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1│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광둥성의 선전이 3월 14일(이하 현지시각)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전면 봉쇄됐다. 이 여파로 인구 1200만 명이 넘는 도시에서 일하는 사무직은 전면 재택근무에 들어갔고 제조업 공장들도 멈춰 섰다. 애플 공급 업체인 폭스콘은 선전 공장에서 아이폰 생산을 잠정 중단했다. 인텔과 애플 공급 업체인 유니마이크론 테크놀로지도 선전 공장 가동을 멈췄다. 

장면 2│중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군사적·경제적 지원을 할 의향이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로이터통신이 같은 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미국의 한 당국자를 인용해 미국이 이런 정보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들과 아시아의 몇몇 국가에도 전달했다고 전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3월 13일 CNN방송과 인터뷰에서 중국의 러시아 지원 가능성에 우려를 표시한 뒤 중국이 러시아의 제재 회피를 도울 경우 분명히 대가가 있을 것임을 중국에 전달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중국의 일인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밀어붙인 제로 코로나(動態淸零·동태청령) 정책과 친러시아 노선의 역풍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제로 코로나는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하면 인근 지역 봉쇄와 이동 제한, 전수 검사 등으로 감염자 ‘제로(0)’를 목표로 한 방역 정책을 말한다. 전 세계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제재에 나섰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브로맨스(bromance·남성 간의 친밀한 우정)를 과시해온 시 주석이 친러시아 노선을 고집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올가을 3연임 확정을 앞두고 경제 안정화에 주력해온 시 주석의 리더십이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내외적인 상황 악화로 어려움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공산 체제 승리 선전한 ‘제로 코로나’의 부메랑

3월 13일 중국 동북부 지린성의 창춘도 코로나19 확진자 급증 탓에 봉쇄됐다. 이 지역에 있는 도요타, 폴크스바겐, 아우디 등 외국 기업 합작사 공장과 중국 브랜드인 이치자동차 공장은 3월 13일부터 조업을 전면 중단했다. 베이징과 상하이, 광저우도 외출 금지령이 내려졌다. 시 주석이 지난 2여 년간 고집해온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 때문이다. 

중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 시행으로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두 자릿수 이하로 유지하면서 중국 공산 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해왔다. 하지만 오미크론 확산으로 시 주석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시험대에 올랐다. 

중국이 러시아에 군사적·경제적 지원 의향이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는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주미 중국 대사관의 류펑위 대변인은 “이에 관해 들어본 적이 없다”며 즉각 부인했다. 하지만 대러시아 경제 제재에 불참한 중국이다. 향후 중국의 대응 방향에 따라 미·중 갈등이 더욱 격화될 경우 중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중국은 협상 중재 등 평화 수호자를 자처한다는 구상이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영국의 리스크 예측 업체인 에노도이코노믹스 창업자 다이애나 초일레바는 “우크라이나 위기는 시 주석이 안정화하려던 중국 경제 상황을 더욱 도전적인 국면으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중국 베이징의 벤츠 생산 공장. 사진 로이터연합
중국 베이징의 벤츠 생산 공장. 사진 로이터연합

연결 포인트 1
올 1분기 ‘제로 성장’ 예상되는 中 경제
폭락한 中 증시…국제 유가도 급락

중국의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 때문에 올해 1분기 경제 성장률이 제로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3월 14일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올해 1분기 중국 경제 성장률 예상치를 0.6%에서 0%로 낮췄다고 보도했다. 

모건스탠리는 중국의 2022년 연간 경제 성장률 예상치도 5.3%에서 5.1%로 조정했다. 중국 정부의 목표치 5.5% 안팎을 밑도는 수준이다. 중국 정부의 강도 높은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중국 경제 성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중국 본토와 홍콩 주가지수도 큰 폭으로 내렸다. 중국 선전 봉쇄 조치가 내려진 3월 14일부터 15일까지 이틀 동안 홍콩H지수는 13%, 항셍지수는 10% 폭락했다. 

중국 대도시의 셧다운 소식은 국제 유가에도 영향을 끼쳤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중국 선전이 봉쇄된 3월 14일부터 15일까지 이틀 동안 11.7% 떨어졌다.

 원유 시장의 큰손인 중국의 경제 악화가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으로, 2020년 기준 하루 평균 1116만 배럴의 원유를 수입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러시아를 지원하는 중국의 외교적 노선 같은 국제 문제뿐 아니라,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하는 봉쇄 정책 여파로 불안감이 커져 해외 자금이 결과적으로 홍콩과 중국 증시에서 이탈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지난 2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글로벌 공급망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WSJ는 “중국이 봉쇄 정책에만 계속 의존하면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이어지고, 그 여파로 다른 나라의 경제 성장률이 낮아질 것”이라며 “글로벌 물가 상승도 가팔라질 수 있다”라고 보도했다. 

현대차 로고. 사진 연합뉴스
현대차 로고. 사진 연합뉴스

연결 포인트 2
오미크론發 봉쇄에 긴장 韓 업체들
현대차, 2년 만에 부품 조달 악몽 재현

오미크론 확산으로 중국 내 봉쇄 조치가 이어지면서 중국에 협력업체나 생산공장을 둔 국내 업체들이 긴장하고 있다. 중국은 선전과 창춘을 봉쇄했고, 베이징과 상하이, 광저우 등 대도시에는 준봉쇄 정책인 외출금지령을 내렸다. 

현대차는 최근 제네시스 전기차 생산에 차질이 생겼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3월 9일부터 중국의 ‘와이어링 하니스(전선 뭉치)’ 협력업체 공장들이 대거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부품 공급 차질로 인해 현대차는 울산2공장에서 제네시스 전기차인 GV60과 GV70, 준대형 SUV인 GV80 생산량을 애초 계획보다 30% 줄이기로 했다.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 사회가 대(對)러시아 제재에 나서면서 부품 조달이 어려워진 러시아 현지 현대차 공장이 가동을 중단한 지 한 달여 만에 국내 공장 부품 조달에도 차질이 생긴 것이다. 

2020년 2월에도 중국이 봉쇄 정책을 펼쳐 중국산 와이어링 하니스 공급이 막힌 적이 있었다. 당시에도 부품 조달이 제대로 안 돼 현대차뿐 아니라 국내 완성차 업체 생산 라인 가동이 원활하지 못했다. 

중국에 14개 생산공장을 둔 국내 중견 반도체 업체인 동진쎄미켐도 중국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부섭 동진쎄미켐 회장은 ‘이코노미조선’과 통화에서 “아직 중국 생산공장의 조업 중단 소식에 대해 보고받은 바 없다”며 “현지 상황을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선전 봉쇄로 세계 최대 아이폰 조립 업체인 폭스콘의 공장 가동이 멈추는 등 현지 사정 악화로 아이폰에 부품을 공급하는 국내 중소기업들의 영업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선전 지역에는 100개가 넘는 국내 중소기업이 현지 납품을 위해 영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심민관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