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오른쪽)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협상 회동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 AP연합
12월 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오른쪽)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협상 회동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 AP연합

영국과 유럽연합(EU)이 12월 13일(이하 현지시각) ‘노딜 브렉시트(합의 없는 영국의 EU 탈퇴)’를 피하기 위해 협상 결렬 목전에서 협상을 다시 연장했다. 양측은 애초 일요일인 이날까지 브렉시트 협상을 마무리 짓기로 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최종 결정일을 또 미룬 것이다. 새로운 최종 결정일이 명시적으로 설정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불안정성이 여전히 존재하나, 최악의 위기는 일단 넘겼다는 평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채, 협상 시한을 연장해 무역 관계를 포함한 미래 관계 협상을 이어 나가겠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서 두 정상은 “거의 1년간 협상에 따라 철저하게 검토했고, 여러 차례 협상 기한이 지났지만 우리는 여전히 더 큰 노력을 기울일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협상을 지속해 늦은 단계에서라도 합의가 도출될 수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했다. 

2016년 국민투표로 브렉시트를 확정한 영국은 1월 31일 공식적으로 EU를 탈퇴했다. 그러나 영국과 EU는 브렉시트가 가져올 경제적·사회적 혼란을 줄이기 위해 브렉시트 정식 발효를 1년 유예하고 세부 사항을 조율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후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만남이 어려워지면서 협상 시한은 여러 번 미뤄졌고, 협상 중단과 재개는 결국 12월까지 이어졌다. 

양측이 가장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쟁점은 어업권이다.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영국 영해에서 조업하는 EU 회원국의 어획량을 제한하겠다고 나섰으나, EU는 EU 어선이 영국 수역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없다면 영국 수산물 수출을 불허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12월 12일 영국은 브렉시트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해상에 군함 4척을 대기시켜 영국과 EU 사이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이는 협상이 결렬되면 영국 해역을 지키기 위해 프랑스 어선 등이 접근할 수 없도록 실력 행사를 하겠다는 경고 메시지와 함께 ‘노딜’을 각오한 영국 정부의 의지였던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무역 협상에서 일부 진전이 있었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BBC 등에 따르면,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12월 1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의회에서 “영국과 무역 합의가 있을지는 말할 수 없지만, 협상에 진전이 있으며, 향후 며칠이 결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이제 합의로 가는 길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며 “그 길은 매우 좁을지 모르지만 존재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BBC에 따르면 같은 날 존슨 총리는 영국 의회 총리 질의응답에서 “해협 건너 우리 동료와 파트너들과 분별력을 찾고 합의를 이룰 모든 기회가 있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며칠 사이 무슨 일이 생기든 영국은 번영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12월 14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입회장에서 트레이더들이 업무에 임하고 있다. 사진 AP연합
12월 14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입회장에서 트레이더들이 업무에 임하고 있다. 사진 AP연합

연결 포인트 1
불안·기대 교차, 유럽 증시 혼조세

영국과 EU의 브렉시트 미래 관계 협상 마감 시한 연장 소식에 유럽 증시는 우려와 기대감이 교차하면서 혼조세를 거듭하고 있다.

12월 14일 유럽 증시는 양측이 미래 관계 협상을 지속할 것이라는 소식에 혼조세로 마감했다. 이날 영국 FTSE 1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4.92포인트(0.23%) 떨어진 6531.83에 거래를 마쳤다. 12월 15일 유럽 증시 역시 유럽 내 봉쇄 조치 강화와 함께 브렉시트 이후 영국과 EU의 협상 타결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과 기대감이 교차하면서 혼조세를 보이며 마감했다.

그러나 12월 16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의회에서 브렉시트 협상에 진전이 있었다는 발언을 하면서 이날 유럽 증시는 관계 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감에 상승세를 나타냈다.

특히 코로나 백신과 미국 추가 부양책 기대감에 상승 마감한 미국과 아시아 증시에 고무돼 유럽 증시 역시 동반 상승세를 나타냈다.


강경화(오른쪽) 외교부 장관과 도미닉 랍 영국 외교부 장관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강경화(오른쪽) 외교부 장관과 도미닉 랍 영국 외교부 장관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연결 포인트 2
외교부, 브렉시트 대응 TF 회의

외교부는 노딜 브렉시트가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민관 합동 브렉시트 대응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한·영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수출 기업을 지원하는 등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12월 15일(한국 시각) 밝혔다. 이날 외교부는 산업통상자원부·한국무역협회·대한상공회의소 등 관계 부처와 유관기관 관계자들과 함께 국내 기업의 애로 사항을 점검했다.

외교부는 또한 국내 기업이 한·영 FTA를 활용해 노딜 브렉시트의 여파를 최대한 피할 수 있게 관세·통관·인증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12월 1일 영국 런던에 ‘한·영 FTA 해외활용지원센터’를 개소했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영국과 FTA를 체결해, 브렉시트 이후에도 한·영 통상 관계를 기존 한·EU FTA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브렉시트 이후에도 국내 기업이 영국 및 유럽과 차질 없이 무역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사진 연합뉴스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사진 연합뉴스

연결 포인트 3
韓 경제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

전문가들은 영국이 노딜 브렉시트를 강행해도 한국 경제에 주는 피해는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이 당장 EU를 탈퇴해도 바로 한·영 FTA가 자동으로 발효되기 때문에 국내에서 영국으로 수출되는 상품과 한국이나 영국 기업이 EU산 재료로 만드는 제품은 자유롭게 교환되는 데 큰 제한이 없다.

그뿐만 아니라 영국과 무역 비중이 낮은 한국은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해도 실물경제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단에 따르면 대(對)영국 수출액은 한국 전체 수출액의 약 1.4%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다. 이마저도 자동차·원유 등 대체 가능한 항목이 다수라는 평가다.

다만 노딜 브렉시트로 인해 유럽을 포함한 세계 경기가 침체기에 접어들면 국제 금융 시장이 혼란에 빠지면서 국내 금융 시장 역시 침체기에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 이는 결국 실물경제에 대한 직접적인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