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개봉(10월 23일)한 지 한 달이 지났다. 360만 관객을 모은 이 영화는 아직 극장 상영 중이다.

성별을 중심으로 호불호가 나뉘지만, 영화엔 남녀 모두 공감할 만한 내용이 있다. 육아를 전담하는 30대 전업주부 김지영도 20대 한때 꿈 많은 사회 초년생이었다는 점이다. 홍보 대행사 합격 소식을 듣고 밥상 앞에서 가족과 환호성 지르던 모습, 첫 출근날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내딛던 모습, 회사에 드문 여성 팀장을 롤모델로 삼고 동경하던 모습. 김지영에게는 사랑하는 남편과 어여쁜 딸도 큰 자산이지만, 자기계발에 열중하던 자신의 과거도 소중한 일부분이다.

영화는 김지영이 작가로 일을 다시 시작하려는 찰나에 끝난다. 사회로 돌아간 김지영의 인생 2막은 어떻게 펼쳐졌을까. 현실 속 ‘김지영’을 만나봤다. 엄마들의 창업기 ‘육아 말고 뭐라도(2019)’를 저술한 원혜성(40) 율립 대표, 김미애(39) 아트상회 대표, 김혜송(36) 스타일앳홈 대표, 이다랑(34) 그로잉맘 대표, 양효진(29) 베베템 전 대표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약 만 36세로 82년생 김지영(만 37세)과 비슷하다. 이들은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가 운영하는 부모 창업가 교육 프로그램 ‘엄마를 위한 캠퍼스’에서 2016년 처음 만났다. 이젠 창업 3~4년 차 스타트업 대표로서 사업과 육아 노하우를 서로 나눈다. 다섯 대표가 지나온 사업 도전기를 들어봤다.


일을 그만둔 이유는.

양효진 “임신하고 회사에서 ‘이래서 여자는 뽑으면 안 된다’는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말을 직접 들었다. 회사와 맞서 싸우고 싶었지만, 도망치듯 회사를 나왔다.”

이다랑 “실제 꿈에 그리던 회사에 합격했는데 임신 사실을 알았다. 입사를 포기하고 입덧 때문에 울 기력도 없이 누워 지냈다. 이후 정규직보다 프리랜서 전문 상담가로 진로를 굳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원혜성 “임신하니 온몸이 붓고 힘에 부쳤다. 3시간 걸리는 출퇴근길 자체가 버겁더라. 시니어 직급으로서 실적을 내야 하는 입장이니 일의 강도가 높았다. 회사에 대한 미안함과 책임감이 공존하면서 스트레스가 쌓였다. 결국 일을 그만두기로 결심했다.”

김미애 “나는 임신 10개월까지 회사에 다녔다. 육아가 시작되면 아이와 함께 우아한 삶을 즐길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상상과 너무도 달랐다. 그렇게 아이가 다섯 살이 될 때까지 전업주부로 살았다.”

김혜송 “출산·육아휴직 15개월 모두 썼다. 복직 이후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겨도, 아이 하원 시간인 오후 4시부터 퇴근 시간인 오후 7시 30분까지 손이 비더라. 엄마가 가장 필요한 시기에 아이 옆에 있고 싶었다. 창업도 고려하고 있어서 시기가 맞아떨어졌다.”


다섯 대표의 사정은 조금씩 달랐으나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일을 그만둔 계기가 육아라는 것. 실제 11월 26일 통계청이 발표한 ‘경력 단절 여성 현황’ 자료에 따르면, 30대 기혼여성 260만1000명 가운데 31%가 경력 단절 여성으로 집계됐다. 이 중 42%가 직장을 그만둔 이유로 ‘육아’를 꼽았다.

퇴사는 선택이었지만 복귀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집 밖을 나서기 어려운 생활 패턴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김혜송·김미애 대표는 전문성을 살려 홈스타일링 쇼핑몰과 소량 스티커 디자인 사업을 각자 집에서 작게나마 시작했다. 이다랑 대표는 ‘그로잉맘’ 인스타그램 계정에 육아 상담 글을 올리면서 엄마들과 소통했다. 각자 콘텐츠를 사업 모델로 체계화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 다른 대표들도 사회에 복귀할 기회를 찾아 나섰다. 원혜성 대표는 “임신하고 회사를 그만두면서 나 자신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내가 잘하는 일, 좋아하는 일이 뭘까’, 노력하면서 들여다봤다”라면서 “친구의 권유로 ‘엄마를 위한 캠퍼스’에 지원했다”라고 말했다.


‘엄마를 위한 캠퍼스’를 신청하면서 사업 계획을 구체화했다. 무엇이 좋았나.

김혜송 “아이를 키우면 외출이 어렵다. 수업 듣는 날이 항상 기다려졌다. 주 1회 외출을 목표로 살았다. 쇼핑몰에 배운 내용을 적용하는 과정이 삶의 원동력이 됐다.”

