요인으로 꼽는다.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가 나타났을 때 이 아이디어가 활용되는 시장 규모가 과거보다 커진 데다, 아이디어 확장에 필수적인 자본도 예전보다 더 쉽게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세계화가 도전받고 있는 최근의 상황에서 의미 있는 결과”라며 “수익성을 예측할 수 있으면서 세계 시장에 수월하게 진출할 수 있다는 점은 비슷한 아이디어나 경쟁자 출현으로 시장 지위가 위협받을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퍼스타 그룹은 다른 그룹에 비해 R&D와 같은 무형의 자산에 2~3배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퍼스타 그룹은 다른 그룹에 비해 R&D와 같은 무형의 자산에 2~3배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등 비결은 ‘R&D 투자’

맥킨지는 하위권 그룹과 상위권 그룹의 운명을 가른 요인을 알아보기 위해 20년 전과 비교해 항목별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분석했다. △매출·고용인·자산으로 대표되는 규모 △영업순익·자본투입률로 대표되는 수익성 △연구·개발(R&D) 비용으로 대표되는 혁신성 △해외 매출액 비중으로 대표되는 세계화 정도 △노동생산성·고정자산생산성으로 대표되는 생산성으로 나눠 과거와 비교했다.

20년 전과 비교해 상위권과 하위권에서 가장 큰 차이를 보인 항목은 R&D 투입 비용이다. 특히 최상위권인 상위 1% 그룹은 중위권보다 R&D와 같은 무형의 자산에 최소 2배에서 최대 3배 많은 돈을 쏟아붓고 있었다. 실제로 수퍼스타 그룹의 매출액 중 R&D가 차지하는 비율은 20년 전 5.6%에서 7.0%로 증가했다. 상위 1% 기업군 역시 같은 기간 5.4%에서 9.9%까지 증가했다. 반면 이 기간 하위권 그룹의 R&D 투입 비율은 오히려 줄었다. 전체 매출에서 3.8% 차지하던 R&D 투입 규모는 1.2%로 감소했다.

맥킨지는 “수퍼스타 기업들은 지식재산권(IP), 소프트웨어, 특허권과 같은 무형 자산을 통해 고객들에게 더 좋은 제품과 브랜드를 제공할 수 있게 되고 그 결과 고객들을 묶어둘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잘나가는’ 기업들의 특징 두번째는 해외 매출 비율이 높다는 점이었다. 지난 20년간 하위권 그룹의 해외 매출 비율이 전체 대비 30.5%에서 21.1%로 쪼그라든 반면, 상위 1%의 해외 매출 비율은 39.7%에서 42.3%로 늘었다. 실제로 국제연합무역개발회의(UNCTAD)의 작년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자산 기준 상위 100개 기업의 해외 매출 비율은 20년 전 55%에서 70%까지 증가했다.

인수·합병(M&A)을 통한 외형 성장도 수퍼스타 기업들을 이끄는 힘이었다. 과거보다 M&A 활동 자체가 증가한 데다, 상위권 그룹은 영업권이나 특허권과 같은 무형 자산을 사들이는 데 적극적이었다. 미국의 M&A 시장 전문분석기관 IMAA에 따르면 2016년 인수·합병 건수는 4만8825건(가치 3조6200억달러)으로 1997년(2만6845건, 1조8300억달러)보다 급증했다. 또 수퍼스타 그룹의 경우 총자산에서 영업권과 무형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중위 그룹보다 1.5~2배 많았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는 “수퍼스타 그룹이 다른 기업과 구별되는 가장 큰 차이는 과감한 투자와 이런 투자건을 골라내고 결정하는 능력”이라고 평가했다.


plus point

승자독식은 경제에 毒

휴양도시 잭슨홀에서 열린 연례 심포지움에서 “수퍼스타 기업이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의 논문이 발표됐다.
휴양도시 잭슨홀에서 열린 연례 심포지움에서 “수퍼스타 기업이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의 논문이 발표됐다.

