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둘레가 16인치를 넘으면서 코를 자주 곤다면, 중증의 수면무호흡증일 가능성이 크다.
목둘레가 16인치를 넘으면서 코를 자주 곤다면, 중증의 수면무호흡증일 가능성이 크다.

수면무호흡증은 심혈관질환의 발병률을 높이는 위험한 질환이다. 수면호흡장애가 있는 환자들은 새벽 3~5시에 렘수면(뇌는 깨어 있고 몸은 자는 수면)에 빠지게 되면서 산소포화도가 낮아지게 된다. 산소가 부족한 심장은 급하게 뛰게 되고 그만큼 무리하게 된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심혈관 자체가 좁아지고 혈관내피는 두꺼워진다. 당뇨·고혈압·협심증·심근경색 등 심혈관질환에 취약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수면무호흡증은 ‘자는 동안’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인 만큼, 스스로 진단하는 것이 쉽지 않다. 방치하다 큰 병을 부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수면무호흡증을 아주 쉽게 감별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평소 주변 사람들에게서 ‘코를 곤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면 목둘레를 한번 재보자. 16인치(40.6㎝)가 넘으면 중증의 수면무호흡증일 가능성이 크다.

서울수면센터에서 2019년 7월부터 2020년 3월까지 9개월간 코골이 치료를 받기 위해 내원한 남성 154명을 대상으로 수면다원검사를 실시한 결과, 환자의 목둘레가 15인치(38cm)인 경우 중등도(中等度), 16인치 이상인 경우 중증(重症)의 수면무호흡증이 발생할 확률이 크다는 것을 확인했다. 만약 본인이 여기에 해당한다면 반드시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원인을 찾고 전문 의료진에게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수면다원검사는 병원에서 1박 2일 동안 자면서 하는 검사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센서를 부착해 수면 중 뇌파, 호흡, 심전도, 혈액 내 산소포화도, 하지불안증후군 등 다양한 생체 신호를 모니터링한다.

시간당 코골이, 수면무호흡 횟수, 무호흡 시간, 혈액 내 산소포화도 등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자신의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을 확인할 수 있다.

수면다원검사상 호흡곤란지수가 15 이상이거나 5 이상이면서 불면증, 주간졸음, 인지기능 감소, 기분장애, 고혈압, 빈혈성 심장질환, 뇌졸중의 기왕력이 있거나 산소포화도가 85% 미만인 경우 수면무호흡증이 확진된다.


양압기 치료 권장…건강보험 적용 가능

검사를 통해 수면무호흡증이 확진됐다면 최선의 치료는 양압기다. 양압기는 수면 중 지속적으로 일정한 바람을 넣어주는 마스크 형태의 기기로 기도 공간이 협착되거나 좁아지는 것을 방지해 수면 중에도 호흡을 원활하게 한다. 2018년 7월부터 국내에서 수면무호흡증 관련 수면다원검사와 양압기 치료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부담 없이 검사·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건강보험이 적용된다는 것을 악용해 무분별한 처방 사례도 늘고 있다. 정확한 가이드라인 없이 수면다원검사를 하고 적정압력을 확인하지 않고 자동 양압기로 치료하는 경우다. 안경 도수가 다 다르듯이 본인에게 맞는 적정 양압기 압력이 있다. 자동 양압기는 적응이 어렵고 효과가 떨어질뿐더러 특정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에게는 위험하기까지 하다.

특히 △심장질환,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 폐질환이 있을 때 △수면다원검사에서 산소포화도 저하가 동반된 저산소증후군일 때 △코를 골지 않는 수면무호흡 환자일 때 △수면다원검사에서 뇌의 호흡 중추 이상으로 발생하는 중추성 수면무호흡증으로 진단받았을 때는 자동 양압기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 한진규
고려대 의대 외래교수, 한국수면학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