원혜성 “맞다. 문밖에 나서기 전이면 항상 ‘가지 말까’ 싶다가도, 하루 수업을 끝내고 돌아오면 ‘오늘도 내가 이걸 해냈다’라는 뿌듯함이 들었다.”

양효진 “엄마를 위한 캠퍼스의 경우, 옆에서 아이 돌봄 서비스를 제공했다. 당시엔 ‘사고의 전환’일 정도로 파격적이었다. 누군가 아이를 봐주면 나도 집에서만 구상하던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캠퍼스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교육 내용은.

김혜송·원혜성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사업성을 높이는 과정을 전문가에게 배웠다.”

이다랑·김미애 “내 사업을 소개하고 잠재 소비자의 반응을 듣는 시간이 코엑스에서 있었다. 그 과정이 쑥스럽고 쉽지 않았지만, 그때 냈던 용기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책상에 앉아 아이템을 고민하던 때와 전혀 다른, 살아있는 이야기를 날것 그대로 듣는 시간이었다.”

양효진 “데모데이도 기억에 남는다. 정해진 시간에 상대가 듣고 싶은 말과 내가 하고 싶은 말의 중간 지점을 찾는 법을 배웠다. 나중에 사업계획서를 쓸 때 큰 도움이 됐다.”


그렇게 창업한 회사는 모두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유기농 립스틱 브랜드 율립은 미국 진출 이후 ‘아마존초이스’ 상품으로 선정됐고, 브랜드 디자인 업체 아트상회는 거래처만 100여 곳에 달한다. 홈스타일링 브랜드 스타일앳홈은 창업 1년 만인 2017년 월 매출이 1500만원으로 10배 뛰었고, 육아 상담 플랫폼 그로잉맘은 아이 놀이 영상 기반 온라인 상담 서비스를 출시해 1700만원 선판매를 단번에 완료했다. 육아용품 추천 플랫폼 베베템의 경우 구독 플랫폼 운영 업체 히든트랙에 인수됐다. 양효진 대표는 출구전략(엑시트)에 성공하고 히든트랙 소속 직장인으로 경력을 이어 나가고 있다.


사업 시작 이후 달라진 나의 모습은.

양효진 “사업 고민은 언제나 끝이 없다. 이 사고 과정을 나에게도 적용해봤다. ‘이 사업을 하는 나는 누구일까?’ ‘나는 왜 이걸 하나?’ 오랜 질문의 결론은 ‘나는 주도적이고, 열정적인 사람이라는 것’. 베베템은 내가 해야 할 일이고, 내가 만든 일이고, 내가 결정한 일이기 때문에 힘들어도 끝까지 해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혜성 “집 안에 나를 가두던 시절, ‘내가 왜 이러고 살지?’라고 나 자신에게 물었다. 이 질문이 내 삶에서 없어졌다. 사고에 제약을 두지 않고 두려움에 맞서는 법을 알게 됐다. ‘안 되면 되게 하고, 계속하면 뭐라도 된다.’”


물론 사업은 재취업보다 어렵다. 아이템 구체화, 수익 모델 구축, 자본금 마련까지 신경 써야 할 일이 많다. 지치지 않으려면 정말 좋아하고 잘하는 일에 뛰어드는 것도 중요하다. 김혜송 대표는 인테리어 디자인을 전공했고 공간 꾸미기를 좋아했다. 김혜송 대표는 “인터넷에 올라오는 예쁘게 꾸민 공간에 항상 눈길이 머물렀고 나의 공간도 원하는 대로 꾸미기를 즐겼다”라면서 “수없이 많은 제품을 디자인하고 판매 품목을 늘려나가니 매출이 상승세를 그렸다”고 했다.

엄마 사업가로서 정체성이 강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다랑 대표는 직원의 90%를 엄마로 채용했다. 엄마 고객에게 상담 서비스를 판매하는 그로잉맘의 경쟁력이다. 이다랑 대표는 “엄마 고객을 상대하는 기업체인데도 마케팅 문구가 어색한 경우가 많았다. ‘아, 엄마가 만들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우리는 소비자인 동시에 공급자이니 엄마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법을 더욱 잘 안다”고 했다.

원혜성 대표의 경우 사업 아이템이 딸에게서 나왔다. 브랜드 이름이 ‘율(딸 이름)’과 ‘립(lip·입술)’을 합친 ‘율립’이다. 엄마와 딸이 함께 쓰는 립스틱, 어린 딸의 입술에도 안전한 립스틱이다. 아이가 없었다면 제품 수요를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사업과 육아를 병행하기 어렵지 않나.

