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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기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 인하대 경영학 박사,현 멘토지도자협의회장,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전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
윤은기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 인하대 경영학 박사,현 멘토지도자협의회장,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전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

우리나라에서 대기업집단으로 지속가능경영을 해온 곳은 삼성, 현대, LG, SK 등이 있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 중 하나는 오너 기업인과 전문경영자의 관계가 좋다는 점이다. 절묘한 굿(Good) 컬래버레이션(협업)이다. 

삼성 이병철 창업자는 전문경영자를 존중하고 우대했다. 전문경영자를 정할 때는 자신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인물을 찾아내서 중책을 맡겼다. ‘상보성의 원리’를 알고 이를 활용한 것이다. 

반면 현대 정주영 창업자는 ‘유사성의 원리’를 활용했다. 자기를 닮은 저돌적이고 실행력이 강한 인물을 사장에 앉혀놓고 함께 뛰는 방식이다. 현대그룹에서는 정주영 분신 소리를 듣는 경영자가 여러 명 있었지만, 삼성그룹에서는 이병철 분신이라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상보적 인물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건희 전 회장과 권오현 전 부회장도 굿 컬래버레이션이다. 이건희 전 회장의 과감성과 권오현 전 부회장의 치밀함이 합쳐져서 삼성전자를 세계적 기업으로 키웠다. 언젠가 권 전 부회장에게 직접 들은 말이 있다. “전문경영자는 오너 회장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고 조직을 위한 최선책을 결심하게 한 뒤, 적기에 실행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나라 매출 100대 기업 전문경영자로 최장수를 한 인물은 삼천리그룹의 이찬의 부회장이다. 1991년 37세에 처음 임원이 됐고 2015년에 사장이 됐다. 지금은 총괄 부회장을 맡고 있다. 임원으로 경영에 참여한 지 32년이 지났다. 

삼천리그룹 이만득 회장은 성격이 강하고 급한 편이다. 당연히 과감한 비전을 세우고 열정적으로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다. 이 부회장은 통계학과 출신답게 꼼꼼하고 체계적으로 생각하는 원칙주의자다. 둘은 스타일이 전혀 다른 ‘상보적’ 관계다. 이 부회장은 임원 시절 오너 회장이 신사업에 대해 중대 결심을 했는데도 끝까지 반대해 무산시킨 적도 있다.

외식 산업에 진출했을 때는 일반인이 상상하기 어려운 일도 벌어졌다. 이 부회장이 오너 회장의 법인카드를 회수한 것이다. “지금 카드 가지고 계십니까. 그럼 저에게 줘보시죠.” 사업 초기라 적자 상태인데 회장이 이 회사 법인카드를 쓰고 다니면 곤란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 후 사업이 흑자로 돌아선 뒤 카드를 내줬다. 이런 사실을 알고 이 회장에게 직접 물어보았더니 큰 소리로 웃으며 이런 답변을 했다. “이 부회장은 자기가 오너 회장인 줄 알아요. 내 참, 전문경영자가 오너 회장 카드 뺏어가는 경우 봤어요?”

이처럼 오너경영자와 전문경영자가 호흡이 잘 맞으면 기업이 성공하고 그 반대면 실패한다. 굿 컬래버레이션이 되려면 몇 가지 원칙을 따라야 한다. 첫째는 서로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처음부터 스펙보다는 인성과 그릇을 잘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 둘째는 상보적이거나 동질적이어야 하는데 어느 쪽을 택할지 잘 정해야 한다. 셋째는 서로 호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오랫동안 같이 지내야 하는데 가장 중요한 감정은 호감이다. 넷째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오너경영자와 전문경영자의 다름이 조화를 이룰 때 가장 큰 성과를 얻을 수 있다. 다섯째는 서로 인간적으로 존중해야 한다. 모든 관계를 사업이나 업무로만 여기면 오래가기 어렵다.

오너경영자와 전문경영자의 관계는 부부의 연과 비슷하다. 누구와 결혼하느냐에 따라 개인의 운명이 바뀌고 집안의 운명이 바뀌듯 오너경영자와 전문경영자의 만남은 개인과 기업의 운명을 바꿔놓게 된다. 부부관계가 좋으려면 잘 만나야 하고 서로 배려하고 참고 노력해야 한다. 오너경영자와 전문경영자도 잘 만나야 하고 서로 배려하고 참고 노력해야 한다. 

흔히 오너경영자가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는 걸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도 심각한 오류다. 오너경영자의 성공과 행복은 결국 전문경영자와의 관계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오너경영자와 전문경영자의 컬래버레이션이 기업경영의 핵심 성공 요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