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골이, 수면무호흡증 등 수면장애가 있으면 당뇨병 치료가 더디게 이뤄진다.
코골이, 수면무호흡증 등 수면장애가 있으면 당뇨병 치료가 더디게 이뤄진다.

당뇨병은 비만 못지않게 21세기 지구촌에서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질병이다. 전 세계 당뇨병 환자는 3억4600만 명에 달한다. 현재 우리나라도 국민 10%가 당뇨병을 앓고 있고, 20년 후에는 이 수치가 20%에 육박할 전망이다. 대한당뇨병학회는 2030년쯤 당뇨병 대란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을 정도다.

당뇨병은 기준치보다 혈당이 높고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 동맥경화 등 여러 생활 습관적 질환이 한꺼번에 나타나는 전신 질환이다. 심장과 혈관 질환이 당뇨병 합병증으로 발병할 가능성도 크다.

당뇨병 환자 대다수는 수면장애를 겪는다. 자다가 자주 깨고, 코를 심하게 골고, 수면무호흡증 증상을 나타내며, 아침에 너무 빨리 일어난다. 당뇨병 진행기간이 길고, 합병증을 앓고 있을수록 이런 증상이 심하다.

수면장애를 겪는 당뇨병 환자는 혈당조절이 더 어렵다.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7일 동안 밤에 수면의 질을 관찰하고 동시에 혈액검사를 통해 인슐린 분비량과 혈당을 측정한 결과, 수면장애가 있는 당뇨병 환자는 없는 환자보다 아침 혈당이 23%, 인슐린 농도는 48%, 인슐린 내성은 82% 높았다.

이런 환자들은 치료가 더디게 이뤄진다. 심한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분비를 증가시켜 체내 포도당과 혈당 수치를 높이기 때문이다. 코골이가 있는 당뇨병 환자가 적극적으로 당뇨병을 치료했는데도 상태가 호전되지 않으면 수면무호흡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수면장애를 치료하면 세 달 이후부터 혈당이 조절된다.

작년 7월부터 당뇨병 환자가 코를 골면 수면다원검사를 받을 때 건강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게 됐다. 그만큼 당뇨병 치료가 코골이와 연관이 깊고, 코골이를 치료하면 혈당조절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국가도 인정했다.

수면장애를 겪고 있는 당뇨병 환자는 수면장애 개선이 혈당조절에도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수면다원검사를 받고, 빠른 치료를 받아야 한다.

또 코골이와 같은 수면 질환은 단순히 수면의 질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고혈압, 비만, 당뇨병과 같은 고위험성 질환의 발병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가 된다. 코골이와 각종 질환의 연관성을 고려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당뇨병 예방을 위해서는 수면관리를 잘해야 하는데, 6시간 이하 또는 10시간 이상의 수면을 피해야 한다. 서구화된 식습관을 버리기 위해 지방 섭취를 줄이고, 체중 관리에 신경 써야 하며, 꾸준한 운동이 필수다.


▒ 한진규
고려대 의대, 한국수면학회 이사, 고려대 의대 외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