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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나스닥지수는 올 1월 한 달간 8.98% 급락했다. 코로나19 위기가 본격화됐던 2020년 3월 이후 최대폭 하락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예상보다 긴축의 고삐를 더 강하게 죌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에 불안감을 조성했기 때문이다. 1월 26일(이하 현지시각) 연중 최저치를 찍고 반등세로 돌아섰지만 2월 들어 러시아·우크라이나발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쳐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2월 2일부터 다시 하락세를 보인 나스닥지수는 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16일로 예측한 11일 3% 가까이 떨어졌다. 이후 2월 15일 러시아가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히자 2.53% 상승하며 반등했다. 1월 27일 연중 최저치를 찍고 반등했던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역시 2월 11일 1.9% 하락했다가 15일 1.58% 상승했다.

미국 증시가 요동치는 가장 큰 이유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전쟁 발발 리스크다.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 직후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무력으로 병합한 러시아는 작년 말부터 우크라이나 접경에 약 13만 명의 병력을 배치하며 우크라이나를 위협했다. 서방은 언제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 있다고 판단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에 나섰고, 이로 인한 전쟁 발발 리스크가 제기됐다.

2월 1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같은 달 16일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히자, 미국을 비롯해 세계 주요 증시가 일제히 하락했다. 하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 “우리는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서방 파트너들과의 합의를 원한다. 일부 철군 결정을 내렸다”고 밝히자 반등세로 돌아섰다. 물론 전쟁 발발 리스크는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철군이 검증되지 않았다.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며 경계 태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인플레이션 모멘텀이 여전하다는 점도 글로벌 증시의 불확실성을 키운다. 1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7.5%)은 1982년 2월(7.6%) 이후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플레이션 심화는 연준의 통화 긴축 우려를 키운다.

당초 시장은 연준이 올해 3~4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물가 상승이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연준이 빅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을 포함해 올해만 총 7~9차례의 금리 인상을 진행할 것이란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 설비 투자와 소비가 위축되고 경기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부문장은 “연준의 강도 높은 긴축 정책이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증시를 짓누르고 있다”고 말했다. 1월 25일 국제통화기금(IMF)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반영,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개월 전인 작년 10월 제시한 4.9%보다 0.5%포인트 낮춘 4.4%로 내놓았다.


메타는 2월 3일 하루에만 주가가 26% 이상 폭락하며 시총이 약 2513억달러 증발했다. 사진 메타
메타는 2월 3일 하루에만 주가가 26% 이상 폭락하며 시총이 약 2513억달러 증발했다. 사진 메타

연결 포인트 1
美 7대 빅테크 시총 1조달러 증발

메타(옛 페이스북)·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 뉴욕 증시 시가총액(시총) 상위권 7개 빅테크의 시총이 올해 들어 총 1조4000억달러(약 1706조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월 14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S&P500지수 구성 종목 중 시총 상위 7개 종목의 시총은 종목별로 1000억달러(약 121조9000억원) 이상 감소했다. 메타는 3380억달러(약 412조원) 줄었고, MS는 3130억달러(약 381조원), 테슬라는 1720억달러(약 209조원), 애플은 1610억달러(약 196조원), 알파벳(구글)은 1480억달러(약 180조원), 엔비디아는 1370억달러(약 167조원), 아마존은 1310억달러(약 159조원)의 시총이 각각 감소했다. 7개 종목의 시총 총 감소액은 국내 증시 시총 1위 삼성전자(439조원)의 네 배 가까운 수준이다. 이에 따라 이 종목들을 많이 보유한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도 전망된다. 지난해 말 기준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보유한 해외 주식은 테슬라(154억달러·약 18조원)였고, 애플, 엔비디아, MS, 알파벳, 아마존이 뒤를 이었다. 메타는 11위였다.


연결 포인트 2
국제 유가 고공행진, 100달러 돌파 전망

국제 유가가 2014년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 선을 돌파할 전망이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2월 14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3월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2.5% 오른 배럴당 95.46달러(약 11만6300원)를 기록했다. WTI는 장중 한때 95.82달러까지 오르면서 2014년 9월 이후 최고치를 찍기도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 서방의 제재로 세계 3위 산유국인 러시아의 원유 수출이 제약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고유가를 견인하고 있다. 더욱이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현 시장 상황에서 러시아의 원유 수출 감소분을 대체할 곳도 없는 실정이다. 러시아는 하루에 전 세계 원유 교역량의 약 12%인 500만 배럴을 수출한다. 블룸버그는 유가가 100달러(약 12만1900원)로 오르면 올해 하반기 미국과 유럽의 물가 상승률이 약 0.5%포인트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2월 16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1.99% 오른 2729.68에 거래를 마쳤다. 사진 연합뉴스
2월 16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1.99% 오른 2729.68에 거래를 마쳤다. 사진 연합뉴스

연결 포인트 3
글로벌 재료에 춤추는 코스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 병력 일부 철수 소식에 코스피도 반등했다. 2월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날 대비 1.99% 오른 2729.68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은 1년 8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인 4.55% 급등한 878.15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는 2021년 6월 하순 3300 선을 넘으며 정점을 찍었지만, 그해 10월 5일 2962.17에 거래를 마치며 3000 선이 붕괴됐다. 코스닥도 2021년 6월 중순 1000 선을 넘어선 이후 하락세를 보이며 그해 10월 1일 1000 선이 깨졌다. 글로벌 공급망 쇼크, 인플레이션 우려, 미국의 테이퍼링(양적 완화 점진적 축소) 임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올해 들어 러시아·우크라이나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겹치면서 국내 증시는 또다시 출렁이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하락세를 보이던 국내 증시가 우크라이나 인근 국경지대에 배치된 러시아 군 병력이 일부 철수했다는 소식에 지정학적 위험이 완화돼 반등했다”고 말했다.

박용선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