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에 있는 위워크 건물. 사진 블룸버그
영국 런던에 있는 위워크 건물. 사진 블룸버그

혁신의 승부사, 손정의 사장의 소프트뱅크와 비전펀드가 요즘 위워크 때문에 고민이 많다. 지난 10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소프트뱅크가 위워크의 상장을 만류한다’는 제목의 단독 기사를 실었다. 그러지 않아도 부동산기업인 위워크에 기술기업의 프리미엄을 인정해주는 게 말이 되냐며 소프트뱅크의 위워크 투자를 흘겨보았던 이들에게는 신나는 소식이었다. 100억달러가량을 투자해서 29%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 주주 소프트뱅크는 위워크가 350억달러 이상으로 상장해야 본전이다. 그런데 월가의 은행들은 위워크 가치를 200억달러 아래로 보고 있다. 결국 9월 23일로 예정됐던 위워크의 상장은 연말로 미뤄졌다.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가 이 공유 오피스 스타트업에 처음 투자한 것은 2년 전인 2017년 8월로 당시 회사 가치는 200억달러였다. 그리고 18개월 뒤인 2019년 1월에는 470억달러의 가치로 환산해서 소프트뱅크가 투자했다. 비전펀드는 2017년 한 번만 넣었지만, 소프트뱅크는 계속 돈을 부었으니 재정적으로나 명성 면에서 피해가 크다. 늦은 감이 있으나 최고경영자(CEO)인 아담 노이만의 차등 의결권을 20배에서 10배로 줄이고 이사회에서 해임도 가능하도록 고쳐 회사를 정상화하는 중이다.

그동안 노이만 CEO의 경영 방식을 지적하는 뉴스는 계속 나왔었다. 2018년에는 어느 여성 간부가 두 번 성추행을 당했다며 회사를 제소했는데 그 원인으로 과도한 음주가 용인되는 위워크의 대학 동아리 같은 문화를 지적했다. 직원들에게 무제한으로 제공되던 맥주는 그 사건 이후 하루 1400cc로 제한됐다.

도덕적 해이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그가 브랜드 이용료 명목으로 회사로부터 5900만달러를 챙기거나(나중에 돈을 돌려주기는 했지만) 자기가 소유한 건물을 회사에 임대한 사건 등이 있었다. 월가의 분위기를 더욱 싸늘해지게 한 것은 노이만의 지분 매각이었다. 지난 7월 월스트리트저널은 노이만이 자신의 위워크 지분을 팔거나, 담보로 내어 주고 확보한 현금이 7억달러라고 보도했다. 상장 신청을 한 회사의 대표가 자기 주식을 미리 판다는 소식이 시장에 좋은 영향을 줄 리 없었다.

차량공유서비스 우버도 고전 중이다. 지난 5월 뉴욕증시에 상장했으나 불과 4개월 만에 기업가치의 3분의 1이 증발했다. 우버의 주가가 내리는 이유는 위워크의 문제와 동일한데 적자가 개선될 조짐이 안 보이기 때문이다. 적자를 줄이기 위해 운전자 인센티브를 줄이면 시장 점유율이 떨어진다. 점유율이 줄어드는 것은 사용자 경험의 악화로 이어진다.

우버의 계획은 자율주행 차량을 도입해서 인건비를 줄이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자율주행 기술을 가지고 있는 스타트업 오토(Otto)를 6억달러에 인수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구글이 나서 오토의 기술은 구글로부터 훔친 것이라며 제소했다. 오토 창업자는 절도 혐의로 구속됐고 회사는 2억5000만달러를 구글에 물어줘야 했다. 게다가 캘리포니아 법원은 9월 11일, 우버 운전자들을 자영업자가 아닌 직원으로 봐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게 우버의 비용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끝날지, 사업 모델의 근간을 흔들지 두고 볼 일이다. 우버의 최대 주주도 16.3% 지분을 가진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다.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위워크 내부 업무 공간. 사진 블룸버그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위워크 내부 업무 공간. 사진 블룸버그

삶을 한 단계 진보시킨 서비스

공유오피스와 차량공유서비스의 투자자들이 고민에 빠진 것과 달리 이들 서비스는 우리 삶을 한 단계 진보시켰다. 이제 해외 출장자들은 중국의 디디추싱, 동남아의 그랩, 미국과 유럽의 우버 등 차량공유서비스 없는 일정을 상상하기 어려워한다. 필자도 지난주 베트남 호찌민에 출장을 다녀왔다. 베트남어 한마디 몰라도 시내 외출이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언제 어디서나 그랩 앱 덕택에 안전하고 바가지 쓸 위험 없는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었다.

