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연세대 경영학·법학, 베이징대 법학 박사, 사법연수원 33기, 전 법무법인 율촌 상하이 대표처 대표
허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연세대 경영학·법학, 베이징대 법학 박사, 사법연수원 33기, 전 법무법인 율촌 상하이 대표처 대표

최근 중국의 교통운수부,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재정부 등 재정과 관련 있는 핵심 부처들이 공동으로 ‘고속도로 통행료 차등화 징수의 전면적인 실시 방안(全面推廣高速公路差異化收費實施方案)’을 반포했다. 통행료의 차등화 징수란 고속도로 구간, 차량의 종류, 통행 시간, 진출 입구, 운행 방향, 통행료 지불 방식 등에 따라 상이한 통행료를 징수하는 것을 말한다.

통계에 따르면 중국 화물의 총가치 가운데 물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이른다. 물류비의 과중한 부담은 중국 실물 경제 성장에 장애 요소로 작용한다고 한다. 이번에 반포된 고속도로 통행료 징수의 현실화는 물류 비용 저감을 통한 효율화와 운수 물류 서비스 체계 개선을 통한 실물 경제의 건강한 발전 등을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획일적이고 융통성 없는 고속도로 통행료 징수와 공개되지 않은 고속도로 통행료의 사용 내막은 과거부터 중국인이 가장 궁금해하는 정보 중 하나였다. 2008년 5월 1일 중국에서는 ‘정부정보공개조례(政府信息公開條例)’가 시행된다. 여기서 정보(信息), 즉 신식이라는 말은 소식이나 편지라는 의미인데, 현대에는 ‘정보’라는 말로 쓰인다.

이 조례에 따르면 정부의 정보란 행정기관이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작성 또는 취득한 일정한 형식으로 기록·보존된 정보를 말한다(제2조). 조례는 국가 기밀로 분류된 정부 정보, 법률, 행정 법규로 공개가 금지된 정부 정보, 공개 후 국가 안보나 공공의 안전, 경제·사회의 안정에 위험을 끼칠 수 있는 정보(제14조), 영업 비밀, 개인의 프라이버시 등 공개되면 제삼자의 합법적인 권익에 손해를 끼칠 수 있는 정부 정보(제15조), 행정기관의 내부 사무관리, 인사관리, 후방 지원관리, 내부 업무 절차 등의 정보(제16조) 등을 제외하고는 정부 정보는 원칙적으로 공개한다는 기본 이념을 규정하고 있다(제5조).

조례가 시행되고 얼마 되지 않은 2008년 5월 30일 베이징대 소속의 교수 세 명이 베이징 공항고속도로의 통행료 정보를 공개하라는 신청을 한다. 조례는 교육, 위생 건강, 급수, 전기 공급, 가스 공급, 난방, 환경보호, 공공교통 등 대중의 이익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공공사업 단위에도 정보 공개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제55조).

당시 베이징대 교수들은 ‘중국의 고속도로 통행료 징수 정책 개혁’이라는 제목의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었다. 공항고속도로는 대표적인 유료 도로(經營性公路)로, 해당 연구 프로젝트의 주요한 연구 대상이라며 정보 공개를 신청한 것이다.

공항고속도로가 완공되고 약 3년이 지난 후인 1997년 베이징시 정부는 공항고속도로의 성격을 유료 도로로 전환하고 30년간의 징수권을 다시 설정했다. 그 과정에서 과거 징수한 통행료가 얼마였는지, 어떻게 사용했는지 등을 한 번도 공개한 적이 없었다. 베이징대 교수들의 정보 공개 신청에 따라 베이징시 공항고속도로 통행료의 징수와 사용 현황이 비로소 일반에 드러났다.

정부의 정보 공개 의무의 대척점에는 국민의 알 권리가 있다. 중국에서는 알 권리를 상황을 아는 권리라고 해서 ‘지정권(知情權)’이라고 부른다. 중국 정부의 고속도로 통행료 차등화 정책의 뿌리는 2008년 베이징대 교수들의 알 권리 행사와 그에 따른 정부의 공항 고속도로 통행료 정보 공개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