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갈이를 치과 질환으로 생각하고 치과 치료를 받는 경우가 있으나, 이갈이는 구강호흡, 수면호흡 장애 등 수면질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수면 장애다
이갈이를 치과 질환으로 생각하고 치과 치료를 받는 경우가 있으나, 이갈이는 구강호흡, 수면호흡 장애 등 수면질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수면 장애다

대학생인 이모씨는 신입생 환영회인 ‘MT(Membership Training)’를 가는 게 두렵다. 친구·선후배들과 같이 잠을 자야 하는데, 이갈이가 무척 심하기 때문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턱 통증과 두통이 심하다. 평소에도 가족에게 핀잔을 많이 들어, 이번 MT에서는 아예 밤을 새울 예정이다.

단체로 잠을 자야 하는 상황에서 코골이만큼 듣기 싫은 소리가 ‘이갈이’다. 심하게 코를 고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심하게 이를 가는 사람의 경우 본의 아니게 가족의 잠을 방해하기도 한다. 이갈이를 치과 질환으로 인식하고 치과 치료를 받는 경우가 있으나, 이갈이는 구강호흡, 수면호흡 장애 등 수면질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수면장애다.

이갈이로 수면병원을 찾은 환자 60명을 대상으로 수면다원검사를 시행한 결과, 이갈이 환자의 85%가 수면호흡 장애를 동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면호흡 장애가 있으면 구강호흡 빈도가 높아지고 입을 벌리고 자면서 이갈이 증상이 심해지는 것이다.

실제 그리 심각하지 않은 이갈이임에도 본인이 과도하게 괴로워하고 그것이 스트레스가 돼, 증상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적절한 예방과 치료가 필수다. 특히 우울증, 강박증, 불면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이갈이를 하나의 수면장애로 이해하고 위험 요인을 찾아 함께 치료해야 한다.


이갈이 방치하면 부정교합 등 장애 발생

이갈이 환자의 대부분은 수면 자세만 바꿔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이갈이 환자의 대다수가 특정 수면 자세를 취하면 이갈이를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똑바로 눕지 않고 옆으로 누워 자는 등 수면 자세만 바꿔도 이갈이 증상을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다.

본인에게 맞는 치료와 자세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병원에서 하룻밤 자면서 점검하는 수면다원검사가 필요하다. 검사를 통해 이갈이 마우스피스, 이갈이 보톡스, 양압기 등 치료 방향을 잡고, 자세 치료를 병행하면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이갈이를 쉽게 봐선 안 된다. 이갈이는 평소보다 힘이 세 배까지 들어가기 때문에 이를 방치하면 치아가 닳아 부정교합과 턱관절 장애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성장기의 이갈이 환자라면 사각형 얼굴로 변형될 수 있는 위험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심리적인 요인에서 비롯되는 이갈이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잠들기 전에 따뜻한 수건을 뺨에서 턱까지 감싸 얼굴, 목, 턱의 근육을 부드럽게 주물러주면서 턱관절을 이완시키는 것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카페인이 들어간 음식이나 알코올 섭취 후 이갈이가 심해지는 경향이 있으므로 가급적 주류, 커피 등을 멀리하고 질긴 음식을 피하는 것이 좋다.


▒ 한진규
고려대 의대, 한국수면학회 이사, 고려대 의대 외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