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머리인 사람 상당수가 눈썹, 턱, 가슴, 팔, 다리 등의 신체에 털이 많다. 탈모를 유발하는 DHT 호르몬의 이중성 때문이다.
대머리인 사람 상당수가 눈썹, 턱, 가슴, 팔, 다리 등의 신체에 털이 많다. 탈모를 유발하는 DHT 호르몬의 이중성 때문이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는 영국의 로버트 스티븐슨(Robert Stevenson)의 대표적인 심리소설로 영화, 연극, 뮤지컬 등으로 다양하게 소개돼 대중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작품이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는 겉으로는 체면을 차리면서도 속으로는 욕정으로 가득 찬 인간과 사회의 이중성(二重性) 문제를 다뤘다는 점에서 매우 반향성이 큰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에서 우리는 인간 자신의 원래 모습을 발견한다. 지킬 박사처럼 선하고 바르게 살고 싶어 하는 본성이 있는가 하면, 한편으로는 하이드처럼 남을 짓밟고 올라서려는 탐욕과 욕정에 이끌리는 본성이 존재하고 있다.

우리 몸에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처럼 이중적인 물질이 있다. 바로 DHT(dihydrotestosterone) 호르몬이다. 대머리로 만드는 안드로겐형 탈모의 주범이다.

DHT 호르몬이 탈모를 일으키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모낭에서 5알파-환원효소에 의해 DHT로 전환된다. 이후 모근세포의 안드로겐 수용체와 결합해 모발 파괴 물질인 ‘BMP’ ‘DKK-1’ ‘TGF-β1’ 등이 분비돼 탈모가 발생한다.

하지만 탈모를 일으키는 원흉인 DHT는 신기하게도 얼굴, 가슴, 팔과 다리털은 잘 자라게 한다. 똑같은 물질인데도 신체 부위에 따라 달라지는 이중적 성격이 있다.

눈썹 아래 부위부터 몸통 부위에서는 DHT가 안드로겐 수용체와 결합하면 모근 파괴 물질이 분비되는 것이 아니라 인슐린 유사 성장인자(IGF-1)가 분비돼 털의 성장을 촉진한다. 인슐린 유사 성장인자는 털의 성장을 촉진해 모발이 퇴행기로 이행되는 것을 막는다.


건강한 생활습관으로 탈모 지연 가능

DHT는 두피에서는 모발 탈락을, 눈썹과 눈썹 아래에서는 털의 성장을 촉진한다. 대머리 남성 상당수가 눈썹, 턱, 가슴, 팔, 다리 등의 신체에 털이 많은 이유다. 만약 탈모 가족력이 있고 가슴, 팔, 다리, 턱에 털이 많으면 언젠가 탈모가 나타날 확률이 매우 높다. 이는 목욕탕에 가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가슴에 털이 발달한 40~50대 남성 중 십중팔구는 대머리다.

하지만 얼굴과 몸에 털이 많더라도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다. 탈모 유전자를 갖고 태어났어도 모두 다 대머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 타고난 탈모 유전자가 활동을 하려면 유전자 발현(gene expression)이 있어야 한다. 만약 탈모 유전자가 발현되지 않으면 모발 탈락은 일어나지 않는다.

탈모 유전자를 발현시키는 환경 요인은 두피염증, 스트레스, 음주, 흡연, 나이, 공해, 자외선 등 다양하다. 이 때문에 탈모를 ‘다인자 유전성 질환’이라고 한다. 따라서 탈모 집안에서 태어났어도 건강한 생활 습관이나 치료 여부에 따라 모발의 유지 또는 탈모를 지연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 홍성재
원광대 의대 졸업, 의학 박사

홍성재 웅선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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