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면증 같은 수면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수면 시간은 충분하더라도 수면의 질이 보장되지 않아 다른 사람에 비해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어렵다.
기면증 같은 수면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수면 시간은 충분하더라도 수면의 질이 보장되지 않아 다른 사람에 비해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어렵다.

날이 따뜻해지는 봄이 다가오면서 주간 졸음과 피로, 우울증, 짜증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춘곤증(春困症)의 대표 증상들이다. 춘곤증은 온도와 주변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나타난다. 날이 따뜻해지는 봄철이나 주변 환경이 변하는 신학기에 자주 나타나는 증상이다.

일시적 증상인 봄철 춘곤증과 병적인 졸음인 기면증(嗜眠症)은 구별해야 한다. 성인은 일반적으로 하루 7~8시간 정도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기면증 같은 수면장애가 있는 사람은 수면 시간은 충분하더라도 수면의 질이 보장되지 않아 일반인보다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어렵다.

기면증은 춘곤증보다는 증세가 더 심하게 나타난다. 선잠이 들어 환각에 빠지기도 하고 흔히 ‘가위에 눌렸다’고 표현하는 수면마비에 걸리는 경우도 있다. 낮에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잠이 오면서 잠에 빠져버리거나 갑자기 근육에 힘이 풀려버리는 탈력발작 증상이 있을 때도 기면증을 의심할 수 있다. 연령·성별에 관계없이 나타나는 춘곤증과 달리 기면증은 학생이나 20~30대 젊은층에서 주로 발병한다.


기면증은 순간적으로 집중력을 떨어뜨려 삶의 질을 저하시킨다. 학습능력을 최대로 끌어올려야 하는 청소년기의 학생들에게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더불어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 다리가 불편해지는 하지불안증후군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은 밤새 숙면을 취하지 못하기 때문에 정상인에 비해 낮에 더 많이 졸리거나 집중력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기면증 환자들은 순식간에 정신상태가 혼미해진다. 몸 자체가 통제 불능 상태가 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기면증과 춘곤증을 잘 구분해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하는 이유다. 기면증은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군대까지 면제될 수 있는 심각한 질환이다. 증상 확인을 위해서는 수면다원검사와 낮에 하는 졸음검사(다중잠복기 수면다원검사)가 필요하다. 약물치료만으로도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기면증 치료가 가능하다. 사고 위험까지 있는 기면증이 의심된다면 절대 방치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라.


▒ 한진규
고려대 의대, 한국수면학회 이사, 고려대 의대 외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