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 한의과대학 박사, 현 한방재활의학과학회 학술이사, 현 척추신경추나의학회 교수위원
현대인의 필수품을 꼽는다면 아마도 스마트폰일 것이다. 알람으로 잠에서 깨어 잠자리에 들 때까지 항상 곁에 있다. 어디서나 고개를 숙인 채 목을 쭉 빼고 스마트폰에 열중하는 사람을 볼 수 있다. 이런 자세로 인해 과거보다 척추 건강에 문제가 생긴 사람이 많아졌다. 척추는 경추, 흉추, 요추, 천추로 구성되어 머리부터 꼬리뼈까지 연결돼 있다. 인체에 가해지는 중력과 근육의 힘이 서로 균형이 맞는 상태로 잘 유지하기 위해서는 척추의 정상적인 만곡(灣曲)이 잘 유지되어야 한다. 만곡의 역할은 무게를 효율적으로 지지하는 것이다.
만곡이 적절하게 형성되어 있으면 기본적으로 머리의 무게를 잘 견디고, 효율적으로 지지해 몸에 불필요한 힘을 쓰지 않는다. 경추의 만곡은 특히 중요하다. 거북목이란 경추의 만곡이 사라져 일 자로 되어 머리의 무게를 제대로 받치지 못하는 것으로, 목 주변 근육에 불필요하게 힘이 많이 들어가게 된다. 거북목 자체는 당장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하지만 지속되면 주변 근육에 만성적인 문제가 생겨 목, 어깨에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거북목의 문제는 목과 어깨에서 끝나지 않는다. 목의 만곡이 줄면 그에 대한 보상으로 다른 부위의 만곡에도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결국 허리 통증까지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거북목 치료가 척추를 지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거북목은 턱관절과도 관련이 있다. 턱관절의 움직임이 경추 만곡의 각도 및 경추의 관절 건강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거북목을 교정하면 턱관절로 인한 통증과 입 벌림 장애 등의 증상을 치료할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거북목 치료를 위해 침 치료, 뜸 치료, 부항 치료, 추나 치료, 한약 치료를 이용하여 몸의 상태와 자세를 개선한다. 거북목이 장기화되어 발생한 통증 자체에는 침 치료만으로도 효과를 줄 수 있다. 하지만 자세를 교정하고 통증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추나 치료는 관절을 교정하고 근육의 불균형을 바로잡아 바른 자세를 취하기 쉽게 만들어준다. 이때 반드시 살펴봐야 할 것이 환자의 심리 상태다. 아무리 건강한 관절과 근육을 가진 사람이라도 심적으로 위축되어 있거나 불안감을 쉽게 느끼는 사람은 자꾸 머리가 앞으로 빠지고 어깨가 말려 들어가는 경우가 흔하다. 한약 치료는 이를 해소하여 장기적으로 자세를 좋게 만들어주고 거북목을 바로잡아준다.
평소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운동법도 있다. 서 있거나 앉아 있을 때 수시로 턱을 당겨 머리를 몸의 뒤쪽으로 이동시키는 느낌으로 운동하는 것이다. 머리가 몸보다 앞으로 나올수록 경추는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 머리를 몸통 위에 올려놓는다는 생각으로 이 운동법을 실천하기를 권한다. 아무리 좋은 치료라도 개인의 노력 없이 빠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환자를 치료할수록 장기적이고 꾸준한 치료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짧은 시간에 통증에 대한 치료만 받고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 스트레스나 무리한 상황 발생 후에 다시 통증이 재발하여 머지않아 병원을 찾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통증에 대한 치료가 완료된 후에 자세에 대한 치료를 진행하고, 동시에 개인에게 특화된 운동법을 꾸준히 실천해야 비로소 거북목에서 해방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