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에서 피해야 할 첫 번째는 동료 모르게 조용히 작업하다가 전격적으로 퇴사하는 경우다. 학연, 지연보다 더 도움 되고 때로 발목도 잡을 수 있는 게 직장 연이다.
이직에서 피해야 할 첫 번째는 동료 모르게 조용히 작업하다가 전격적으로 퇴사하는 경우다. 학연, 지연보다 더 도움 되고 때로 발목도 잡을 수 있는 게 직장 연이다.

명함 관리 애플리케이션 ‘리멤버’가 직장인에게 설문을 돌렸더니 응답자의 72%가 이직을 궁리 중이라 대답했다. 14%는 적극적으로 찾고 58%는 좋은 기회를 기다리는 중이란다. 2025명이 참여했던 지난 7월의 조사다. 지난해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30대 대기업의 평균 근속 연수는 13년, 중소기업은 4년이다. 내가 느끼는 스타트업 직원의 평균 근속 기간은 2년 남짓이다.

우리 산업 현장이 늘 이랬던 것은 아니다. 1995년도 노동부(현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당시 직장인의 생애 근속 회사의 개수는 1.8개였다. 이런 숫자가 나오려면 노동자 다섯 명 가운데 한 명은 처음 입사한 직장에서 정년을 맞고, 나머지 네 명이 딱 한 번씩만 이직을 해야 한다. ‘OO가족’ ‘OO맨’이 되어 충성을 바치는 평생직장의 꿈은 국제통화기금(IMF) 경제 위기로 끝났다.

찬바람이 부는 계절이 되면 퇴사를 고민하는 직장인이 늘어난다. 연말 고과와 연이어 발표되는 인사 배치의 압박 때문만은 아니다. 어둠이 깔린 퇴근길에 가로수 낙엽이 뒹굴면, 오늘 하루는 어떻게든 보냈지만 이렇게 계속 사는 게 정답인지 고민이 많아지게 된다. 해가 짧아지는 북반구의 겨울에는 계절 우울증이라는 마음의 감기가 돈다. 미국 동부 대학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보면 겨울에 우울감을 느낀다는 대학생이 반이 넘는다. 가라앉은 삶에 변화를 주고 싶지만 공무원 시험 준비나 유학은 엄두가 안 나고, 대학원 진학은 실익이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오래 쉴 형편도 아니니 회사 옮기면서 한두 달 쉬는 것으로 대충 타협한다.

전직을 결심했다면 몇 가지 결정할 사안과 작업 기간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몇 달 뒤, 지금과 동일한 고민에 빠진다. 인터뷰 질문에 흔히 등장하는 ‘10년 뒤 목표’, 너무 벅차면 ‘5년 뒤 목표’를 지금 세워야 한다. 5년, 10년 뒤에 내가 창업을 할지 아니면 외국인 투자 법인에서 일할지 등에 따라 이번에 옮길 직장이 결정된다. 이러한 생애 계획 탐색 과정을 생략한 이들은 대부분 이직 결심 시점에서 서너 달 두고 보다가 개중에 괜찮아 보이는 직장을 고른다. 이런 이직을 연달아 두세 번만 하면 직급이나 급여가 또래보다 높아져서 폼이 나는 장점이 있다.

단점은 지지기반이 되어줄 인맥 형성이 어렵고, 매번 새로운 환경에서 최대 실적을 내야 하는 스트레스를 받는다. 잦은 이직으로 인해 경력의 방향성을 잃을 가능성이 커 40대 중반 이후 전문성 결여로 경쟁력이 급격히 하락한다.

방향을 정했다면 그 분야 최고 회사를 목표로 해야 한다. 그 회사와 거래하는 헤드헌터에게 이력서를 보내면서 면담 요청을 한다. 헤드헌터는 비록 당신의 상품성이 높지 않아도, 동료 직원 정보라도 활용하기 위해 만나줄 것이다. 만나면 최대한 성실한 모습을 보여준 다음, 헤드헌터를 만났다는 기억 자체를 지우기 바란다. 연락이 오면 다행이지만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기에 6개월, 1년은 긴 시간이다. 마음이 붕 뜬 상태로 회사에 다니면 많이 힘들다.

외부에 채용 공고를 내기 전에 거치는 사내 추천 기회를 시도해보자. 우선 목표로 하는 회사의 직원이 필요하다. 없다면 소개받는다.

