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드 모네가 백내장을 앓기 전에 그린 ‘수련이 핀 연못 위 다리(왼쪽)’. 백내장 진행 이후 그린 같은 풍경의 그림(오른쪽)은 다리라는 것을 알아보기 힘들고 색깔도 붉은색 위주다. 사진 프랑스국립박물관연합(RMN)
클로드 모네가 백내장을 앓기 전에 그린 ‘수련이 핀 연못 위 다리(왼쪽)’. 백내장 진행 이후 그린 같은 풍경의 그림(오른쪽)은 다리라는 것을 알아보기 힘들고 색깔도 붉은색 위주다. 사진 프랑스국립박물관연합(RMN)

클로드 모네는 빛의 다채로움과 아름다운 형체를 세심하게 묘사하는 인상파 화가로 불린다. 그러나 그는 나이가 들면서 어느 순간 자신의 그림이 무언가 잘못되어 간다는 것을 인식했다. 특히 수련이 가득 핀 연못과 일본식 다리, 꽃밭이 있는 정원 풍경을 그리면서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형체가 뭉개지고 색깔도 붉은색 위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러자 모네는 73세인 1912년에 파리의 안과의사를 찾아갔고 백내장이라는 진단을 받는다.

백내장은 원래 투명해야 하는 수정체가 혼탁해지는 질환이다. 수정체에 초기 백내장이 나타나는 빈도는 연령별로 다른데, 40대 29.1%, 50대 52.8%, 80대에는 거의 100%에서 발생한다. 최근 수명이 늘어나면서 백내장의 유병률도 같이 높아지고 있다. 대부분 백내장이 생기는 원인은 노화다. 여성, 당뇨병, 흡연, 과량의 음주 습관, 일광 노출, 자외선, 저단백식 등이 백내장을 악화시키고, 비타민 C와 E, 리보플라빈, 카로틴 등 항산화물질은 백내장 발생을 감소시킨다. 눈이 외상을 입거나 수술을 받은 경우 만성적인 눈의 염증, 장기간의 스테로이드 사용 등도 백내장을 악화시킨다. 유아에게는 드물지만, 선천백내장 등도 생길 수 있다.

가장 흔한 백내장 증상은 눈에 통증이 없으면서 시야가 어두워지고 뿌옇고 흐릿하게 보이는 것이다. 낮에는 잘 보이지 않다가 저녁에는 잘 보이기도 한다. 수정체 중심부가 먼저 혼탁해져 동공이 작아지는 낮에는 잘 보이지 않았다가 동공이 커지는 저녁에는 잘 보이는 현상이다. 재미있는 것은 평소 노안이 있는 사람은 초기에 근거리 시력이 오히려 좋아졌다고 느낄 수도 있는데, 이는 수정체 중심부의 변성으로 굴절률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백내장 초기에는 보전적 치료로 선글라스 등으로 자외선을 차단하고 항산화제, 아미노산 복용 등을 하지만, 효과가 아주 뛰어나지는 않고 진행을 늦춰주는 정도의 역할을 한다. 가장 중요한 치료는 수술이다. 일반적으로 백내장 수술은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하고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것이다.

1922년 12월, 모네는 오른쪽 눈 백내장 수술을 받았는데, 당시 인공수정체가 개발되기 전이라 수정체 제거 수술을 하고 시력을 교정하기 위해 두꺼운 안경을 써야 했다. 수술 후 모네는 안경을 쓰나 안 쓰나 잘 안 보이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불평했다고 한다.

당시 수술 후 착용하는 안경은 10디옵터(D) 이상의 돋보기로 사물을 매우 크게 확대해, 수술한 오른쪽 눈과 왼쪽 눈의 물체가 다르게 보여, 모네는 두 눈을 동시에 뜨고는 도저히 사물을 보기가 어렵다고 했다. 시력 저하로 그는 목소리를 잃은 가수와 백내장 수술을 받은 화가는 모두 그 분야에서 쓸모없는 존재라며 절망했다고 한다. 말년의 모네는 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시력이 나빠진 후 그렸던 형체가 뭉개진 그림들은 칸딘스키 등 후세 화가에게 영감을 주어 추상화가 탄생하는 기틀을 제공했다.

현대의 모네들에게 백내장은 더는 치료가 어려운 난치성 질환이 아니라 다양한 인공수정체 개발로 수술 전보다 환자의 시력을 개선할 수 있는 축복이 됐다. 이제 모네들은 백내장이 있어도 아름다운 수련을 그릴 수 있게 된 것이다.


▒ 김범택
연세대 의대 졸업, 아주대병원 비만 클리닉, 대한가정의학회 교육위원

김범택 아주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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