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형 탈모인 ‘안드로겐형 탈모’는 탈모 유형 중 가장 흔하다. 안드로겐형 탈모는 일반적으로 이마와 정수리의 머리카락이 점점 빠지고 가늘어지며, 이마 선이 점점 뒤로 밀리는 것이 특징이다.

남성형 탈모는 DHT(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에 의해 발생하는데, DHT는 5알파-환원효소가 모낭에서 테스토스테론과 결합해 생성되기 때문에 두타스테리드(Dutasteride), 피나스테리드(Finasteride) 등 5알파-환원효소를 억제하는 경구용 치료제를 사용하면 탈모 진행을 막거나 늦출 수 있다.

테스토스테론을 탈모를 일으키는 DHT로 변환시키는 5알파-환원효소는 제1형과 제2형, 두 가지가 있다. 1형은 피부 전반, 그중 주로 피지선에 분포한다. 2형은 모낭(모근을 감싸고 있는 세포층)의 모유두와 외측 모근초에 주로 분포한다. 모근 세포에 직접 작용하는 2형이 탈모 발생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약효 강할수록 부작용 커질 수 있어

탈모인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탈모 치료제인 아보다트와 프로페시아 중 어느 것을 먹어야 하는지’다. 아보다트와 프로페시아는 마치 코카콜라와 펩시콜라처럼 경쟁 관계에 있는 제품으로, 각 사가 자사 제품의 효능이 더 뛰어나다고 홍보하고 있다. 이 때문에 탈모인은 어느 약을 구입해야 할지 고민이다.

아보다트와 프로페시아는 상품명이다. 성분은 두타스테리드와 피나스테리드로 다르다. 프로페시아는 2형 효소만 차단하고 아보다트는 1·2형 효소를 모두 막는다. 두 개의 효소를 모두 차단하는 아보다트를 더 강한 약물로 볼 수 있다. 일부 논문은 아보다트가 프로페시아보다 DHT 농도를 더 저하시킨다는 내용의 실험 결과를 담고 있다.

아보다트 제조사는 자사 제품이 프로페시아보다 효능이 좋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이는 오히려 경쟁사 제품 판매를 올리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약물 효과가 강할수록 정력 감퇴와 피로감 등 부작용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탈모인들은 DHT 농도를 저하시키는 효과가 좋을수록 부작용이 심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오랫동안 두 가지 약물을 처방한 결과, 프로페시아와 아보다트를 선택하는 개인적 기준은 다음과 같다.

첫째, 프로페시아를 3~6개월 복용하고 효과가 없을 경우 아보다트를 복용하는 것이 좋다.

둘째, 두피에 피지가 많은 경우 아보다트가 좋다. 아보다트는 피지 생산을 억제하므로 피지선에서 발현되는 효소 제1형의 차단에 효과적이다. 두피에 피지가 과다하게 분비되면 탈모를 가속화한다.

셋째, 폐경기 여성이라면 피나스테리드 1㎎ 경구제제는 효과가 적으므로 2.5~5㎎ 고용량을 써야 한다. 이 경우 고용량의 피나스테리드보다 반감기(몸에 들어온 약물의 농도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가 긴 두타스테리드 0.5㎎이 효과적이다. 고용량의 제제라도 반감기가 짧으면 약물이 몸에서 금방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만약 두타스테리드 복용 후 건조증이 있는 경우는 피나스테리드로 변경하는 것이 좋다.

넷째, 탈모가 치료된 후 유지 요법으로는 아보다트를 복용하는 것이 좋다. 두타스테리드는 반감기가 피나스테리드보다 길어 2일에 한 번씩 복용해도 돼 간편하다.

현재 아보다트는 체내 흡수를 빠르게 하기 위해 연질 캡슐 형태로 제조되고 있다. 일부 제약사는 캡슐을 삼키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아보다트의 제네릭(복제약)으로 정제형을 출시하고 있다.


▒ 홍성재
원광대 의대 졸업, 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