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마시면 뇌에 우울증을 막아주는 세로토닌, 도파민, 노르아드레날린과 같은 신경 전달 물질이 증가해 기분이 좋아지고 삶을 긍정적으로 보는 효과가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커피를 마시면 뇌에 우울증을 막아주는 세로토닌, 도파민, 노르아드레날린과 같은 신경 전달 물질이 증가해 기분이 좋아지고 삶을 긍정적으로 보는 효과가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김범택 아주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현 아주대병원 비만클리닉 소장, 현 대한골다공증 학회 부회장
김범택 아주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현 아주대병원 비만클리닉 소장, 현 대한골다공증 학회 부회장

어느덧 무더운 여름이 가고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선선해졌다. 가슴 한편이 스산해지는 이때,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가까운 이들과 한가로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계절이 왔다. 커피는 건강에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왔다. 불면증과 소화불량을 일으키고 심장에 부담을 준다고 여겨져 왔지만, 최근 이런 커피에 대한 선입견이 잘못된 것임을 밝혀주는 연구들이 발표되어 커피가 가진 건강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들이 관심을 끌고 있다.

초기 연구들은 커피가 당뇨병을 발생시키고 심장 질환을 증가시키며 심장에 부정맥을 일으켜 건강에 좋지 않다고 보고했었다. 그러나 하버드대의 연구에 따르면, 하루에 커피 한 잔을 마신 경우 당뇨병 발생이 10% 줄었고, 좀 과하기는 하나 하루 6잔 이상 마신 사람은 당뇨병 위험이 무려 50% 낮아졌다. 이런 상반된 연구 결과는 커피에 있는 카페인보다는 폴리페놀 같은 유효 성분들이 건강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반대로 설탕, 크림 등 첨가물은 건강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커피는 심혈관 질환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미국 국립암센터에서 발표한 연구에 의하면, 하루 2잔에서 3잔을 마시는 사람은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이 18% 낮았다. 이런 긍정적인 효과는 디카페인 커피도 마찬가지였다. 영국인 45만 명을 11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에서도 커피를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하루에 커피를 3잔 이내로 마시는 사람이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이 17%, 뇌졸중으로 사망할 확률이 21%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커피는 간도 튼튼하게 해준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이 성인 남녀 18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커피를 하루 1잔에서 3잔 이하로 마시는 사람은 커피를 하루 1잔 이하로 마시거나 아예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간암 발생률이 29% 낮았다.

커피는 정신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같은 카페인 음료인 콜라는 많이 마시면 우울증 위험이 증가하지만, 커피는 하루 4잔 이상을 마시는 사람이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10% 더 낮고, 하루에 2~4잔 정도의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은 자살할 위험이 50% 줄어든다. 커피를 마시면 뇌에 우울증을 막아주는 세로토닌, 도파민, 노르아드레날린 같은 신경 전달 물질이 증가해 기분이 좋아지고 삶을 긍정적으로 보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신경 전달 물질의 변화는 커피를 마시지 않고 커피 향을 맡기만 해도 효과가 좋다고 한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분들 가운데 커피를 안 좋아하면, 볶은 커피 원두를 작은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향을 맡거나 스트레스받을 때 커피전문점에 들러 그 향만 맡아도 기분 전환에 도움 된다. 또 하루에 커피를 3∼5잔 마시면 치매 위험을 최고 20%까지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커피 주성분인 카페인과 항산화 성분인 폴리페놀이 뇌의 기억 중추인 해마의 손상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우리의 일상이 많이 달라졌다. 많은 사람이 거리 두기로 가족, 친구, 동료들을 만날 수 없어 고립감과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 비록 사랑하는 이들을 만날 수는 없지만 코로나19가 따뜻한 커피 한 잔이 주는 그 향기와 여유까지 빼앗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이 가을 우리의 우울한 기분과 약해진 건강을 커피 향기와 함께 날려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