위워크가 강남역에 1호점을 연 시점이 2016년 8월. 3년이 지난 지금 부산의 두 곳을 포함해서 21동의 위워크 빌딩이 성업 중이다. 2015년 첫 지점을 열었던 패스트파이브도 이제 18곳에 달한다. 공유오피스에는 스타트업들도 입주한다. 100억원 이상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 159개의 사무실 위치를 조사해보니 위워크에 14개, 패스트파이브에 5개, 스파크플러스에 7개로, 3대 공유오피스에만 16%가 입주해 있었다.

위워크 같은 공유 오피스는 기존의 비즈니스 센터와 달리 젊은이들이 주류를 이룬다. 입주사 직원들의 80%가 20·30세대이며 카페 같은 공용 공간과 무료 음료, 각종 네트워킹 행사 등이 특징이다. 칸막이 안에 갇혀 일하던 선배 세대와 달리 이들에게는 와이파이만 있다면 어디나 사무실이 된다. 넓은 책상과 칸막이에 익숙한 중장년 세대는 이 유리벽 환경이 어색하다. 위워크의 책상은 폭이 1m에 불과하고 세로도 짧아 노트북과 모니터 하나 놓으면 가득 찰 정도로 협소하다. 앉은 자세를 조금이라도 불량스럽게 하면 앞사람과 다리끼리 인사할 정도다.

이런 불편과 기존 사무실에 비해 높은 비용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이 공유오피스를 이용하는 첫 번째 이유는 채용 때문이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인지도가 매우 낮거나 없는 수준이다. 따라서 채용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별도의 후광 효과를 간절히 필요로 하는데, 폼나는 공유오피스들이 이 갈증을 해결해준다. 도심이나 테헤란로의 지하철역 도보 1분 거리의 고층빌딩에다가 카드키로 입장하면 외국으로 느껴질 만큼 분위기가 서구적이다. 스타트업에서 3개월 계약직으로 위워크 생활을 했던 어느 젊은이는 “퇴사하는 날 출입 카드를 숨겨서 달아나고 싶었다”라고 블로그에 적었다.

두 번째 장점은 공간 활용의 융통성이다. 몇 달 뒤에 자기 회사 직원이 몇 명이 될지 모르는 것이 스타트업이다. 계획대로 일이 풀린다면 직원 숫자가 1년에 두세 배가 되기도 하고, 안 되면 반으로 아니 아예 사업을 접기도 한다. 사무실을 2년 단위로 계약하고 사무실의 확장 축소가 거의 불가능한 기존의 사무실 임대 관행은 스타트업에 많이 불편했다. 이런 해법은 위워크가 처음으로 제시했다.

대부분의 공유 플랫폼들은 매출과 손실이 동시에 증가하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어느 날, 손실을 메워주던 투자자의 인내심이 마르고 경쟁에서 도태된 특정 사업자가 사라진다 해도, 한 번 올라간 고객의 눈높이는 다시 낮아지지 않는다. 그 시점에서 시장을 장악할 사업자는 비용 절감 방법을 찾은 자가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우버가 아닌 테슬라가 차량공유서비스를 한다 해도, 사용자들은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공유오피스 사업도 꼭 위워크와 같은 임대사업자가 아닌 대형 건물의 주인들이 직접 해도 경쟁력이 있을 것이다.

창업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해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전략이 있고, 남들이 만든 시장에 약간의 개선을 더해 작은 파이를 챙기는 후발 주자의 길도 있다. 어떤 전략을 취하는 회사가 탄생하든, 창업 기업이 늘어난다는 것은 소비자가 다양한 선택지를 갖게 된다는 의미다. 2019년 현재 사람들의 생활 양식을 바꾼 공유 플랫폼 회사들은 시장의 박한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들이 만들어낸 혁신까지 평가절하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