양효진 “충분히 가능한 업무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 우리 부서(구 베베템)는 자율 출퇴근, 재택근무, 아이 동반 출근이 모두 가능하다. ‘일·가정 양립이 매우 중요하다’는 조건을 내걸고 매각 작업이 이뤄졌다. 하루 일정을 공유하는 협업 소프트웨어 ‘슬랙’과 ‘트렐로’를 이용하고 화상 채팅 빈도를 높여 재택근무를 효율화했다. 개인적으로는 시간 관리를 철저히 한다. 업무 캘린더와 가족 캘린더를 나눠서 관리한다. 가족 캘린더에 사전 등록한 일정만 남편과 서로 인정한다.”

김미애·원혜성 “정말 살려고 운동한다는 말이 맞는다. 정신적·육체적으로 힘들기 때문에 10분만이라도 모든 것을 비우고 체력을 기르는 시간이 필요하다. 덕분에 생활 패턴이 아이에서 나로 맞춰지기도 했다.”

이다랑 “심플을 추구한다. 우리 집엔 젓가락 6쌍, 숟가락 6벌, 컵 6개, 밥그릇 4개만 있고 여분이 없다. 관리할 시간이 없으니까 있던 것도 없애버렸다. 컵이 없으면 씻어서 사용하면 된다. 예뻐서 컵을 사놓으면, 그 컵이 쌓이고 쌓여 결국 내가 씻어야 한다. 없애버려라. 추천한다.”

김혜송 “일주일 일정이 고정적이어서 스케줄 관리가 편하다. 남편도 칼퇴근해서 오후 7시에 집에 온다. 남편이 딸을 재우러 오후 8시에 방에 들어가면, 일을 다시 시작한다.”


가족의 도움이 중요하겠다.

양효진 “처음엔 남편도 설득 대상이었다. 나는 가정이 하나의 회사라고 본다. 영업 부서(생활비를 벌어오는 남편)와 경영 부서(생활비를 운영하는 나)가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 회사를 영업하는 데(가족을 행복하게 만드는 데) 일정 수준의 금액이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그 정도를 못 벌어온다면? 경영 부서에서 영업 부서로 차출할 수도 있다. 내가 돈을 벌겠다고 결심한 이유도 마찬가지라고 설득했다.

일을 시작한 이후 가사 분담이 중요했다. 가사를 서로 나눠야 한다는 의무는 로맨스로 통하지 않는다. 남편과 내가 이 회사(가정)의 공동대표라면? 누군가 한 명이 일을 덜 한다면, 그건 근태의 문제다. 다행히 남편이 나의 설득에 적극적으로 따라줬다.”

원혜성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남편이 육아와 가사를 터부시한 적이 있다. 나의 육아와 가사 시간을 최저임금을 적용해 계산해서, 남편이 벌어온 돈과 비교했다. 이걸 표를 만들어 보여줬더니 그 뒤로 집안일이 힘들다는 점을 인지했다.”


자신의 커리어를 되찾아가는 이들이 현실 속 82년생 김지영으로 보였다. 영화를 봤냐고 질문했더니 “무너져 내릴까 봐 보지 못했다” “그 안에 내가 있을 것 같아서 차마 못 보겠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워낙 치열하게 살다 보니 마지막 영화가 ‘어바웃타임(2013)’ 혹은 ‘라라랜드(2016)’라고도 했다. 유일하게 영화를 본 김미애 대표는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계속 울었다”면서 “사회로 복귀하겠다고 결정하고 기쁨에 찼는데 이후 주변 상황을 수습하느라 힘들어하는 미묘한 감정선에 공감됐다”라고 했다.


가장 공감되는 장면은.

김미애 “일을 시작하면서 베이비 시터를 구하고 부모님에게 이야기하는 과정이 너무 벅차오르면서 한편으론 굉장히 힘들었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이 몰래카메라를 걱정하고 대중교통에서 성범죄 위험에 시달리는 모습까지 모두 경험했다. 어쨌거나 주인공은 다른 사람으로 빙의된 채로 속마음을 이야기한다. 나는 그러지 못하고 지금까지 살아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와 남편이 똑같이 일하는데도 문제가 생기면 비난의 화살이 나에게 쏠리는 순간이 있었다. ‘나를 변론했던 시간이 있었나’ 싶었다.”


김미애 대표는 당부의 말도 덧붙였다. “주변 남성 친구들은 ‘왜 모든 여자의 고통이 남자 탓이라는지 모르겠다’라면서 영화를 비판했다. 실제 영화는 그 상황을 남자 탓으로 돌리지 않는다. 덤덤하게 현상을 담아낼 뿐이다. 사실 이런 이야기도 참 조심스럽다. 여자와 남자로 편을 가르고 싶은 것이 아니다. 남성이 잘 모르는 여성의 순간순간 불편함과 고통을 알아주길 원할 뿐이다”라고 했다.