페이스북은 2014년 소셜미디어 기업인 인스타그램을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에 인수했다. 2년 뒤에는 모바일 메신저 왓츠앱을 190억달러(약 21조5000억원)에 사들였다. 모두 경쟁사가 될 만한 기업들이었다. 또 2013년 스냅챗이 자신의 인수 제안을 거절하자 페이스북은 바로 스냅챗의 주요 기능을 모방한 기능을 추가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노동·경제학계는 수퍼스타들의 ‘독식’을 우려하고 있다. 인터넷 검색과 광고, 소셜미디어 등에서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의 독점 체제가 계속되면 경쟁을 억제하고 불평등이 심화돼 창업이 줄고 고용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수퍼스타 기업이 인재풀을 독차지하는 현상을 지적한다. 이들이 높은 임금을 내세워 고급 인력을 싹쓸이하면 경쟁에서 밀린 다른 일반 기업들의 임금은 정체된다. 임금 불평등까지 확산되는 것이다.

지난 8월 각국 중앙은행장과 경제 수장이 모여 경제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인 잭슨홀 심포지움에서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논문이 발표됐다. 존 반 리넨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수퍼스타 기업들이 시장 지배력을 갖는다고 해서 이 힘이 소비자 이익을 위해 쓰이지 않는다”면서 “그들은 로비, 진입 장벽 설치, 미래 경쟁자 매수 등을 통해 지배력을 더 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데이비드 오터 매사추세츠공대 교수는 지난해 논문에서 “‘승자독식’의 수퍼스타 기업자신은 높은 이윤을 챙길 수 있지만, 사회는 전반적으로 그 반대 효과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plus point

富 흐름도 빈익빈 부익부 심화

포브스 선정 세계 최고 부자 5인.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제프 베이조스, 빌 게이츠, 워런 버핏, 베르나르 아르노, 아만시오 오르테가. 사진 블룸버그
포브스 선정 세계 최고 부자 5인.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제프 베이조스, 빌 게이츠, 워런 버핏, 베르나르 아르노, 아만시오 오르테가. 사진 블룸버그

“이탈리아 인구의 20%가 80%의 땅을 소유하고 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파레토 법칙’이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의 논문을 통해 세상에 소개된 것은 1896년의 일이다. 그로부터 1세기가 넘게 지난 지금, 부의 균형추는 한쪽 끝으로 더욱 치우치고 있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의 연구기관 크레디트스위스리서치인스티튜트(CSRI)가 최근 발간한 ‘세계 부 보고서 2018’에 따르면 올해 세계 가계 부(富)는 지난해보다 약 14조달러(4.6%) 증가한 317조달러를 기록했다. 또 상위 10% 자산가는 세계 부의 85%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같은 현상은 위로 올라갈수록 더 심화됐다. 상위 1% 자산가는 세계 부의 47%를 갖고 있었다.

한국도 사정이 비슷했다.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0세 이상 한국인이 가진 평균 자산은 17만1739달러(약 2억원)로 작년보다 6% 정도 증가했다. 특히 100만달러(11억3000만원) 이상 자산을 가진 ‘백만장자’ 수도 75만4000명으로 작년(70만명)보다 증가했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도 심각해져 올해 부의 중간값은 6만5463달러로 전년(6만7934달러)보다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세계적으로는 ‘조만장자(trillionaire)’ 탄생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달러 기준). 지난 2월 미국 경제지 ‘뉴스위크’는 아마존 창립자 제프 베이조스가 4년 안에 세계 최초의 조만장자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동안 세계적 갑부를 지칭하는 말로 ‘억만장자(billionaire)’가 쓰였는데, 이제는 이마저 뛰어 넘는 ‘초갑부’ 시대가 열린 것이다. 석유왕 존 데이비슨 록펠러가 ‘세계 최초의 억만장자’ 타이틀을 얻은 지 약 80년 만의 일이다.

현재 ‘블룸버그 억만장자 인덱스’에 따르면 베이조스 재산은 1330억달러다. 그 뒤로 빌 게이츠(942억달러), 워런 버핏(844억달러)순이다. 크레디트스위스는 60년 안에 11명의 조만장자가 탄생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송현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