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연세대 경영학·법학, 베이징대 법학 박사, 사법연수원 33기, 전 법무법인 율촌 상하이 대표처 대표
허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연세대 경영학·법학, 베이징대 법학 박사, 사법연수원 33기, 전 법무법인 율촌 상하이 대표처 대표

알리바바를 필두로 한 플랫폼 기업에 대한 반독점법 규제, 사교육 금지 정책을 통한 빅테크 교육 기업 통제, 온라인 음식 배달 플랫폼의 배달원 노동권 보호에 관한 지도의견, 연예인과 문화 산업에 대한 붉은 통제 등….

최근 중국에서 전해진 이슈들이다. 이를 공산당 독재의 결과물로 보는 시각이 한국에서는 지배적이다. 그런데 우리의 이런 생각과 달리 중국은 계속해서 법에 따른 국가 통치를 강조하고 있다.

2018년 3월 21일 중국 양회가 끝나고 중공중앙은 ‘당과 국가기구 개혁 심화방안(深化黨和國家機構改革方案)’을 반포하면서 중앙 전면 의법치국 위원회를 설립하고, 중국의 법치주의를 의미하는 의법치국(依法治國)의 정층설계를 책임지도록 했다.

정층설계란 최고 높은 단계에서 전체적인 국면을 아우르는 하향식 설계를 의미한다. 최근 중공중앙과 국무원은 법치 정층설계의 구체적인 청사진의 하나로 ‘법치정부건설실시요강(法治政府建設實施綱要(2021~2025))’을 반포했다. 이 요강에 따르면 중국은 2025년까지 정부의 모든 행위를 전면적으로 법치 궤도에 올려놓고,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하며, 법치 행정의 정부 거버넌스 시스템을 완비하도록 했다. 법치 행정을 구현하기 위해 법 집행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법 집행의 수준과 효율을 제고해 2035년까지 법치 국가, 법치 정부, 법치 사회의 기초를 다지기로 했다.

특히 이 요강은 향후 입법 활동 내지 법 집행의 강도를 강화할 영역을 제시하고 있다. 중대 영역에서의 입법 강화를 통해 국가 안보를 굳건히 하고 그 바탕 위에서 과학기술 혁신, 공공위생, 민족종교, 바이오 안전, 생태문명, 리스크 예방, 반독점, 외국 관련 법치 등의 입법을 강화하도록 했다. 동시에 식품 및 약품, 공공위생, 자연자원, 생태환경, 안전생산, 노동 보장, 도시관리, 교통 운수, 금융서비스, 교육 훈련 등 중점 영역에 관한 법 집행의 강도도 강화하기로 했다. 디지털 경제, 인터넷 금융,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터 등의 영역에서는 좋은 법과 선량한 통치로 새로운 산업과 모델의 건강한 발전을 보장하기로 했다.

중국이 내놓는 정책들이 갑자기 끼어드는 차량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실은 계속 깜빡이를 켜 왔다. 사교육 금지 정책을 예로 들어 보자. 2021년 1월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사교육 영역에서 학생에 대한 과도한 숙제, 거대 자본이 선도하는 온라인 교육 시장의 악성 경쟁 문제 등을 힐난했고, 2021년 2월 중국 CCTV는 온라인 교육 브랜드 광고를 금지했으며, 2021년 4월 들어서는 온라인 교육 업체에 대해 가격법 위반과 허위광고 등을 이유로 과태료를 부과했다.

법치정부건설실시요강도 하나의 풍향계가 될 수 있다. 중국이 입법을 강화하고 법 집행의 강도를 높이겠다고 선언한 부분은 앞으로 상당 기간 현재 중국에서 최대 화두인 ‘공동부유’ 기치 아래 정부의 개입을 통한 시장 정돈 노력이 이어질 것임을 예고한다.

밖에서 보기에는 당황스러울 정도로 급격하게 위에서 아래로 설계되는 중국의 법치에 대해, 중국 법치는 그냥 이렇다는 현상론, 마땅히 이래야 한다는 당위론을 넘어 중국이 강조하는 법치가 보내는 신호를 잘 읽고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지를 연구하는 대책론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