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대표주자 격인 비트코인의 가격이 연일 뜨겁게 오르고 있다.
가상화폐 대표주자 격인 비트코인의 가격이 연일 뜨겁게 오르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가파른 가격 상승세를 보여온 가상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이 그 뜨거운 열기를 2021년에도 이어 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1월 5일(이하 현지시각) 장 중 사상 처음으로 개당 3만5000달러(약 3803만원)를 돌파했다. 가상화폐 시세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한국 시각으로 1월 6일 오후 9시 11분 현재에도 3만5000달러 선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수년간 롤러코스터 같은 변동성을 보여왔다. 2017년 1월 1000달러(약 109만원)를 밑돌던 비트코인 시세는 같은 해 12월 2만달러(약 2173만원) 근처까지 급등하며 전 세계에 가상화폐 투자 광풍을 몰고 왔다. 그러나 이후 비트코인은 1만달러(약 1087만원) 아래에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세가 본격화한 지난해 3월에는 시세가 4000달러(약 435만원) 수준까지 주저앉기도 했다.

맥없이 무너지는 모습에 업계 전문가조차 비관적인 전망을 했다. 가상화폐 전문 매체 크립토카눈의 카시프 라자 최고경영자(CEO)는 비트코인이 3000달러(약 326만원)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고, 마이클 노보그라츠 갤럭시디지털 대표는 “비트코인은 신뢰도 게임이다. 신뢰가 사라진 지금 무엇이 가격을 회복시킬 것인가”라고 했다.

하지만 이런 관측은 빗나갔다. 각국 정부가 코로나19 대응 차원에서 푼 유동성의 상당 부분이 위험 자산을 향하면서 가상화폐 시장이 뜨겁게 달궈진 것이다. 지난해 3월을 기점으로 반등에 나선 비트코인은 2020년에만 몸값을 네 배 끌어올렸다. 지난해 12월 16일에는 사상 처음으로 2만달러 고지를 넘었다. 당시 가상화폐 자산운용사 코인셰어스의 멜텀 디미러스 수석 전략가는 “향후 3~6개월 이내에 3만5000달러 선을 찍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비트코인은 불과 한 달 만에 그 선을 터치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특수를 누린 비트코인의 가격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고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도 미 정부의 재정 부양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경우 달러화 약세가 이어져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의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 또 현재의 저금리 상황에서는 시장에 풀린 유동성이 계속 위험 자산을 향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JP모건은 “비트코인 가격이 14만6000달러(약 1억5863만원)까지 오를 수 있다”라고 발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다만 JP모건은 비트코인이 이 정도 가격대에 도달하려면 ‘대체 통화’로서 금(金)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회사 측은 “현재 유통되는 코인 수로 계산한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5750억달러(약 624조7375억원)”라며 “2조7000억달러(약 2933조5500억원)에 달하는 민간 부문의 금 투자와 맞먹기 위해서는 비트코인 시가총액이 4.6배 불어나야 한다”라고 전했다.


글로벌 기관 투자자들이 비트코인 투자에 나섰다. 사진 AFP연합
글로벌 기관 투자자들이 비트코인 투자에 나섰다. 사진 AFP연합

연결 포인트 1
비트코인 담는 기관들

전문가들이 비트코인의 가격 상승을 예상하는 또 다른 근거는 자금력을 갖춘 기관 투자자들이 비트코인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점이다.

미국의 대형 생명보험사 매사추세츠뮤추얼생명보험이 1억달러(약 1087억원), 결제 전문 기업 스퀘어가 5000만달러(약 544억원)를 각각 투자했다. 헤지펀드 매니저인 폴 튜더 존스와 스탠리 드러켄밀러, 영국 자산운용사 러퍼 등도 비트코인 투자 사실을 공개했다. 페이팔·피델리티 등의 대형 금융사들도 앞다퉈 비트코인에 자금을 태웠다.

기관 투자자들은 코로나19 사태로 미 국채 수익률이 악화하자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비트코인 비중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관의 관심을 대변하듯 금융정보 서비스 업체 S&P다우존스인디시즈는 가상통화 지수를 내놓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다만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재무장관으로 지명된 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가상화폐에 회의적인 입장이라는 점은 기관들의 투자 행보에 악재일 수 있다.


사람들이 터키 이스탄불의 한 가상화폐 거래소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 AFP연합
사람들이 터키 이스탄불의 한 가상화폐 거래소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 AFP연합

연결 포인트 2
아우들은 희비 교차

장밋빛 전망으로 가득한 맏형 비트코인과 달리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모든 암호화폐를 일컫는 말)은 종류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분위기다.

우선 ‘이인자’ 이더리움은 비트코인과 마찬가지로 긍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더리움 시세는 1월 6일 현재 1150달러(약 125만원) 선을 유지하고 있다. 이더리움이 1000달러를 넘어선 건 2018년 1월 이후 3년 만이다. 그간 비트코인과 유사한 가격 움직임을 보여온 이더리움이 비트코인 상승세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가상화폐 시장의 기대주였던 리플은 0.26달러(약 282원) 수준까지 위축됐다.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리플을 미등록 증권으로 정의한 뒤 증권법 위반 혐의로 소송을 제기한 게 악재로 작용했다.

1월 5일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세계 최대 규모의 가상화폐 자산운용사인 그레이스케일 인베스트먼트는 SEC의 결정이 나오자 리플 거래를 중단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27일 빗썸 서울 강남센터 앞에서 한 시민이 비트코인 시세를 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27일 빗썸 서울 강남센터 앞에서 한 시민이 비트코인 시세를 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연결 포인트 3
韓은 내년부터 비트코인에 과세

이런 와중에 한국 정부는 2022년부터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에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가 1월 6일 입법 예고한 ‘2020년 세법 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2022년부터 비트코인 등의 가상자산으로 연 250만원 이상의 소득을 올린 사람은 세금을 내야 한다. 기재부는 가상자산을 팔아 거둔 차익 가운데 250만원 초과분에 20%의 세율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과세 기준이 되는 의제 취득가액은 2021년 12월 31일의 가상자산 시가로 간주한다. 시가는 국세청장이 고시한 가상자산 사업자가 내년 1월 1일 0시 기준으로 공시할 가격의 평균액이다. 정부는 당시 시가보다 실제 취득가액이 더 큰 경우에는 해당 취득가액을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이 개정안은 차관회의와 국무회의 등을 거쳐 오는 2월 중 공포·시행될 예정이다. 애초 정부는 올해 10월부터 가상자산 투자 소득에 과세할 방침이었지만, 인프라 구축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업계 요청에 따라 시행 시기를 3개월 늦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