유감스럽게도 소개해줄 만한 지인이 한 명도 없으면, 각종 행사에 발표자로 나가고, 모임에서 명함도 돌리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존재감을 키운다. 너무 열심히 일만 하면 당신의 존재를 아무도 몰라서 연락이 안 오고, 너무 설치고 다니면 번잡스럽다고 멀리할 테니 적당히 한다. 목표 대상과 연이 생기면 어떻게 해서 그렇게 좋은 회사에 들어갔냐고 커리어 조언을 구하며 자연스레 교류를 시작한다. 추천 부탁한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잘되면 당신은 직업을 얻고 그 사람은 추천자 보너스를 받는다.


피해야 할 이직 방법 세 가지

이직에서 피해야 할 첫 번째는 동료 모르게 조용히 작업하다가 전격적으로 퇴사하는 경우다. 여기에다 새 직장에서 바로 오랬다면서 인수인계마저 부실하면 남은 이들은 당연히 언짢게 여긴다. 학연, 지연보다 더 도움 되고 때로는 발목도 잡을 수 있는 게 직장 연이다.

옛 상사는 평판 조회의 대상이고 추천장이 필요할 때 최적의 인물이다. 배신감 느끼지 않도록 미리 상의하고 떠난 다음에도 가끔 챙겨야 한다. “옮길 줄 미리 알았다면 내가 더 좋은 곳에 소개해줬을 텐데 겨우 그런 곳으로 가느냐”는 핀잔을 듣는다면, 윗사람을 실망시킨 게 맞다.

두 번째로 조심할 상황은 카운터 오퍼(counter offer)의 등장이다. 퇴사 면담 시에 연봉을 올려주겠다는 카운터 오퍼를 받는 경우가 있다면 반드시 거절한다. 그 이유는 다음 연봉 조정 때 올려줄 금액을 몇 달 미리 주는 거라 큰 차이가 없고, 급한 불을 끈 다음 당신을 대체할 준비가 진행돼 결국 버림당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상황이 너무 안 좋아서 몇 달 더 도와주려면 그냥 급여 인상 없이 해주고, 퇴사 시점에 돈이 개입되지 않도록 한다.

세 번째는 마음이 급하더라도 구인 정보 등록을 아무나 볼 수 있는 사이트에 하지 않는다. 구인 포털에 굴러다니는 이력서를 헤드헌터는 절대 건드리지 않는다. 구인 포털에서도 검색해 구할 수 있는 이력서를 헤드헌터가 고객사에 제출하면 다음 구인 의뢰는 못 받는다고 보면 된다. 따라서 최저임금 노동자나 신입이 아니라면 공개된 사이트는 내 구직 의사를 밝힐 대상이 아니다.


이직 전에 생각할 것들

이직 사유로 경력관리를 드는 이도 있다. 특정 직무를 너무 오래 해서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는 게 이유다. 그러나 직장을 옮기면서 새로운 직무를 맡는 것은 큰 도전이다. 늘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고, 기존 구성원의 텃세도 예상되며 경력직이 바로 결과를 못 냈을 때 기다려주는 고용주도 드물다. 경력관리가 이직 사유로 타당한지 판단하는 기준은 간단하다. 만약 회사의 성장 속도가 업계 평균보다 높다면 이직보다 그 회사에 머물면서 새로운 영역으로 업무를 확장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외부에서 보는 한 개인의 가치는 개인의 실적과 소속 회사 브랜드의 합이다. 회사의 성장이 정체되는 날까지 그 안에서 열심히 일하고 사고도 쳐보고 하면서 본인 성장에 따른 진급과 회사 성장에 따른 기회를 같이 누리는 것이다.

직장 생활은 마라톤이다. 맘이 맞는 상사를 만나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생긴다. 결과가 안 나와서 괴로울 때도 있고, 이렇게 일을 잘하는데 회사가 안 알아준다며 아쉬워하기도 한다. 연봉만 놓고 보면 회사가 손해를 보거나 직원이 손해를 본다. 단기적으로는 불공정해 보여도 길게 다니면 회사와 직원이 주고받으며 대충 계산이 맞는다.

목표지향적이고 성과 잘 내는 유능한 상사와 동료가 떠난 자리는 평범한 이들이 남아서 꾸려나간다. 결국 회사 성장의 실속은 성장에 기여했던 이들보다 장기근속자가 챙긴다. 휴식과 여행으로 충전하며 버티면 해결될 일을, 찬바람 좀 분다고 이직으로 결론 내지 않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