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로 꼽히는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의 공동 최고경영자(CEO) 조지프 배(Joseph Bae·한국명 배용범)가 지난해 5억5964만달러(약 6940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미국 주요 기업 CEO ‘연봉킹’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4월 3일(이하 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기업정보 업체 마이로그아이큐 조사 결과 지난해 배 CEO가 받은 총보수가 미국 상장 기업 CEO 중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KKR은 공동 CEO인 배 CEO와 스콧 너틀 CEO에게 지난해 각각 5억5964만달러와 5억2314만달러(약 6369억원)의 보수를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앤디 재시(2억1300만달러) 아마존 CEO와 팻 겔싱어(1억7900만달러) 인텔 CEO의 작년 보수보다 훨씬 많다. 

다만, 배 CEO의 보수는 아직 실제 수익화가 확정된 게 아니다. KKR 대변인은 “(공동 CEO의) 보수 대부분은 ‘성과 기반 주식’이어서 주가가 두 배 이상 올라야 보수를 완전히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계 미국인인 배 CEO는 1973년생으로, 두 살 때 화학 연구원 아버지와 선교사 어머니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해 미국 뉴저지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는 하버드대에서 경제학·철학을 전공했으며, 우등상인 ‘마그나 쿰 라우데’를 받고 졸업했다. 

배 CEO는 재학 시절 하버드대 동창인 동갑내기 한국계 미국인 재니스 리와 만나 24세에 결혼, 네 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재니스 리는 홍콩 콩힝에이전시 이내건 명예회장의 딸이자 책 ‘피아노 티처’를 쓴 소설가다. 배 CEO는 한때 피아니스트를 꿈꿨다고 한다. 그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 아버지가 퇴근해 차량으로 한 시간 넘게 걸리는 피아노 학원까지 데려다주곤 했다”고 회고했다. 최근에도 그는 집에서 가끔 피아노를 치며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는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에 입사, 직접투자(PI) 부문에서 첫 직장 생활을 했다. 이후 1996년 KKR에 합류한 그는 2005년 홍콩으로 건너가 아시아 부문 투자를 맡았다. 당시 그를 눈여겨본 KKR 창업자 헨리 크래비스는 당시 30대 초반이었던 배 CEO에게 아시아 투자 지휘권을 맡겼다. 

그의 투자 감각이 확인된 계기는 2009년 한국 2위 맥주 업체였던 오비맥주 경영권 인수였다. 당시 배 CEO는 벨기에 AB인베브로부터 오비맥주를 인수한 지 5년 후 58억달러(약 7조1900억원)에 되팔아 약 40억달러 규모, 당시 환율 기준 4조원가량의 차익을 남겨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는 2014년 2조원 규모 인수합병(M&A)이었던 일본 파나소닉헬스케어 인수전과 함께 KKR 역대 거래 중 가장 수익성 높은 사례로 전해진다.

공로를 인정받은 배 CEO는 2017년 공동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승진했다. 이후 2021년까지 4년 새 KKR의 주가는 세 배가 뛰었고, 운용 자산은 두 배가량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그는 지난해 10월 KKR 공동 창업자 헨리 크래비스와 조지 로버츠가 CEO직에서 물러나면서 스콧 너틀과 공동 CEO직에 올랐다. 지난해 4분기 기준 KKR의 운용 자산은 4705억달러(약 583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87% 늘었다. ‘포브스’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배 CEO의 순자산은 11억달러(약 1조3640억원)로 추산된다.

앤디 재시 아마존 최고경영자(CEO). 사진 아마존
앤디 재시 아마존 최고경영자(CEO). 사진 아마존

연결 포인트 1
아마존 새 CEO 재시, 연봉 2600억원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앤디 재시 최고경영자(CEO)가 2021년 2600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았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의 뒤를 이어 사령탑에 오른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가운데 전년보다 연봉이 6배가량 뛴 것이다.

4월 1일 CNN에 따르면, 아마존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에서 재시 CEO가 작년 한 해 2억1270만달러(약 2637억원)의 보수를 수령했다고 밝혔다. 

다만, 재시 CEO의 보수 대부분은 2억1190만달러(약 2627억원)에 달하는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보상으로 이뤄진 것으로, 10년에 걸쳐 나눠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새 CEO에게 막대한 규모의 주식을 보상으로 지급하는 것이 드문 일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회사 실적이 CEO에게 지급하는 보상과 직결되도록 해 회사와 개인 간 관계를 더 돈독하게 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아마존웹서비스(AWS)의 CEO였던 재시 CEO는 지난해 7월 아마존 창업자 겸 CEO였던 베이조스가 우주 탐사 사업 등에 집중하기 위해 이사회 의장으로 옮기면서 CEO직을 넘겨받았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연결 포인트 2
美 CEO 연봉 평균 176억원
직원과 격차 186배 ‘역대 최대’

지난해 미국 기업 CEO와 직원 간 연봉 격차가 역대 최대 수준으로 벌어졌다. 4월 3일 WSJ은 기업 정보 조사 업체 마이로그아이큐 자료를 분석한 결과, 미 S&P500 기업 CEO의 지난해 중위 연봉이 전년 대비 5.6% 증가한 1420만달러(약 176억원) 수준이었다고 보도했다. 

또 기업 CEO 가운데 약 절반은 2021년 중위 직원 급여의 최소 186배에 달하는 급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156배), 2019년(166배)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 주요 기업 최고 연봉자와 일반 직원 연봉 격차가 21배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분석연구소가 매출액 기준 상위 국내 500대 기업 중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233개 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지난해 각사 최고 연봉자의 평균 연봉은 18억8670만원(퇴직금 제외)이었다. 미등기 임원의 평균 연봉은 3억4610만원, 일반 직원 평균 연봉은 9060만원으로 집계됐다. 최고 연봉자와 일반 직원 간 연봉 차이는 평균 20.8배, 미등기 임원과 일반 직원 간 연봉 차이는 3.8배 수준이었다. 

최고 연봉자가 오너 경영인인 기업의 경우 최고 연봉자 보수 평균이 25억7100만원까지 높아져, 직원 평균 급여와 33.2배까지 격차가 벌어졌다.

이선목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