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싱가포르 샹그릴라호텔에서 열린 ‘제52차 세계보험협회 연차총회’에 참석한 신창재(가운데) 교보생명 회장. 사진 교보생명
2016년 싱가포르 샹그릴라호텔에서 열린 ‘제52차 세계보험협회 연차총회’에 참석한 신창재(가운데) 교보생명 회장. 사진 교보생명

광화문에 가면 절대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것이 있다. 교보생명빌딩에 걸린 광화문 글판이다. 오래전 어느 가을, “대추가 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천둥 몇 개, 벼락 몇 개”라는 장석주 시인의 시구에 특별히 공감했던 기억이 있다. 인상연구가는 사람의 얼굴에 담긴 태풍과 천둥, 벼락, 그리고 달콤한 열매까지 읽어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교보문고는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자연스레 교보생명과 교보문고를 창립한 신용호 창업주에게 관심이 가서 언젠가 그의 얼굴을 찾아보기도 했다. 그의 인상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자손과 재물운을 보는 ‘식록창’, 즉 인중이었다. 김수환 추기경의 경우처럼 유난히 긴 인중에서 그가 세계 최초의 교육 보험인 ‘진학보험’과 교보문고를 통해 수많은 인재양성에 기여할 수 있었던 이유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러한 공로로 금관문화훈장을 받은 부친에 이어 이번엔 신창재 회장이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국내 최초로 부자가 대를 이어 문화훈장을 받은 기업이 탄생한 것이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교보생명을 이끄는 신 회장의 인상을 보면 이마가 양옆까지 널찍하게 잘 발달해 있다. 좋은 가문과 정신, 영특한 두뇌 등 우수한 DNA를 물려받은 이마다.

신창재 회장은 장자로서 경영을 이어받기 전까지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산부인과 교수로 일하고 있었다. 눈썹 사이 명궁 주름이 깊어지며 이마를 향해 올라간 흔적이 보이는데 이는 매우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임을 나타낸다. 의사나 학자, 연구직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서 많이 보이는 인상이다. 진한 눈썹과 맑은 눈의 기운이 좋아 20~30대에는 의사로서 승승장구했다.

눈썹과 눈이 전체적으로 내려와 조심스럽게 표정 관리를 하는 사람이다. 짙은 눈썹에는 강한 뚝심이 담겨 있다. 눈썹이 짙어 승계할 아들이 있더라도 오래도록 일선에서 일한다. 교보생명이 아직 후계구도가 그려지지 않은 이유다. 그러나 일을 즐기니 나쁘다고 할 수 없다. 큰 눈 끝이 내려와 풍부한 감정을 가졌음에도 어른의 마음을 지녀 감정을 조화롭게 다스린다. 사내 행사에 개그 프로그램을 직접 패러디하거나 ̒난타̓ 공연을 하는가 하면 앞치마를 두른 웨이터, 통기타를 든 가수 등으로 분장하거나 가짜 수염을 붙이고 이벤트에 불쑥 출연하기도 하는 그의 감성경영은 이 큰 눈에서 나온다.

눈의 흑백이 분명하고 눈동자가 검어 돈의 흐름을 잘 읽어낸다. 이렇게 검은 눈동자는 주로 사업가에게 나타난다. 신 회장은 신용호 전 회장이 암투병을 하면서 “국민교육진흥과 민족자본형성이라는 회사 창립 이념을 잊어선 안 된다”고 하는 거듭된 당부에 결국 승복하고 부친의 뜻을 계승해 경영권을 이어받았다. 인상으로 보면 그의 검은 눈에는 현실감각이 매우 뛰어난 부친의 DNA가 담겨있다. 기업가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눈 아래 볼록 솟은 살은 훌륭한 자녀와 스태미나를 지녔음을 보여준다.

정면에서 바라볼 때 귀가 거의다 보여 타인의 말을 경청한다. 실제 신창재 회장은 평소 임직원들에게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고 강조하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영업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신창재 회장이 교보생명 부회장으로 기업 경영에 뛰어든 해는 1996년이다. 44세 때다. 44세는 산근 아래 코 시작 부근이다. 이마에서 코로 연결되는 안경 중심자리가 산근인데 신 회장은 좋은 운기가 잠시 쉬어가듯 이곳 연결이 매끄럽지 않다. 아마 많은 고민과 고심이 따랐을 것이다.