다섯 대표에게 아직 사회에 발을 내딛지 못하는 또 다른 82년생 김지영을 향한 조언의 한마디를 부탁했다. ‘작은 것부터 시작하라’ ‘완벽주의를 버리라’ ‘나 자신을 사랑하라’ ‘연대할 사람을 만들라’는 조언이 주를 이뤘다.


일을 다시 시작하는 엄마들에게 조언 한 말씀.

김혜송 “먼저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다. 당신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일을 해내는 능력이 있다. 작은 일부터 시작해보라. 언젠가는 그 작은 씨앗이 거대한 우주가 될 수 있다.”

김미애 “처음부터 너무 큰 무언가를 이루지 않아도 좋다. 지금 당장 작은 한 발자국이면 이미 시작한 것이다. 육아라는 큰 산을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 넘고 있는 우리 모두를 응원한다.”

이다랑 “정말 좋아하는 일을 시작했으면 한다. 일을 한다고 다른 업무를 더욱 완벽하게 해내야겠다는 부담감이나 가족에게 과도한 미안한 마음을 가지는 것을 경계했으면 한다. 결국 내 삶의 영역이 있고, 나 스스로가 행복할 때 더 좋은 엄마로서 아이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원혜성 “나 자신을 사랑했으면 좋겠다. 모든 일에 기회비용이 있고 모든 일을 다 잘할 수 없다. 애를 키우다 사회에 나갈 때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실수해도 되고 못해도 상관없다.”

양효진 “꼭 연대할 수 있는 사람을 곁에 뒀으면 좋겠다. 주변에 나와 같은 사람이 없을 수 있지만, 그건 단순히 행운이 조금 부족할 뿐이다. 그 운을 찾아 나서라. 그리고 자신의 비교 대상을 다른 여성이 아닌, 남편에게 뒀으면 좋겠다. 내가 남편만큼 집안일에 참여하는지, 사회적인 일에 집중하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면 좋겠다.”


Plus Point

[Interview] 조윤민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 프로그램 매니저
“아이와 함께 주 1회 4시간 수업 들어요”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2015년 7월. 20여 명의 엄마가 쭈뼛쭈뼛 서울시 대치동에 있는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 모였다. ‘엄마를 위한 캠퍼스’ 1기 학생이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육아로 일을 멈췄다가 창업으로 재개하려고 한다는 점이었다.

엄마를 위한 캠퍼스는 시장 조사, 비즈니스 모델 기획, 마케팅과 브랜딩, 팀 빌딩, 펀딩과 기업설명회(IR) 워크숍 등 창업 교육을 진행한다. 마지막 단계에는 벤처캐피털 투자자 등 전문가 자문단에게 사업 내용을 발표하는 데모데이가 핵심 프로그램이다.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는 지난 4년간 총 94명의 엄마 창업가를 배출했고, 올해 5기 학생을 모집했다.

‘창업’과 ‘엄마’, 연관되기 어려운 두 단어가 모였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을 보면 주인공 김지영은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라도 시도한다. 하지만 아이의 어린이집 등·하원 시간과 맞지 않아 좌절하는 장면이 나온다. 조윤민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 프로그램 매니저는 “엄마들은 근무시간이 유연하기를 원해서 재취업이 어렵다고 말한다. 상대적으로 본인의 일정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창업을 고려하는 엄마들이 늘고 있는 이유”라면서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는 아이디어와 기술력이 있는 엄마들이 창업의 첫 단추를 끼우는 법을 가르쳐주고 있다”고 했다.

커리큘럼도 엄마 맞춤형이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는 시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수업이 진행된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지 못한 엄마는 캠퍼스에서 자체 고용한 베이비 시터에게 아이를 맡기면 된다.

엄마 소비자를 공략하는 산업도 덕분에 성숙해지고 있다. 조 매니저는 “초반에는 베이비 시터 플랫폼이 많았는데 최근 들어 업종이 세분화하고 있다”면서 “엄마의 커리어 개발 플랫폼, 심리 컨설팅 플랫폼, 놀이 공유 플랫폼이 그 예시”라고 했다.

엄마의 비즈니스 커뮤니티가 만들어진다는 장점도 있다. 기수별로 단톡방이 있다. 조 매니저는 “엄마들끼리 만나면 육아 이야기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이야기도 나눌 수 있다”면서 “동반자로 지내면서 서로에게 영감을 주고 성장한다”고 했다.

조 매니저는 이들을 대상으로 ‘경력 단절’이라는 표현은 지양한다고 강조했다. “경력이 단절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일시적 ‘멈춤’일 뿐이죠. 육아가 너무나도 중요해서 일을 일시적으로 그만둔 분들도 많고요. 경력 단절이란 용어는 육아를 터부시하는 느낌을 주는 것 같아요. ‘단절’된 기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느낌을 줍니다. 여성에게 육아와 경력 모두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