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탈모약의 주요 성분은 ‘피나스테리드(finasteride)’다. 피나스테리드는 ‘DHT’라는 호르몬을 감소시켜 탈모를 치료한다. DHT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모낭에서 5알파-환원효소와 만나 변형된 호르몬이다. DHT가 두피 모낭을 위축시켜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거나 빠지는 현상을 유발한다. 피나스테리드는 남성호르몬이 DHT로 변환하는 과정을 막아 탈모의 진행을 차단한다.

하지만 피나스테리드 복용자의 20~30%는 탈모 치료 효과를 보지 못한다. 그 이유가 뭘까. 크게 네 가지가 있다.

첫 번째로 복용 기간이 너무 짧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보통 2~3개월간 약을 복용하고 발모 효과를 기대하지만, 피나스테리드는 6개월 이상 복용해야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1년 이상 장기간 복용할 때 최고 효과를 볼 수 있다. 따라서 장기 복용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복용을 중단하면 6개월 이후 다시 모발이 빠진다. 피나스테리드는 탈모 원인인 DHT를 감소시키는 것이지 안드로겐형 탈모의 유전 형질을 바꾸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탈모 효과를 보지 못하는 이유는 안드로겐 수용체가 활성화됐기 때문이다. DHT가 탈모를 일으키려면 안드로겐 수용체와 결합해 모유두 세포 내로 들어가야 한다. 만약 안드로겐 수용체가 없거나 적으면 탈모는 생기지 않는다. DHT 양이 많다 하더라도 안드로겐 수용체 수가 적거나 활성도가 낮다면 모발이 적게 빠진다. 하지만 DHT 양이 적어도 안드로겐 수용체 수가 많거나 활성화돼 있다면 모발이 많이 빠진다. 피나스테리드가 DHT를 감소시켜도 안드로겐 수용체가 활성화된 경우 탈모가 발생한다.


‘솜털’만 난다면 성장인자 치료 병행해야

세 번째는 탈모 진단의 오류로 약을 잘못 복용한 경우다. 탈모는 크게 DHT에 의한 안드로겐형 탈모와 환경적 요인에 의한 확산성 탈모(휴지기 탈모)로 나뉜다. 안드로겐형 탈모는 DHT를 억제하는 피나스테리드가 효과적이고, 확산성 탈모는 효모 제재나 비오틴 등과 같은 미네랄을 복용해 모발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확산성 탈모에 피나스테리드는 큰 의미가 없다.

마지막으로 모낭이 부실한 경우다. 모낭은 모근을 보호하고 키우는 ‘집’ 역할을 한다. 모낭이 손상됐거나 없으면 모근이 자랄 수 없다. 밭이 엉망인 경우 아무리 좋은 씨앗을 뿌려도 좋은 농작물을 수확할 수 없는 것처럼 모낭이 부실한 경우 피나스테리드를 복용해도 효과가 없다. 이 경우 피나스테리드를 복용해도 모발이 회복되지 않기 때문에 모발 이식이 최선의 방법이다.

피나스테리드 복용 후 탈모 부위에 솜털은 나지만 길게 자라지 않는 경우는 DHT 호르몬이 줄어 모발이 싹을 틔우긴 하지만 어떤 원인으로 길게 자라지 못하는 상태다. 이런 경우 성장인자(growth factor)와 항산화제(antioxidant)를 병행하면 효과적이다. 성장인자는 모근 세포분열을 촉진해 모발이 빨리 자랄 수 있도록 돕는 ‘단백질’이다. 항산화제는 모낭 주위에 발생한 과잉 활성산소를 제거해 모근 세포를 파괴하는 물질을 없애는 역할을 한다. 탈모 치료를 위한 항산화제는 복용하는 것보다 탈모 부위에 직접 주입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 홍성재
원광대 의대 졸업, 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