그의 얼굴은 살보다 뼈가 발달해있다. 사업가는 대체로 현실 에너지가 풍부한 살이 많은 얼굴이다. 신 회장이 처음 기업을 맡았을 때 야위었던 걸 보면 사업 체질이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보기 좋은 계란형 얼굴이다. 점점 기업가 얼굴로 변하고 있다. 본시 뺨 살이 넉넉하지 않았으나 귓밥과 함께 뺨 살이 만들어져 턱도 좋아지고 있다.

2000년 교보생명 대표이사 회장에 취임한 신 회장은 교보생명의 위기를 타개해나갔다. 휘청거리던 교보생명은 신 회장 취임 이듬해 1400억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때의 대대적인 조직 재구축에 힘입어 현재 교보생명은 연간 6000억원대 순이익을 꾸준히 낼 정도의 안정적인 회사가 됐다.

이 시기는 관골(양볼과 광대뼈)과 코에 해당한다. 관골과 코가 조화롭고 코가 반듯해 중년 운기가 상승하고 콧방울 탄성이 좋아 일 마무리까지 잘 챙긴다. 콧구멍이 커 날렵해 보이는 체격에 비해 기국이 크다. 사업을 규모 있게 확장하도록 뒷받침한다. 끝이 화살촉 모양인 코는 빠른 속도로 과녁을 향해 명중하는 추진력을 상징한다. 뺨 살은 그다지 넉넉하지 않지만 맑은 학자형에 순해 보이는 호인 인상은 비교적 적을 만들지 않는다. 법령(양쪽 광대뼈와 코 사이를 지나 입가로 내려오는 선)이 넓게 자리했으나 또 하나의 법령이 턱 아래에서 올라와 확장되고 있다. 이 법령선의 위아래가 합쳐지면 더 큰 그림의 사업이 그려질 것이다.


전체 인상에서 인본주의 읽혀

잠시 그의 배우자운을 보자면, 눈꼬리 부분의 처첩궁(妻妾宮·부부의 운이 나타나는 부위)이 약한 데다 56~57세 부위인 뺨이 홀쭉 들어가 있어 그 시기에 상처(喪妻)했다. 재혼한 63세 운기는 입술 부근에서 본다. 입술이 붉고 입매가 분명해 스태미나가 있고 결혼운이 들어왔다. 입술선이 또렷해 정확한 성격이다.

올해 나이 66세 운기는 턱과 가까운 뺨 부근이다. 관골에 비해 뺨이 날씬해 경영실적이 다소 주춤할 것이다. 하지만 관골의 명예운이 늘 따라다니므로 지난해 프랑스 정부에서 수여하는 최고훈장인 레지옹도뇌르 슈발리에 훈장, 올해엔 은관문화훈장을 받는 등 상복이 이어지고 있다.

하관이 단단하게 자리 잡았다. 향후 뺨 살이 빠지지 않도록 잘 관리해주는 게 좋다. 예민한 성격이라 취미를 찾아 가끔은 쉬어가며 밝은 찰색을 유지한다면 말년으로 갈수록 안정적일 것이다. 하관은 말년이고, 말년까지 회사와 직원을 안고 가야 한다.

신창재 회장의 인상을 읽으며 필자는 마음이 따뜻해졌다. 교보생명의 경영이념이며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인본주의(人本主義)’가 그의 인상에서 물씬 읽혔기 때문이다. 넓은 이마는 이타적이며 맑은 눈은 정신이 고귀하고 아래로 휘어진 부드러운 코는 인본주의의 표상이다. 얼굴 살이 적고 눈이 맑아 세속적 욕심이 크게 없고 입술이 두껍고 크지 않으니 꼭 필요한 것만 취하는 사람이다. 이런 인상의 경영자가 이끄는 기업이라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국민을 계몽하며 발전을 이어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