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중독은 의지 부족이 아니라 질병이다. 내성이 생겼고 금단 증상이 있다면 즉시 정신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 사진 셔터스톡
도박 중독은 의지 부족이 아니라 질병이다. 내성이 생겼고 금단 증상이 있다면 즉시 정신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 사진 셔터스톡
윤우상 밝은마음병원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엄마 심리 수업’ 저자
윤우상 밝은마음병원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엄마 심리 수업’ 저자

최근 ‘그것이 알고 싶다’를 비롯한 많은 언론에서 ‘청소년 불법 도박’ 실태를 보도하고 있다. 친구를 통해 도박을 접한 청소년들은 적게는 수십만원부터 많게는 수억원에 이르는 돈을 잃고, 도박에 빠져 자금이 부족해지자 다른 친구를 폭행하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는 청소년들이 게임처럼 쉽게 도박에 접근할 수 있다고 증언하며, 반 친구들 10명 중 6명은 도박에 빠져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많은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 2010년생)가 도박에 쉽게 중독되고 있는 현실이 큰 사회 문제로 불거지고 있다. 이들이 도박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도대체 무엇일까. MZ 세대에서 도박이 유행처럼 번지는 두 가지 중요한 이유가 있다.

첫째는 쉬운 접근성 때문이다. 과거에는 도박하려면 카지노에 가거나 은밀한 곳에 숨어서 돈다발을 들고 패를 돌려야 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스마트폰을 쥐고 있는 그곳이 도박장이 되기 때문. 스마트폰은 손쉽게 도박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게 하고, 액수 상관없이 게임을 하듯이 베팅을 할 수 있게 한다.

도박에 빠지는 또 하나의 이유는 한탕주의다. 취업난, 쥐꼬리 월급, 불가능한 내 집 마련, 게다가 돈으로 평가받는 사회 속에서 미래에 대한 희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한 달에 몇 만원의 용돈이라도 벌어보자’는 소소한 욕심부터 ‘운 좋으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환상까지, 도박 중독을 키우는 이유도 다양하다.

정신의학적으로 보면, 도박 중독에는 ‘도파민’이라는 뇌 호르몬이 크게 작용한다. 도박이라는 전율과 단기간에 얻은 큰 이익은 도파민을 강하게 분출시킨다. 도파민은 에너지와 활력을 주는 중요한 호르몬이지만 더 강한 분출을 위해 더 큰 자극이 필요하다.

‘중독’이라고 말하기 위해서는 ‘내성’과 ‘금단 증상’이라는 두 요소가 있어야 한다. 내성은 흥분을 얻기 위해서 자극이 점차 강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전에 하던 액수는 시시하게 느껴지면서 도박에 거는 액수가 점점 커지고 무모한 베팅을 한다. 금단 증상은 도박을 하지 않을 때는 불안하고 초조해지고 도박에 대한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이제는 알코올이나 마약 같은 물질 중독이 아니라 게임, 도박 등의 행위 중독이 더 문제가 되는 세상이다.

도박 중독은 의지 부족이 아니라 질병이다. ‘정신 차리고 그만해!’ 하고 야단치는 거로 끝나지 않는다. 내성이 생겼고 금단 증상으로 갈망에서 못 벗어난다면 하루빨리 정신과 진료를 해야 한다. 특히 2030 세대의 경우 도박으로 인해 가정, 직업, 학업, 사회적으로 한 번이라도 문제가 발생했다면 바로 정신과를 찾아야 한다.

도박 중독은 정도에 무관하게 무조건 약물치료를 해야 한다. 알코올 중독 치료에 사용하는 항갈망제를 6개월 이상은 먹어야 한다. 항갈망제를 먹으라는 이유는 갈망을 줄이는 효과도 있지만, 매일 약을 먹으면서 자신이 도박 중독이라는 질병에 걸렸다고 자각하고 조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정신과 치료를 받는 중인데도 또 도박한다면 입원을 시키는 게 낫다. 도박에 접근하지 못하게 완전히 차단하는 효과도 있으면서 정신병동 입원이라는 강력한 충격 요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도박이야말로 강력한 초전박살의 접근법이 필요하다. 도박을 한순간의 실수로 가볍게 생각하면 안 된다. 정신 차렸으니 괜찮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은 금물이다. 잘못하면 파멸의 길로 빠진다. 주의, 또 주의해야 한다.

윤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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